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길을 거닐면, 미움이 사라지네 (경향신문)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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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7-12 10:16 조회11,035회 댓글0건본문
그 숲길을 거닐면, 미움이 사라지네
ㆍ‘천년사찰 천년숲길’ 저자가 추천한 여름길
고찰일수록 그 절로 이어지는 숲길이 깊다. 그 푸름이 한층 더해진 여름의 숲길에서는 산새와 바람과 물소리가 반겨준다. 이런 오래된 숲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힘들 때는 많은 위안을 가져다준다. 그 길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명상이 되고 상처 입은 마음은 치유된다. 불교 전문기자 여태동이 펴낸 <천년사찰 천년 숲길>(클리어마인드)은 사계절 아름다운 절집과 그 절에 오르는 걷기 좋은 숲길에 대한 걷기명상 에세이다. 그중에서 책의 저자가 추천한 여름길을 소개한다.
■ 평창 월정사 전나무 숲길
속세를 떠나 수행의 길을 가는 듯한 절연(絶緣)의 길이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 숲에 들면 4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이 숲의 바다는 마음속의 허파와도 같다.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호젓한 길을 걸으면서 듣는 오대천 계곡물소리는 정신을 정제해준다. 월정사 스님들 사이에 우중월정 설중오대(雨中月精 雪中五臺), 비 오는 여름 풍광은 월정사가 최고요, 눈 오는 풍광은 오대산이 최고라는 말이 전해진다. 전나무숲 자연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나무숲길~월정사~부도군~섶다리~동피골 상원사(9㎞) 코스. 한강 발원지로 알려진 우통수도 찾아보길 권한다.
■ 여주 신륵사 남한강의 물길
남한강이 흘러드는 여주는 ‘아름다운 물의 고장’이다. 신륵사는 풍수에서 백두대간 줄기의 봉황꼬리에 속하는 명당터다. 남한강을 끼고 강물 구경을 할 수 있는 코스와 사찰 경내 극락보전 뒤 솔숲에 있는 나옹선사 부도전으로 나누어 걸을 수 있다. 바위 전체를 기단으로 삼은 석탑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모습이 압권이다. 신륵사는 고려 말 나옹선사가 머문 사찰로 유명하다. 극락보전 뒤편 소나무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의 부도와 탑비가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나옹선사가 지은 선시(禪詩)를 음미해보기 바란다.
■ 밀양 표충사 적멸숲길
주차장에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3㎞. 다비장(불교식 화장터)이 있는 소나무 숲길을 걸을 때면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님을 느낀다. 길과 잘 어우러진 표충사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다. 사찰을 둘러싼 대나무숲은 정갈하다. 사찰 경내에서 뒤편에 우뚝 서있는 재약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기여행이라면 ‘사자평’으로 널리 알려진 재약산 산들늪을 꼭 한번 다녀오시라. 경남 밀양시와 울주군에 걸쳐있는 250만평의 광대한 고원 늪지대다. 가을 억새군락지로 더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모아 훈련시킨 곳이다. 절에서 층층폭포, 금강폭포, 얼음골이 멀지 않다.
■ 양산 통도사 소나무 숲길
바람에 실려온 솔향기가 속진번뇌 씻어내는 곳. 통도사 일주문을 지나서 자동차길을 피해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환상적인 소나무 숲길(1㎞)을 만난다.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가 즐비하다. 숲길 옆에는 계곡이 흐른다. 고요한 숲에 청량한 물소리는 영축산이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다. 적멸보궁 사리탑, 부도원 등 사찰 경내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솔하다. 소나무 숲길, 안양암에서 보는 비로암 일출, 비로폭포, 자장동천 계곡, 극락암 영지, 영축산성의 노을, 취운암의 저녁 종소리를 통도8경이라 한다. 어느 경치를 봐도 이곳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 부산 범어사 등나무 숲길
천연기념물 제176호인 등나무 군락지는 도심사찰 범어사를 대표하는 숲이다. 어우렁더우렁 넝쿨들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친다. 범어사는 미로를 걷는 느낌이어서 처음 걷는 이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절집 가득 왕대나무가 자라고, 육화행료 건물에서는 기와건물 미학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사찰을 둘러보고 시간이 된다면 금정산을 오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월정사, 봉선사(광릉) 숲과 더불어 3대 전나무숲으로 불리지만 색다른 전나무숲이다. 숲의 장대함이 으뜸이다. 터널을 이룬 숲길(1㎞) 아래로는 드문드문 산죽이 자란다. 내소사 꽃창살문과 대웅보전에는 목수와 ‘관음새’에 얽힌 전설이 있다. 대웅보전 앞에는 천년 수령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와 능가산을 체험하는 트레킹코스가 있어서 템플스테이도 인기가 있다.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고찰일수록 그 절로 이어지는 숲길이 깊다. 그 푸름이 한층 더해진 여름의 숲길에서는 산새와 바람과 물소리가 반겨준다. 이런 오래된 숲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힘들 때는 많은 위안을 가져다준다. 그 길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명상이 되고 상처 입은 마음은 치유된다. 불교 전문기자 여태동이 펴낸 <천년사찰 천년 숲길>(클리어마인드)은 사계절 아름다운 절집과 그 절에 오르는 걷기 좋은 숲길에 대한 걷기명상 에세이다. 그중에서 책의 저자가 추천한 여름길을 소개한다.
■ 평창 월정사 전나무 숲길
월정사 전나무숲길. 400년이 넘은 고사목과 하늘을 찌를 듯한 장대한 나무들의 숲에서 현재진행형의 윤회를 배운다. | 클리어마인드 제공
■ 여주 신륵사 남한강의 물길
남한강이 흘러드는 여주는 ‘아름다운 물의 고장’이다. 신륵사는 풍수에서 백두대간 줄기의 봉황꼬리에 속하는 명당터다. 남한강을 끼고 강물 구경을 할 수 있는 코스와 사찰 경내 극락보전 뒤 솔숲에 있는 나옹선사 부도전으로 나누어 걸을 수 있다. 바위 전체를 기단으로 삼은 석탑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모습이 압권이다. 신륵사는 고려 말 나옹선사가 머문 사찰로 유명하다. 극락보전 뒤편 소나무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의 부도와 탑비가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나옹선사가 지은 선시(禪詩)를 음미해보기 바란다.
■ 밀양 표충사 적멸숲길
주차장에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3㎞. 다비장(불교식 화장터)이 있는 소나무 숲길을 걸을 때면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님을 느낀다. 길과 잘 어우러진 표충사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다. 사찰을 둘러싼 대나무숲은 정갈하다. 사찰 경내에서 뒤편에 우뚝 서있는 재약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기여행이라면 ‘사자평’으로 널리 알려진 재약산 산들늪을 꼭 한번 다녀오시라. 경남 밀양시와 울주군에 걸쳐있는 250만평의 광대한 고원 늪지대다. 가을 억새군락지로 더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모아 훈련시킨 곳이다. 절에서 층층폭포, 금강폭포, 얼음골이 멀지 않다.
■ 양산 통도사 소나무 숲길
바람에 실려온 솔향기가 속진번뇌 씻어내는 곳. 통도사 일주문을 지나서 자동차길을 피해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환상적인 소나무 숲길(1㎞)을 만난다.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가 즐비하다. 숲길 옆에는 계곡이 흐른다. 고요한 숲에 청량한 물소리는 영축산이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다. 적멸보궁 사리탑, 부도원 등 사찰 경내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솔하다. 소나무 숲길, 안양암에서 보는 비로암 일출, 비로폭포, 자장동천 계곡, 극락암 영지, 영축산성의 노을, 취운암의 저녁 종소리를 통도8경이라 한다. 어느 경치를 봐도 이곳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 부산 범어사 등나무 숲길
천연기념물 제176호인 등나무 군락지는 도심사찰 범어사를 대표하는 숲이다. 어우렁더우렁 넝쿨들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친다. 범어사는 미로를 걷는 느낌이어서 처음 걷는 이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절집 가득 왕대나무가 자라고, 육화행료 건물에서는 기와건물 미학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사찰을 둘러보고 시간이 된다면 금정산을 오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월정사, 봉선사(광릉) 숲과 더불어 3대 전나무숲으로 불리지만 색다른 전나무숲이다. 숲의 장대함이 으뜸이다. 터널을 이룬 숲길(1㎞) 아래로는 드문드문 산죽이 자란다. 내소사 꽃창살문과 대웅보전에는 목수와 ‘관음새’에 얽힌 전설이 있다. 대웅보전 앞에는 천년 수령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와 능가산을 체험하는 트레킹코스가 있어서 템플스테이도 인기가 있다.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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