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쳤던 사찰내 곳곳의 의미(국제신문)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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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6-20 12:21 조회11,920회 댓글0건본문
무심코 지나쳤던 사찰내 곳곳의 의미
부산포교원장 월정사 자현 스님, 사진 330장과 함께 100문 100답
- '수미산 우주론' 따른 가람 배치
- 에밀레종 인신 공양 전설 허구성
- 석굴암 불상의 '섹시미' 등 해설
- 사찰의 상징세계 상·하/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각 2만2000원
부산포교원장 월정사 자현 스님, 사진 330장과 함께 100문 100답
배흘림기둥 형태의 부석사 무량수전과 엔타시스(entasis) 양식의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오른쪽 사진). 우리나라 절의 배흘림기둥은 옆이 채워져 멀리서 볼 때 오목렌즈처럼 안쪽으로 휘는 현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없다. 이와 달리 파르테논 신전은 옆이 개방돼 착시 보정 효과가 나타난다. 불광출판사 제공 |
- 에밀레종 인신 공양 전설 허구성
- 석굴암 불상의 '섹시미' 등 해설
- 사찰의 상징세계 상·하/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각 2만2000원
※사찰은 대부분 '수미산 우주론'을 따르므로 범어사와 배치가 비슷하다. |
절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소풍, 직장인 야유회 때 빠지지 않고 들러보는 곳이다. 절은 주로 산에 있고 구조가 비슷한 것 같지만, 왜 여러 절집이나 탑이 그곳에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사찰의 상징세계 상·하는 사찰에서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궁금증을 100개의 문답으로 풀어낸 책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교무국장 겸 부산포교원장인 자현 스님이 인도 불교와 중국 철학, 한국학, 미술사학을 전공한 이점을 살려 쉽게 설명하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이에 더해 김성철 하지권 사진작가의 컬러 사진 330여 장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절에 가보면 대체로 구조가 비슷하다. 개울을 건너는 다리와 일주문, 그 뒤에 있는 천왕문, 그리고 그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탑과 대웅전이 나타난다. 이는 같은 관점에 따라 가람 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절은 '수미산 우주론'을 설계도로 해서 수미산 꼭대기인 도리천에 붓다를 모신다"고 설명했다. 수미산(須彌山)은 현실에 실재하는 산이 아니라 인도 문화 속의 우주 산을 말한다.
왜 오래된 사찰은 대부분 산에 있을까.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을 거치면서 도시 안의 사찰이 모두 양반집으로 변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에서 멀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지 사찰만 남게 됐다. 실제로 붓다는 사찰의 입지와 관련해 '마을과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이라고 언급했다. 사찰이 산으로 들어가면서 전통문화를 독창적으로 수용해 산신각, 산령각과 같은 산신을 모신다. 한국 불교의 특징 중 하나다.
오해나 착각하고 있는 사실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저자는 에밀레종에 어린아이를 넣었다는 인신공양 전설의 허구를 얘기한다. 주물 과정에서 수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동이 식었을 때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타종할 때 종이 깨져버린다. 수분이 많은 사람을 넣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관한 오해도 다뤘다. 배흘림이란 기둥의 위쪽에서 3분의 2지점이 퉁퉁하게 부풀어 있는, 말 그대로 배가 흘려져 있는 것 같은 기둥으로 50대 아저씨의 체형을 연상케 한다. 저자는 "배흘림기둥은 멋에 치중한 선진 문화를 수용했을 뿐 기능을 구현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같이 배흘림기둥의 옆이 채워져 있으면 착시 보정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처럼 옆에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건축에서만 시각적 보정 효과가 나타난다.
석굴암 본존불. |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경주 석굴암 불상의 '섹시미'에 주목한다. 실제 석굴암 불상 이전에는 양어깨를 모두 덮는 통견(通肩) 양식이었지만 석굴암 불상이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편단우견(偏袒右肩)을 취하면서 한국 불상 양식은 일대 변화를 보이게 된다. 저자는 "오른쪽 젖꼭지만 아니라 가사 속에 비친 왼쪽 젖꼭지야말로 섹시미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더 섹시하다. 석굴암 불상에는 섹시함이 특유의 범접하기 어려운 근엄한 유연성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세속과 초월의 균형이다." 화강암으로 이를 표현해낸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솜씨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 책을 읽고 절을 찾는다면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사찰의 세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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