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AI 시대 불교의 역할과 종단 운영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인간 소외와 양극화, 공동체 붕괴 등 현대 문명의 위기를 불교적 관점에서 성찰한 책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를 출간한 정념 스님은 AI 시대에 대한 종단의 준비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출간기념법회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차기 총무원장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이어져 이번 기념법회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교계 안팎의 시선을 대변했다, 그러나 정념 스님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향후 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출판기념법회는 6월 19일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법회는 정념 스님의 신간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와 ‘오대산문 수행일지’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법회에는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상월보선 대종사, 원로의원 웅산 법등 대종사,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 호계원장 정묵 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등을 비롯해 선운사 주지 경우님, 수덕사 주지 도신, 금산사 주지 화평, 관음사 주지 허운, 대흥사 주지 법상, 은해사 주지 성로, 봉선사 주지 호산, 화엄사 주지 우석, 고운사 주지 등운, 송광사 주지 무자, 쌍계사 주지 지현 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참석했다. 또 중앙종회 종책모임 선우회 소속 보인·제정·덕현·도성·세림·각연·용주·법원·덕림·해량 스님과 정법회 소속 대진·설암·설도·우경·원각·혜산·도림·종원·연규 스님, 중앙종회의원 보화·법주·법성 스님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축사를 통해 정념 스님의 수행과 실천, 시대적 문제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상월보선 대종사는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며 정념 스님의 뜻을 지지했고, 웅산법등 대종사도 개인의 해탈을 넘어 시대의 고통에 응답하는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오랜 수행 인연을,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AI 시대 불교의 지혜와 수행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단기출가학교와 명상마을, 오대산 사고박물관 등 수많은 불사를 추진하면서도 수행을 겸비해 온 선배 스님”이라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정관계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주호영 전 국회부의장은 월정사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하며 정념 스님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나타냈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수행은 저잣거리에서 완성된다”며 정념 스님이 제시한 시민보살론에 공감을 표했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AI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간”이라며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국회의원은 수행과 사회참여를 함께 실천해 온 정념 스님의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전재수 부산광역시장 당선인은 “오대산을 그대로 사람으로 만든다면 정념 스님의 형상일 것”이라며 “구분도 경계도 없이 모든 것을 품는 분”이라고 말했다.

기념법회에서 진행된 북토크에서 정념 스님은 “기술 발전 자체보다 인간 의식과 가치관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진단하며, “AI를 인간의 욕망과 사고방식을 증폭시키는 ‘업(業)의 증폭 장치’”로 규정했다. “화엄사상과 법계연기, 인드라망의 철학을 바탕으로 경쟁과 효율 중심 사회를 넘어 관계와 공존의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 정념 스님은 “수행은 법당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실천이어야 한다”며 ‘시민보살론’을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AI 시대 인간성을 지키는 핵심 가치로 명상을 강조했다.
책에는 이밖에도 월정사 자연명상마을 옴뷔, 단기출가학교, 청소년 명상 프로그램, 오대산 사고본 환수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 등 지난 30여 년간 정념 스님이 펼쳐온 수행·문화 불사도 담겼다.

출판기념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서 정념 스님은 최근 불교계의 모습에 대한 보다 가감 없는 의견을 밝혔다. 스님은 최근 논란이 된 AI 휴머노이드 수계 및 가사 착의에 대해 “AI에게 수계를 하거나 가사를 입히는 것은 AI 시대를 깊게 통찰하지 못한 결과”라며 “종교는 인간성의 문제이자 영성의 문제이며 AI 시대 종교는 인간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퍼포먼스 형태의 이벤트 중심으로 교단이 나아가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미래를 깊게 통찰하고 교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명상 종책에 대해서도 “불교를 쉽게 전달하고 젊은 층과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은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본질보다 방편이 앞서는 본말전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선명상은 조계종 정체성을 구현하는 문제와 연결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기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거는 종도들의 일이며 (현 총무원장 스님의)재임에 대한 평가는 종도들의 컨센서스를 통해 이뤄질 문제”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그런 자리가 주어지면 마다할 일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았다. 간담회 말미 “오늘은 출판기념회인 만큼 충분히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인 정념 스님은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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