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일상다담(日常茶談) | ‘온택트’ 시대의 대안? 자연·명상·치유·불교의 오대산이 세계유산 안에 답 있다


평창 월정사 | 정념 스님 
1980년 월정사에서 희찬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월정사와 상원사 등 선원에서 
49안거를 성만했다. 조계종 11·12·13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고, 2012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조계종 백년대계본부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다.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일상이 됐다. 교육 현장까지 비대면 온라인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집콕이 길어지면서 여행은 물론 사람과의 만남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랜선 라이프’는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형태가 됐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온택트(Ontac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법당에서 법회를 보고 함께 수행하던 불교의 일상도 달라졌다. 전 세계의 종교도 온택트를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2020 오대산 문화포럼’으로 한국불교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 지점을 탐색한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을 만났다. 

 

사진. 유동영

 

|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정념 스님은 연일 이어지는 오대산 포럼 일정에 분주했다. 주지 소임에도 여전히 화두를 붙드는 스님의 정진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유튜브 채널 월정사TV에서 생중계하는 ‘불꽃 속에 피는 연꽃’에서 새벽과 저녁 두 차례 대중과 함께 정진했고, 오전과 오후엔 오대산 포럼 전체 일정에 참여했다. 오대산 포럼 내내 정념 스님의 일념은 미래와 불교 그리고 인류에 가 있었다. 

 

: ‘오대산 포럼’에서 오대산과 월정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스님의) 많은 고민이 엿보였다. 

“녹색 미래 없는 지구촌에서 인류는 과연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요? 지구상에는 5번의 대멸종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기는 언제일까요? 지금입니다. 인류 스스로 공업으로 함께 자멸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개인은 공감하고 담론만 내놓을 뿐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세계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종교 특히 불교의 역할은 어디에 있나?

“거시적인 측면에서 지구촌 위기는 생태 위기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연결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에요. 이 위기를 치유하고 대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생태 문명이라는 패러다임이 나오는데, 불교적 삶이 그것이죠. 인간과 자연 그리고 모든 생명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이치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열려야 합니다. 그 관계와 자신을 성찰하는 지혜가 바로 세계관의 전환이죠. 불교는 생명과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과 삶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물음에서 그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 생태문명은 오대산과 월정사를 대변하는 화엄 사상과도 접점이 있는 것 같다.

“오대산은 화엄 사상으로 개산한 도량입니다. 사상적 흐름이 화엄이죠. 근대에는 탄허 스님도 화엄이 21세기 세계의 대안 사상이라고 주창하셨습니다. 화엄의 세계관에는 티끌 하나에도 온 우주가 있다는 관계성의 섭리가 있습니다. 전체가 하나로, 하나가 전체로 이어졌다는 혜안, 그 눈을 열어주는 사상이 바로 화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다른 존재와 세상을 바라보기에 분별하고 차별합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소위 불교에서 말하는 탐욕, 분노의 발생으로 나누고 차별하는 어리석음입니다.”

 

|    상생·공존·행복의 공간, 오대산

정념 스님은 불교의 역할이 탐욕을 기반으로 한 현대 문명을 어떻게 생태적 문명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고 내다봤다. 인간이 지닌 탐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상생과 공존, 행복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은 자연과 명상, 치유 그리고 불교를 모두 담고 있는 오대산이 미래의 대안이라고 확신했다. 

 

: 오대산이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명 위기 시대를 맞은 지구촌에서 세계관 전환이라는 대안을 오대산과 월정사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오대산에는 적멸보궁이라는 성전이 있고, 역사 속에 녹아있는 문화들이 있습니다. 그런 문화와 성전과 더불어 오대산의 생태적 환경이 체험과 교육의 장이 되는 길을 고민 중입
니다.”

 

: 오대산은 이미 명상, 출가 정신, 천혜의 자연 등 문화적인 요소가 많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적멸보궁,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 10여 년 이어온 단기출가학교, 천년 숲 전나무길, 수행자들이 거닐었던 선재길, 한암 스님의 고고함과 탄허 스님의 혜안, 한국 근대사를 관통한 소설가 조정래…. 오대산과 월정사에는 세계유산으로도 손색없는 자연적·문화적 유산이 있습니다. 모두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 토대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는 우리의 몫이죠.”

 

: 이미 많은 부분이 디자인 돼 있다.

“오대산 자연환경을 활용해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할 계획입니다. 힐링의 중심은 명상에 있습니다. 이 좋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선 수행의 명상 문화를 하나하나 정리해서 현대인을 위한 치유공간이자 재충전의 공간으로 오대산과 월정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    온택트 오대산·월정사 ON AIR

월정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스튜디오와 유튜브 채널을 열고 월정사TV를 개국했다. 월정사TV로 새벽과 저녁에 ‘불꽃 속에 피는 연꽃’이라는 실시간 명상프로그램을 중계하는 것은 물론 선공 스님의 걷기명상, 월정사 산중 배추운력, 오대산 선재길 명상축제, 상원사 광명진언 철야법회, 생활 속의 일과 수행 등 불교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정념 스님은 “온라인 문화를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개국했다”며 “산중의 수행, 힐링, 기도 등 많은 자산을 온라인에 담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모든 일은 월정사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조각들이다. 정념 스님과 월정사의 비전은 세계적인 명상·치유센터다. 오대산 일원을 명상·치유도량으로 만들겠다는 원력인 셈이다. 

 

: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발전을 이룬 과학이 언택트 시대의 초연결을 구현하는 시대다. 어떻게 바라보나.

“과학이 초연결의 시대를 구현하지만, 반면 굉장히 분절되고 자기중심적인 ‘나홀로’ 문화를 확산합니다. 온택트를 포함한 현재의 모든 일상이 그렇죠. 이로 인해 정신적인 병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코로나 블루(우울),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암담) 등이 그렇죠. 영성의 고갈이 만드는 마음의 병은 어디서 치유해야 할까요? 자연과 걷기와 명상의 문화가 깃든 오대산의 환경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 명상과 치유의 공간인 오대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

“오대산은 성산(聖山)입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고, 한암과 탄허 스님 등 출가수행자의 표상이 있으며, 수많은 납자들이 정진하는 출가 정신이 있습니다. 아울러 하늘이 선물한 자연도 있죠. 세계적인 명상·치유센터로서 오대산이 인류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유산 등재 등 오대산과 월정사의 큰 그림이 궁금하다.

“인간이 가진 우울과 고독, 정신적 병리 현상은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이끄는 방편으로 명상은 가장 큰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명상은 우리가 연결됐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문화로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세계관 전환의 힘을 오대산에서 찾길 바랍니다.”

 

정념 스님은 예리하게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며 신중한 걸음[호시우보(虎視牛步)]으로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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