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특별기고]화합과 상생으로 가는 길 -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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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1-01-07 15:53 조회3,186회 댓글0건본문
흰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도민 여러분의 가정에 불은(佛恩·부처님의 은혜)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멈춤'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목도하게 되면서 일부는 동요했고 또 일부는 혼란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기마다 빛을 발하는 우리의 국민성은 그 엄혹한 시기를 묵묵히 버텨내고 세계의 모범이 되는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의미마저 생소했던 '언택트(Untact)'라는 단어가 이제는 우리의 삶 속에 너무도 친숙하게, 또 자주 쓰이는 표현이 돼 버렸습니다. 이 단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많은 횟수로 뉴스 안에 등장했다고 하니 지난 한 해는 사회적 담론(談論)의 상당 부분이 말 그대로 코로나19로 잠식된 해라고 하겠습니다. 새해에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갈등과 반목들은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정에 힘을 보태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위정자들의 언행은 성숙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닿지 못하고 답답함과 분노만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수신문은 2020년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습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꼬집는 말입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한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상대를 부정하면 나도 부정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화합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 입니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가르침처럼 우리 모두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안경'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편을 가르게 되고 진영의 논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주관에 집착하고 욕망에 휘말리게 되면 어떠한 것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됩니다. 항상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탐욕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대립과 갈등, 반목에 대한 해결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는 최악의 적은 아집과 고집으로 뭉쳐진 '에고(Ego)', 자아(自我)입니다. 에고가 강하면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강렬해지고, 인정을 받지 못하면 큰 상처를 받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에 사로잡히면 별것도 아닌 것에 분노하고 괴로워합니다. 금강경에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집착함이 없이 마음을 낸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대한다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깊은 갈등의 골은 메우고 화합의 마중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조금씩 헐어내고 소통에 나선다면 화합과 상생의 기운은 한 발짝 우리에게 더 빨리 다가올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올 한해 도민 여러분의 가정에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시길 축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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