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생산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승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전지구적인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긴 안목의 논의들이 필요하다. 본보는 4월 22일 ‘지구의 날’과 ‘기후살리기 춘천시민의 날’ 행사를 맞아 환경전문가, 종교지도자들이 참여한 지상좌담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월정사는 한강시원지체험관을 중심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태환경 교육과 체험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2022년부터 기후위기 대응 오대산회의를 주관하며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모여 대응방안을 모색하여 왔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 전반에 대한 이해증진, 거버넌스 조직을 통한 극복 동력 확보, 담론과 철학적 토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기후 위기는 결국 생명의 위기다. 기후운동은 결국 생명을 살리려는 운동이지 않나. 1998년 시작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은 DMZ 일원을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고장으로 바꾸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DMZ가 가진 생태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사람과 자연이 평화를 누리는 세상을 위한 교육 운동, 주민 운동을 하고 있다.”
△김주영 천주교 춘천교구장=“가톨릭교회는 교황님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는 실천 여정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춘천교구는 실천 플랫폼을 만들고 매년 구체적인 실천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내면의 변화를 위해 생태 기도를 봉헌하고, 찬미받으소서 학교를 운영하며 교육을 통한 의식 전환에 나서고 있다. 본당·단체·그룹별로 환경을 위한 공동체적 실천 운동을 하고 각 본당과 시설에서는 상황에 맞게 융복합사업 등에 참여한다. 무엇보다 신앙인이 먼저 삶의 검소함을 회복하고 불편함을 인내로 감수, 과소비를 줄이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의 가치가 최선의 길임을 교육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어떤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나
△정성헌 이사장=“근본적으로는 욕망의 문제고,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팽창이 수단이 됐다고 본다.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인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혁명으로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됐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회의,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 등에서 제기된 생명살림 실천운동이 전면화되지 못한 점도 욕망으로 인한 경각심 부족이다.”
△김주영 주교=“오직 인간의 사고와 판단만이 진리의 기준처럼 여기는 현대 인간 중심주의 속 하느님과 주변 이웃에 대한 무관심, 이익을 위해 자신 외에 모든 것을 도구화하는 실천적 상대주의, 정신보다는 물질을 우선하며 행복의 기준을 물질의 소유로 여기는 물질주의적 세계관 등이 있겠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언제든 이용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태도가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정념스님=“인간이 문명을 구축해 오면서 풍요로워지고, 소비를 통해서 행복해지려고 하는 관점이나 가치관이 생겨나게 되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게 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생산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구의 자원은 과도하게 소모되고, 이러한 생산 체제 속에서의 탄소 배출 증가와 함께 지구촌 오염, 난개발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 ‘강원도’가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 더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김주영 주교=“강원도는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져 물 맑고 공기 좋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지역이다.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곳곳에서 개발 명목으로 산과 강이 파괴되고 있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로 출범하는 만큼 지역 개발 계획과 더불어 환경과 생명 보호를 위한 노력과 정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정념스님=“현대문명이 추구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밀집된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원도는 환경·생태·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곳이다. 현대 문명을 자연과 함께 연결하면서 디지털 문명 또한 유리되지 않는 하나의 문화를 강원도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 속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성헌 이사장=“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꿀벌이 지구에 경고를 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고상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다. 산림 면적이 넓고 산소 배출량이 많은 강원도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정부의 정책은
△정념스님=“1차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 감소 문제는 이제 지구촌 전체의 과제이고, 향후 무역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화석연료에너지의 활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이미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컨센서스는 사회적으로 조성돼 있으니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정성헌 이사장=“사실은 시민들이 먼저 움직여야 하겠지만 명확하게 말한다면 죽어가는 하늘과 땅과 물을 살려야 한다. 하늘을 살리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 산성화되고 있는 땅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기농업을 하고 망가진 물을 살리기 위해 하수 슬러지를 정화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최소화된 쓰레기를 재활용해야 하는데 앞장서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바다 살리기에도 나서야한다.”
△김주영 주교=“환경을 오염시키는 석탄화력 발전소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전환을 저해하고 있는 원전을 거부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탄소 중립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린 에너지 기술 혁신을 위한 계획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야 한다. 또 교육 기회를 마련해야 하며,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생명과 환경을 위한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나
△정성헌 이사장=“우리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을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간단하다. 에너지를 제대로 쓰고 밥을 제대로 먹는거다. 불(화석연료)을 많이 써서 망가진 거니까 제일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덜 써야 한다. 또 그 연료를 쓰는 효율을 올려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화석연료말고 하늘에 있는 바람같은 자연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리고 먹는 문제다. 육식을 줄일 필요가 있고 가정 식단과 학교 식단이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어야 한다.”
△김주영 주교=“ 시민 단체들 각자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의 장을 만들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다채로운 시민운동을 펼칠 수 있겠다. 국가와 기업의 변화가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주인인 시민의 변화, 사람의 변화가 결국 당면한 문제를 변화시킬 근원적인 힘이 되리라 본다.”
△정념스님=“이미 시민사회에서 여러가지 실천운동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탄소와 관계되고, 자연 파괴와 연관되고 자연고갈을 일으키는 우리 삶의 태도에 대한 수정이 있어야 한다. 소비없는 삶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지만 음식물 줄이기나 종이컵 사용을 없애는 등의 우리가 생활 안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소비, 과용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김주영 주교=“많은 경우 가짜 뉴스로 자신의 생각을 공고히 하며,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고 존중 어린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다. 기후 위기, 그로 인한 인류의 생존 문제는 국가적, 정치적 이념을 넘어 생명의 문제다.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권위 있는 과학적 근거를 통한 토론과 생명 문화 수호를 위한 대화의 장에 함께 해주시길 권한다.”
△정념스님=“그동안 많은 기후 위기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 실증적 검증 등을 통해서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들은)거의 사회적으로 합의가 도출됐다고 본다. 탄소 배출을 비롯해 오염과 자원고갈 등은 이미 예견된 문제들이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지도적 국가가 되기도 힘들다.”
△정성헌 이사장=“그 사람들도 기후가 위기라는 걸 알지만, 자기기 이미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에 전향이 힘들어서일 것이고, 또 돈이 벌리기 때문일 거다. 인간 집단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헛소리를 하면 돈이 모이기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리=이현정·오석기기자
202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