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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론]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 `여의주' 물고 비약(飛躍)하는 해(강원일보)_2012.01.0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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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1-04 09:16 조회10,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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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瑞氣) 충만한 임진년 새해가 장엄하게 떠올랐습니다. 60년 만에 맞은 영험한 흑룡의 해입니다. 화엄세계의 발원지 오대산을 비춘 햇빛은 늘 그랬지만 새해 첫 아침에는 원기가 물씬 서렸습니다. 그야말로 상서로운 기운입니다. 하니 삼라만상의 용틀임 기세가 역력합니다.

지난해에는 희비애락이 유난했습니다. 현실이 가혹해 염원이 더 간절했습니다. 연초부터 구제역 광풍에 혹한과 폭설이 겹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물가마저 치솟아 내내 힘겨웠습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난 중에 위안받을 수 있었으니 마침내 2018동계올림픽을 평창에서 개최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내세운 슬로건대로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연 쾌거이기에 강원인 모두의 노고에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요즘 정치권이 온통 절박한 표정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권력자가 바뀌는 긴박한 상황에도 그다지 불안해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국민의 성숙함도 참으로 대견합니다.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 남북관계가 호전되길 기대합니다.

2012년, 올해는 우리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총선과 대선을 통해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와 민족적 패러다임을 제대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건너오는 정치·경제적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무난히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습니다. 하여 `상생의 철학'이 요구됩니다. 이기고 보자는 식의 감각적 정책보다 상생과 통합의 지혜가 발휘될 수 있는 사고(思考)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됩니다. 어떤 관계든 소통해야 합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습니다. 신뢰, 믿음이 없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존립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를 헤아리는 국민의 선택 여부에 국가와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해입니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대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류의 제전'입니다.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역량을 총체적으로 펼쳐내는 축전입니다. `동방의 진주' 대한민국, 그 국격(國格)이 발휘되는 문화 올림픽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뇌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대산 사고(史庫)에서 일제 조선총독부가 강탈해간 조선왕실의궤가 지난해 환국했습니다.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던 우리 민족의 정기를 무려 89년 만에 국민의 의지로 되찾은 것입니다. 똑같은 경우로 5년 전에 귀국한 조선왕조실록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문화재든 제자리, 본래의 위치에 있어야 가치를 지니는 법입니다.

심신이 시리십니까?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鐵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 撲鼻香)”이라 했습니다. 당나라 고승 황벽 선사의 열반송입니다. `뼛속에 사무치는 추위 없이는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냉혹한 현실에서 응결된 고매한 지조를 가슴 깊이 새기고 한 해를 시작할 일입니다.

용(龍)은 생성(生成)과 비약(飛躍)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입니다. 인간 세상에 비유하면 고결한 인격, 완전한 시스템의 화신입니다. 모두의 소원 성취와 만사의 화룡점정(畵龍點睛), `여의주'를 입에 물고 용솟음치는 한 해이길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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