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조용헌 살롱] [1255] 월정사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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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0-07-27 09:32 조회4,307회 댓글0건본문
'우중월정(雨中月精)'이라! 비가 올 때는 월정사가 좋다는 말이다. 시절 인연이 맞았는가. 하필이면 장맛비가 쏟아지는 시절에 월정사 객방에서 이틀 밤을 묵게 되었다. 베개를 베고 객방에 누워 있는데 계곡물 소리가 압권이다. 쏴~아 하고 흐르는 물소리가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가 바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다. 생각이 많고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은 물소리가 특효약이다. 머릿속에서 불타고 있는 번뇌를 씻어 버린다. 머릿속의 불은 물소리로 꺼야 한다. 많이 들어도 질리지 않는 소리가 계곡물 소리다. 월정사 앞으로는 오대천 물이 둥근 달처럼 감아 돌아 흐르는 수세이다. 절터의 동서남북 사방으로는 산봉우리들이 연꽃처럼 감싸고 있고, 그 앞을 둥그런 만월수(滿月水)가 감아 돌아 흐르고 있으니, 이만하면 천하 명당이라 할 만하다. 신경 써서 먹고살아야 하는 중생들은 월정사에 들러서 하룻밤 자고 가면 좋을 듯하다. 오대산은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차를 우리기에 좋은 물이 우통수(于筒水)다. 옛날부터 우통수의 명성은 자자했다. 물맛이 좋고 물이 무겁다는 것이다. 물이 무겁다는 것은 몸에 좋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징표다. 이 물이 한강으로 흘러간다. 조선시대에도 서울 사람들은 한강 가운데로 배를 타고 가서 물을 뜨면 오대산에서 흘러온 우통수를 길을 수 있다고 여겼다
우통수는 물의 비중이 높아서 수백 리를 흘러오는 동안에도 다른 물과 잘 섞이지를 않고 강심으로 그대로 흘러오는 속성이 있다. 우통수의 시원은 신라의 두 왕자 보천과 효명 왕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 왕자는 오대산에서 수도했는데, 매일 아침 우통수를 길어다가 오만보살(五萬菩薩)에게 차 공양을 올렸다. 그 공덕으로 효명 왕자는 신라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33대 성덕왕이 되었고, 보천 왕자는 도를 깨친 도인이 되었다. 오대산 서대 수정암의 우통수, 동대 관음암의 청계수, 남대 지장암의 총명수, 북대 미륵암의 감로수, 중대 사자암의 옥계수, 적멸보궁의 용안수(龍眼水)는 모두 일급 샘물이다. 오대산의 일급 샘물들이 흘러 월정사 앞의 금강연(金剛淵)에서 만난다. 금강연은 바닥의 암반에서 물이 용출(湧出)하는 특이한 구조다. 용출하는 금강연 물과 오대산 샘물이 합수해서 한강으로 내려가는 우통수가 된다고 월정사 주지 정념(正念·64)스님은 설명한다. 물소리로 머리속을 씻고 샘물로 배 속을 씻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7/2020072700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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