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부처님 오셔서 혼돈세상 꽃밭으로 만들고 싶으실 것" > 언론에 비친 월정사

검색하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통Odae mountain Woljeongsa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언론에 비친 월정사

언론에 비친 월정사

[매일경제] "부처님 오셔서 혼돈세상 꽃밭으로 만들고 싶으실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9-05-10 08:39 조회5,142회 댓글0건

본문

12일 부처님오신날 특별 인터뷰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큰스님

 


"자기 중심으로 보면 불타는 세상이 되지요. 자기도 불타고 세상도 불타고…. 세상사 한발 물러나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건데 자꾸 자기 중심으로 보니까 문젭니다. 먼 우주에서 보면 지구도 개미집 아닐까요."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두고 신록으로 물든 오대산 산사에서 월정사 주지이자 조계종 백년대계 본부장인 퇴우 정념(退宇 正念) 큰스님(64)을 만났다.
 


혼돈의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지혜를 묻는 기자에게 스님은 "자기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른바 `중도정견(中道正見)`이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모든 사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불교 교리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주관에 집착하고 욕망에 휘말리면 어떤 것도 바로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깨달음은 실상(實相)을 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굳이 도를 닦을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빈자리로 돌아가면 세상을 보는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념 큰스님은 오대산의 상징과 같은 사람이다. 1980년 탄허 큰스님의 맥을 이은 만화 희찬 스님을 은사로 월정사로 출가했고, 2004년 주지를 맡아 지금까지 소임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된 사찰의 외형을 현재 모습으로 회복시킨 것도 스님의 공이다. "흔히 오대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어요. 넉넉하면서도 평화롭고 청량하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수행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복된 일입니다."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이야기를 꺼내자 화엄(華嚴) 사상으로 받았다. "지금 부처님이 오신다면 아마 화엄 세상을 만들려고 오실 겁니다. 화엄이란 말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입니다. 온 세상이 꽃밭이 되는 세상, 모두가 꽃인 세상, 크고 작은 온갖 꽃들로 가득한 세상 말입니다. 이 반목과 갈등의 세상에 유일한 답이 불교이고, 그중에서도 화엄 사상 아닐까요."

큰스님은 인터뷰 내내 `초연결 사회`니 `기술 혁명 시대`니 하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책도 미래 관련서를 많이 읽는다고 했다. "초연결 사회는 자존이 위협당하기 쉬운 시대입니다. 초연결 사회는 쉼 없이 마음을 밖으로 끌어내고 쉼 없이 정보를 전달합니다. 마음이 당해낼 수가 없어요. 일종의 과부하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런 과부하는 결국 욕망의 크기를 키웁니다. 불안·초초 상태로 가는 것이죠."

스님은 자기 자신의 숨결을 바라보듯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면서 과도한 집착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라고 주문한다. 스님은 5년 전쯤 틱낫한 스님을 만났을 때 들숨과 날숨 이야기로 의기 투합을 했다. "틱 스님은 들숨을 어머니, 날숨을 아버지라고 하더군요. 들숨과 날숨을 통한 명상은 부처님이 수행하셨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명상수행의 기본이 되는 게 호흡이죠."

스님은 지난 4월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을 맡았다. 스님이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불교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종교라는 믿음 때문이다. 미래를 설명하고 이끌어가야 할 불교가 혼돈의 늪에 빠져 있어 안타까웠던 것이다.

"불교가 살아남으려면 큰 몸부림을 쳐야 합니다. 거대한 불교 패러다임 전환 운동이 필요합니다. 사실 지금 불교 시스템은 농경문화 속에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농경불교 문화가 인공지능 시대 도시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습니까. 엄청난 전환이 필요합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불교는 기술 혁명 시대를 해석하고, 현대인에게 힐링을 제공할 수 있는 종교입니다. 서양 종교들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모순이 드러나지만 불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 신봉자인 수많은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명상은 불교 수행의 요체입니다."

스님은 주지를 맡은 이후 줄곧 산중과 도시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다. 단기 출가 학교, 숲 걷기 대회, 산사 영화제 등을 열었다. 2004년 처음 개설된 단기 출가 학교는 그동안 3000명이 다녀갔다. 한 달 동안 출가 체험을 하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문의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학교를 마치고 실제로 출가한 사람이 10%나 된다. 요즘에는 비종교인은 물론 타 종교인들도 입학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스님은 지난해 7월 오대산 자연명상마을(OMV)을 만들었다. "산중 사찰은 도시인들에게 허파와 같은 공간입니다. 불안과 혼돈의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머리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통찰의 세상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

스님은 금강경에 나오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구절이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고 했다. 머무르거나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행하라는 뜻이다.

"에고(ego·자아)를 해체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붙들고 있는 그것,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평창 = 허연 문화전문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