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정사 마당 석조보살좌상 진짜는 여기에… 오대산 박물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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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0-02-05 15:33 조회5,565회 댓글0건본문
오대산 월정사 매표소를 통과하기 전 도로 우측에 왕조실록ㆍ의궤박물관과 월정사 성보박물관, 한강시원지체험관 3개의 박물관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오대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시설이다. 여행 길잡이라 생각하고 미리 둘러보면 좋다.
왕조실록ㆍ의궤박물관은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오대산사고는 1606년 설치돼 태조부터 명종까지 교정쇄본과 이후의 정본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해 오던 곳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곳에 보관해오던 서책은 조선총독부를 거쳐 일본으로 반출되는 비운을 겪는다. 동경제국대학이 보관하던 서책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상당 부분 소실되고, 대출로 화를 면한 27책은 1932년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됐다. 2006년에는 도쿄대학이 대한민국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47책을 추가 환수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사고 건물은 1992년 원래의 자리에 복원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도로에서 약 800m 떨어진 산중이다.
박물관은 오대산사고뿐만 아니라, 기록을 중시했던 조선이 실록을 어떻게 보관하고 지켜왔는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군주가 두려워할 바는 하늘과 사관의 기록뿐이다’라고 적은 정종실록의 글귀로 전시가 마무리된다.
한강시원지체험관은 한강의 또 다른 발원지 우통수(于筒水)와 그 물을 소개하는 곳이다. 한강 발원지는 태백 검룡소가 선점했으니 시원지라 이름 붙였다. 오대산 서대 부근에서 샘솟는 우통수는 오대천을 흘러 정선 아우라지에서 골지천과 합류해 남한강으로 흐른다. 골지천은 검룡소에서 시작되는 물길이다.
체험관에는 우통수에 대한 여러 사료를 전시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샘물’이라 기록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우통수가 다른 물과 쉽게 섞이지 않아 한강을 지날 때도 구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신문왕의 태자 보천과 효명왕자가 우통수 물을 길러 상원사 문수보살에게 공양하고 차를 달여 마셨다고 기록돼 있다. 우통수 샘은 오대산 서대 염불암 부근에 위치하고 있지만 겨울에는 길이 끊겨 갈 수 없다. 체험관에 전시한 모형으로만 비석과 샘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월정사를 상세히 보았더라도 성보박물관에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다. 팔각구층석탑 아래 놓인 석조보살좌상 진품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돔 형식의 커다란 전시관에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발산하는 기운이 복제품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거쳐 완성된 자연스러움이 보태진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조용한 숙소를 찾는다면 박물관 맞은편의 자연명상마을이 괜찮다. 투숙객을 대상으로 명상법회, 힐링 요가, 인문학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꼭 참가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격은 2인용 숙소 기준 12만원, 식사 두 끼가 포함된 가격이다. 침대를 갖춘 방안에 별도 명상 공간이 있다. 유리창에 담긴 오대산 자락 자연 풍광은 덤이다.
박물관 바로 앞에는 오대산먹거리마을이 조성돼 있다. 카페와 편의점 외에 10여곳 식당의 주 메뉴는 산채정식이다. 가마솥식당의 경우 1인 1만8,000원으로 비싼 편인데 눈개승마ㆍ 박쥐나물ㆍ전호ㆍ밤버섯ㆍ개발딱주 등 평소 들어보지 못한 산나물을 포함해 2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봄이면 제철 나물이 추가돼 30여 가지로 늘어난다고 하니 제값 하는 힐링 밥상이다. 꼭 한가지씩 천천히 재료 본래의 맛을 음미하는 게 좋다.
진부역에서 오전 7시50분(첫차는 월정사까지만)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하루 10회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까지 노선버스가 운행한다.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다. 역 안에서 무료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바로 옆 평창관광안내센터(창공)는 시간 보내기 좋은 휴식 공간이다. 작은 도서관처럼 서재가 있고, 넓은 창가에 편안히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가 비치돼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평창=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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