물안개 자욱한 아침, 싱그러운 전나무 숲 위로 “지장보살…지장보살…” 정근 소리가 메아리쳤다. 숲을 거닐다 목탁소리에 끌려 절에 온 듯한 몇몇 사람들이 일심으로 목탁을 두들기는 스님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합장 반배를 올렸다. 대중을 이끈 지장보살 정근은 안개가 걷히고 해가 중천에 떠올랐음에도 끊이지 않았다. 잠시 뒤 “또르륵…또르륵…” 내림목탁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다른 스님이 힘차게 지장보살 정근을 이어갔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가 ‘백중 168시간 릴레이 정진기도’를 펼쳤다. 경내 수광전에서 8월23일부터 30일 하안거 및 백중 회향까지 168시간 동안 계속된 이번 정진에는 월정사 재무국장 덕엄 스님, 문화국장 월엄 스님을 비롯한 소임자 스님 19명이 돌아가면서 정근을 이끌었다. 불자들은 법당에서 종일 기도에 참여하기도, 유튜브채널 ‘오대산 월정사’ 생방송에 동참하기도 했다. 특히 기도를 입재한 23일에는 100여명의 불자가 참여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생방송 시청자도 24시간 내내 150여명을 웃도는 등 큰 호응 속에 진행됐다.
월정사 릴레이 철야정진기도는 백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신도 개인의 신심을 북돋아주기 위해 마련됐다. 스님들이 일주일동안 서로 돌아가며 정근해 수행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신도들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 스님은 “168시간 동안 용맹정진으로 자신뿐 아니라 서로가 왕생하길 발원했다”며 “이러한 불자들의 발원이 모이면 한국불교를 조금씩 밝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 지수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다음으로 중요한 불교 명절인 백중은 지옥에 뛰어들어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처럼 곤경에 처한 이웃을 몸 바쳐 돕겠다는 원을 세우는 자리”라며 “사중의 모든 스님이 기도에 동참함으로써 신도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도에선 월정사의 뉴미디어를 활용한 포교 방법도 주목받았다. 릴레이 철야정진기도는 올해 부처님오신날에 이어 두 번째다. 유튜브 스트리밍 생방송을 통해 전국의 많은 불자가 유입될 수 있었다. 168시간 기도에 생방송으로 끝까지 함께한 정복자(58) 불자도 그 중 한사람이다.
정 불자는 “월정사의 오랜 신도지만 워낙 교통이 불편해 한동안 불교와 멀어졌다”며 “생방송 덕분에 오랜만에 기도에 참여할 수 있어 대단히 좋았다”고 말했다.
월정사와 50여년을 함께한 안종숙(원만행·75) 불자도 “영가의 극락왕생을 서원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업장소멸을 위해서도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직장인 불자들은 기도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사중의 여러 스님, 도반들과 168시간 동안 언제든지 기도에 참여함으로써 내 마음을 깨끗이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월정사는 매달 첫번째 토요일 ‘금강경’ 봉찬기도와 아침저녁 요가 및 좌선을 진행하는 등 기도·수행도량의 면모를 다하고 있다.
평창=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2023-08-25
출처 : 불교언론 법보신문(http://www.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