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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sns선원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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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0-08-16 12:13 조회3,9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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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 수도였던 개경. 그곳에서 가장 먼 땅 끝 벽지에 1207년 미망의 어둠을 떨치고 불교의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불일(佛日) 보조국사의 이야기다. 지눌스님은 당시 매너리즘에 깊이 침잠돼 있던 고려불교를 깨우기 위해, 개성과 가장 먼 순천에 수선사(修禪社)라는 결사 도량을 건립한다. 오늘날의 교통편으로도 서울에서 순천은 멀고 먼 하세월인데, 당시 개성에서 순천이란 백년하청(百年河淸)과 같은 거리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고려 말이 되면 송광사는 ‘동방제일도량(東方第一道場)’이라는 타이틀로 불교계에 우뚝 서게 된다. 구산선문 중 사굴산문의 시원 사찰은 강릉의 굴산사다. 그런데 고려 말에는 사굴산문의 최고가 송광사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고려 말 최고의 고승인 나옹은 1371년 왕사가 된 직후, 공민왕의 왕명으로 송광사 주지를 맞게 된다. 이는 당시 송광사가 사굴산문을 넘어 고려 최강의 수행도량이었음을 의미한다. 이후 송광사는 나옹의 제자인 무학대사(왕사)와 보각국사 환암혼수 등이 주지를 맡게 된다. 즉 송광사는 흔히 16국사로 알려져 있지만, 국사 외에도 내로라하는 왕사들도 많이 주석한 명찰인 것이다.

송광사를 보면, 수행의 짙은 향기는 거리의 불편함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사에는 지리적 입지와 대도시와의 거리 운운하면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스님들이 많다. 그러나 송광사를 보면, 일의 성패는 참다운 수행과 실천에 있는 것이지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최근 내가 사는 오대산 월정사에도 하안거를 맞아 자그마한 결사가 있었다. 공식 명칭은 ‘화리생연(火裏生蓮)’ 즉 불꽃 속에 피는 연꽃인데, 이런 거창한 명칭은 됐고 속칭은 ‘유튜브 결사’다. 하안거를 맞아 소임자인 국장 스님들이 새벽 5~6시와 저녁 8~9시까지 매일 같이 2시간씩 참선을 하는데, 이걸 매번 유튜브로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을 수도 있다. 즉 조용히 수행하면 되는데 말이다.

일의 발단은 이렇다. 원주실에서 스님들이 차를 마시다가, 한 스님이 안거 기간에 사중 스님들도 선원 스님들처럼 정진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그럼 유튜브로 생중계하면 어떠냐고 하면서 일을 키웠다. 나는 사실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왜냐하면 주어진 소임을 살면서 과외로 하루에 2시간씩 참선을, 그것도 생중계로 하겠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하는 사람을 사부대중까지 자발적으로 모아서 하겠다니…. 그러다 제풀에 말겠거니 했는데, 결국 스님들이 일을 벌였다. 덕분에 세계 최초의 자발적인 유튜브 결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두 달 남짓 되니 하나둘 입소문이 나면서, 오프라인 정진 공간인 법륜전과 유튜브 선방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코로나 시대에 SNS 선방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간을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SNS 선방,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수행의 풍취인가!

부처님께서는 수행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른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 SNS 선방은 공간의 제약을 뚫고서 산사의 청량한 기운을 5G의 속도로 도심 속으로 배달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아예 내친김에 SNS 방부도 받자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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