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마다 다른 보살 파악하는 산행도 재미… 전나무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월의 명산을 소개하면서 단풍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설악산이야 남한 단풍의 첫 출발지이면서 명불허전 단풍 명산이어서 2017년 10월호에 이미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오대산·치악산을 거쳐 남하하면서 선홍빛의 향연을 전국의 산에 수놓는다. 그렇다. 오대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장율사와 얽힌 수많은 전설과 육산陸山의 포근함, 고목의 아름다움과 설경을 자랑하는 산이다.
오대산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직전 자장율사가 수도한 중국 오대산에서 유래했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같은 책 제3권 탑상 제4에 ‘산중고전’을 살펴보면 이 산이 문수보살이 머무르던 곳이라고 기록한 것은 자장법사부터 시작됐다. 자장은 중국 오대산 문수보살의 진신을 현몽하고 643년 강원도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의 진신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3일 동안 날이 어둡고 흐려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원녕사에 머물면서 문수보살을 뵈었다. 문수보살이 자장에게 “칡덩굴이 얽혀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는데 지금 정암사가 그곳이다. 훗날 두타승 신의가 있었으니 곧 범일대사의 제자다. 오대산에서 자장이 쉬던 곳에 암자를 짓고 머물렀다. 신의가 죽자 암자도 역시 버려져 있었는데, 수다사의 장로 유연이 다시 암자를 짓고 살았다. 지금의 월정사가 바로 그곳이다’고 나온다.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과 닮은 다섯 봉우리가 있는 오대산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절을 지은 자리가 적멸보궁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오대산은 자장율사와 문수보살과 불가분의 관계다. 오대산의 오대에는 각각 모셔진 보살이 있다. 중대 사자암엔 비로자나불, 서대 수정암(염불암이라고도 함)엔 대세지보살, 동대 관음암엔 관세음보살, 북대 미륵암엔 미륵보살, 남대 지장암엔 지장보살 등이 모셔져 있다. 중대엔 원래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었으나 비로자나불로 바뀌었다. 비로자나불이 문수보살의 협시불이기 때문이다. 문수보살은 항상 사자를 타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는 사자 형상이 많다. 지금 중대에 사자암이 있고, 사자 형상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선 오대 지명에 대해 ‘동쪽이 만월滿月, 남쪽이 기린麒麟, 서쪽이 장령長嶺, 북쪽이 상왕象王, 복판이 지로智爐인데,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섰고, 크기와 작기가 고른 까닭에 오대라 이름했다’고 소개한다.
조선 최고 명문가 출신인 김창흡은 적멸보궁 터를 ‘산신이 지키고 있는 풍수 제일의 명당’이라 칭했다. 그러면서 오대산 네 가지 승경을 소개한다. 마치 유덕한 군자와 같이 가볍거나 뾰족한 태도가 전혀 없는 점이 제일 승경, 둘째는 빽빽한 잣나무숲과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져 속된 자들이 거의 오지 않는 점, 셋째, 암자가 빽빽한 산림 속에 있어 곳곳마다 하안거를 할 수 있는 점. 넷째, 샘물의 맛이 가히 절색이라 다른 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금강亞金剛이라 했다.
오대산 2017년 방문객은 150만여 명. 그중 10월 방문객이 33만1,702명이다. 5분의 1 이상이 10월에만 찾았다. 다른 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올가을 선홍빛 서린 전나무숲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여유를 즐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