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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 一萬 문수보살과 함께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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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9-08-25 16:03 조회6,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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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萬 문수보살과 함께 걷는 길

 

 

⑥ 오대산 중대 사자암

 

산은 저마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오대산 역시 마찬가지다. 오대산에는 관음, 지장, 대세지, 문수, 나한 등 5만의 보살이 상주한다. 오대산의 이름은 5만의 보살이 상주하는 ‘다섯 곳(5대)’에서 왔다. 산 전체가 부처님의 그늘이다. 어디서 길을 시작해도 길 끝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있다. 또한 어디에서 길을 잃어도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오대산을 걷는 일은 모두 ‘순례’다. 어느 길에 들어서도 부처님의 그림자를 밟게 된다. 오대산에 선다. 그 옛날 자장 스님이 걸었던 길을 걷기로 했다. 중대 사자암으로 간다. 그 길은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대 사자암은 적멸보궁을 지키는 외호도량이다.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길목, 사자암이다.

문수보살에게 길을 묻다
상원사에서 길을 시작한다. 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까지는 걸어서 약 20분길이다. 사자암이 있는 중대는 일만의 문수보살이 상주하고 있다. 그 일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이는 자장 스님이다. 그리고 상원사가 그 일만보살의 시작이다. 상원사에는 문수보살과 문수동자를 모셨다. 일만 문수의 첫 번째 얼굴을 본다. 문수보살을 염원하는 스님의 염불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문수전에 들러 문수보살과 문수동자에게 길을 묻는다. 사자암으로 가는 길과 마음속에 얽힌 여러 길들을 묻는다. 문수전에서는 많은 대중이 길을 묻고 있다. 길마다 부처님 길인 오대산이지만 역시 길이란 쉬운 것이 아니다. 눈앞에 길은 많아도 그 길을 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이란 ‘법’이라는 말의 다른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곁에 두고 살아도 부처님처럼 살지 못하는 것이 그렇다. 그래도 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자암으로 가는 길을 그렇게 시작했다. 문수보살에게 길을 물었다.

문수보살이 일러준 길을 시작한다. 길은 숲과 숲이 만들고 있다. 산이 허락한 만큼이 길이다. 길이 있다는 것에서 많은 생각이 인다. 마주친 것들과 지나친 것들, 그 속에 남아 있는 것들, 이제는 마주칠 수 없는 것들, 지나칠 수도 없는 것들, 길 하나가 많은 생각들을 가져다준다. 문수보살이 일러준 길은 그렇게 많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한철 뜨겁기만 했던 태양의 빛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숲의 빛깔이 달라지고, 바람의 길도 달라지고 있다. 새들도 알고 있고, 벌과 나비, 길목마다 따라오는 다람쥐들도 알고 있다. 늘 우리가 제일 늦다. 와야 알고 가야 안다. 새들보다, 벌과 나비보다 늦은 우리는 그래서 문수보살과 함께 걸어야 한다.

큰길을 조금 걷다보면 작은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면 경사진 계단길을 만난다. 계단길에서는 일 보 일 보가 뚜렷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한 걸음 한 걸음 속에서 나는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다. 부끄러운 나, 어리석은 나, 게으른 나, 그렇게 ‘나’는 점점 늘어난다. 문수보살도 하나 둘 함께 늘어난다. 나 하나에 문수 하나. 그렇게 일만의 문수와 함께 걷다보면 사자암과 만난다.

작은 <화엄경> 사자암
한 발 한 발 걸어 오른 길은 어느새 해발 1000미터를 넘은 자리다. 계단 길의 마지막 계단 끝에서 사자암을 만난다. 도량의 모습부터 남다르다. 산세를 그대로 따라 지은 전각은 5대를 상징하는 5층탑의 형태를 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지붕들만 얹어 놓은 듯한 모습의 전각은 전각이라기보다는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그렇게 최소한의 숲을 빌려 지은 사자암은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셨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협시로 모셨다. 일만 문수보살의 마지막 얼굴이 아닐까.

사자암은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목이며, 보궁을 지키는 외호도량이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이 643년에 세워지고 2년 뒤에 월정사와 함께 사자암이 세워졌다. 1400년(조선 태종)에 중창됐으며, 이후 왕실의 내원당으로 명종 때는 승영(僧營)사찰로 보호되기 시작했고, 1644년부터 1646년 사이에 중수됐다. 이후에는 왕실의 보호로 사세를 유지하고 1878년(고종 15)에 재건되어 요사채로 사용되던 낡은 향각을 2006년에 5층탑 모양으로 새로 지었다.

사자암의 비로전 앞에 서면 오대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먼 능선 너머에서 뭉게구름이 몰려오고 스님의 염불독경 소리가 오대산을 채운다. 다른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세상은 없을 것 같은 풍경, 사자암이 지닌 비경이다.

비로전에서는 적멸보궁으로 가는 대중과 적멸보궁에서 내려온 대중들이 법신불께 향을 올리고 있다. 비로전 안의 사방 8면에는 각각 다섯 사자좌의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상계에 500문수보살상과 하계에 500문수동자상을 모셨다. <화엄경>에서 비로자나부처님은 석가모니불이 깨달음을 이루자 석가모니불과 일체가 되어 수많은 보살들에게 비로자나불의 무량한 광명에 의지해 설법했다. 그렇게 비로자나불에 의해 정화되고 장엄된 세계는 부처님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중생이 살고 있는 사바를 의미한다. 사바의 중생이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에게 귀의함으로써 부처님의 지혜 속에서 현실세계의 상황을 스스로의 눈에도 비치도록 한 것이다. 사자암 비로전은 작은 <화엄경>이다.

5만 보살 상주하는 오대산
645년 월정사와 함께 창건
1만 문수보살 상주 도량
적멸보궁 지키는 외호 도량
비로자나부처님 주불로 모셔
5대 상징 5층탑 형태의 전각

상원사 적멸보궁 가는 길
길 걷는 내내 독경 들려와
자장 스님 불사리 모신 곳
진신사리 증표 사리탑비 세워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신 사자암 비로전은 사방 8면에는 각각 다섯 사자좌의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상계에 500문수보살상과 하계에 500문수동자상을 모셨다.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신 사자암 비로전은 사방 8면에는 각각 다섯 사자좌의 문수보살을 중심으로 상계에 500문수보살상과 하계에 500문수동자상을 모셨다.

 

가깝고도 먼 길, 적멸보궁
길은 아직 남았다. 사자암은 사자암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처님을 만나라 간다. 상원사 적멸보궁으로 간다. 이번엔 비로전에 들러 비로자나부처님께 길을 묻는다. 보궁으로 가는 길과 아직도 풀리지 않는 길들을 다시 묻는다. 법신불의 설법을 따라 길을 시작한다. 사자암에서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자장 스님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이다.

“그대의 본국 동북쪽에 오대산이 있는데, 일만의 문수보살이 항상 머물고 있다오. 그대는 가서 뵙도록 하시오”

자장 스님은 중국 오대산의 문수보살을 만나고 싶어 636년에 당나라에 들어갔다. 스님은 7일 동안의 기도를 마친 후 문수보살을 친견했고 보살로부터 부처님 정골사리를 받아 돌아왔다. 스님은 문수보살이 일러준 길을 찾아 걸었고 그 길 끝에 부처님의 흔적을 모셨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통도사, 봉정암, 정암사, 법흥사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모두 자장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된 불사다. 그 옛날 자장 스님이 걸었던 발자국을 생각하며 걷는다. 길은 계단길이다. 길을 걷는 내내 독경 소리와 108배 참회문이 들려온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참회문이 따라온다. 일 보 일 보는 이제 일 배 일 배가 되어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 절 일 절 참회문이 들려올 때마다 많은 생각이 인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갈 수 있는 것이 없다. 길은 멀지 않은 길이지만 길은 먼 길이다.

무거운 발걸음이 나의 것임을 알게 됐을 때 쯤 108배 참회문이 끝나고 길도 끝이 났다. 보궁의 지붕이 파란 하늘에 걸려 다가온다. 길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싫든 좋든 나를 보아야 한다. 법신불이 일러준 대로 부처님의 지혜를 생각하며 나의 눈으로 나를 보아야 한다. 보궁 뒤로 부처님의 흔적이 있다.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증표로 사리탑비가 세워져있다. 먼저 올라온 대중과 함께 걸어온 대중들이 부처님의 흔적을 더듬고 있다. 모두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각자는 어떤 길을 걸었을까. 그 길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멀리 오대산 위로 뭉게구름이 모였다 흩어진다. 그리고 또 구름이 되어 만난다. 구름이 흩어지듯 이제 다시 각자는 각자의 길을 시작한다. 하나 둘 산을 내려간다. 다시 자장 스님의 발자국 위에 발을 포개며 산을 내려간다. 길이 있다는 것에 다시 많은 생각이 인다. 멀리서 새들이 날고 내 마음도 벌써 먼 곳으로 사라진다.

오대산 중대 사자암 가는 길
중대 사자암은 상원사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목이다. 사자암을 간다는 것은 적멸보궁으로 간다는 것이다. 상원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통 걸음으로 약40분 거리다.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먼 순례를 작정했다면 월정사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약 10km 길이다.

비로전 내부.
비로전 내부.
상원사 적멸보궁.
상원사 적멸보궁.
비로전에서 본 오대산.
비로전에서 본 오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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