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 대세는 ‘힐링’(시사인 라이브)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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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7-27 09:35 조회11,701회 댓글0건본문
올 여름 휴가, 대세는 ‘힐링’ | ||||||||||||||||||||||||
여행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한 결과, 이번 휴가의 대세는 ‘힐링’이었다. 몸을 재충전하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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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문지 편집장과 수석기자들에게 여름휴가 여행지 추천을 부탁했더니 썰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여행을 일로 가기 때문에 휴가 때는 여행을 가지 않고 쉰다. 특히 성수기에 여행을 가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것이었다. 여름휴가에는 확실히 이런 이중성이 있다. 모두가 일할 때 자기만 가는 여행은 여유롭지만 다들 쉬는 기간에 함께 가는 여행은 경쟁이 된다. 조금 일찍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아이를 데리고 워터파크가 있는 강원도의 대형 콘도에 다녀왔는데 아파트 단지만큼 숙소가 많았다. 상가는 아파트 단지 이상이었다. 웬만한 브랜드는 다 들어와 있어서 서울보다 더 편리했다. 도시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가뭄의 정점에서 물놀이를 하며 살짝 양심의 가책도 느꼈다. 너무나 편리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하지만 시골 민박집에서 잤다면 벌레를 싫어하는 아이는 짜증을 냈을 것이다. 여행은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 어느 절묘한 지점에 있을 때 가장 여행답다. 가는 길에 경쟁하고, 가서도 경쟁하는 유명 여행지로의 여행으로는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는 알리바이 외의 것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여행 전문가와 <시사IN> ‘B급 좌판’ 추천위원들에게 두루 수소문한 결과 대략 윤곽이 나왔다. 대세는 ‘힐링’이었다. 지친 몸을 더 지치게 만드는 여행이 아니라 재충전하게 해주는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올 상반기 대한민국을 관통한 단어가 ‘멘붕(멘탈 붕괴)’이라면, 여름휴가의 키워드는 응당 ‘힐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도심에서 힐링-‘허허실실’ 휴가법 먼저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 여행법이다. <AB-ROAD>의 정명효 편집장이 추천한 방법인데, 호텔 패키지나 도심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라는 싱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에서 한가함을 찾는 허허실실 여행법인데, 서울의 경우 정씨는 종로구 부암동을 추천했다. 도심 속 옛 마을을 찾는 서울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제 인사동과 삼청동을 지나 부암동으로 옮아갔다. 맛집도 많고 멋집(분위기 있는 카페)도 많아 잔재미가 수북하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 터가 있어서 ‘백사실계곡’이라고 이름 붙은 조그만 계곡도 있다. 정말 얕고 조그만 계곡이다. 하지만 도심에 이런 계곡이 있을 줄이야,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감 있다. 도롱뇽 알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성곽길도 연결되어 있고 근처 인왕산에 오르면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인왕산길은 월요일이면 일부 출입을 통제한다). 맛집·멋집·술집 한 곳씩만 추천한다. 맛집은 ‘아트 포 라이프(Art for Life)’라는 레스토랑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곳인데 음식과 인테리어가 자연주의로 똘똘 무장한 곳이다. 이곳을 추천하려 했더니 단골인 한 기자가 뜯어말렸다. 이런 곳은 꼭꼭 숨겨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멋집은 여행작가 박상준씨의 ‘황당’ 카페를 추천한다. 9.9㎡(3평) 남짓한 카페인데 요즘 부암동에 생겨나는 조그만 카페의 전형이다. 주인이 자주 여행을 가서 카페가 닫히는 날이 많다. 술집은 ‘치어스’를 추천한다. 치킨 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름이니 시원한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부암동 투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성싶다. 이 세 곳 말고 마음 가는 곳이면 어디든 들러 ‘나만의 명소’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권한다. 도시를 떠나지 않는 여행법 중 하나는 내 몸을 탐험하는 것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인데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무용치료·동작치료 전문가인 한지영 힐링모션 대표를 찾았다. 한 대표는 무용의 언어인 몸짓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준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대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기자는 얼마 전 힐링모션 공개수업에서 그룹이 어떻게 몸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체험한 바 있다. 파트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부부나 연인에게도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몸을 탐하고 욕망을 충족하는 섹스보다 더 소통적인 방식이랄까? 서로의 몸에 대해 이해하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다.
심신이 지친 사람이 여름휴가를 멀리 가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자칫하다가는 더 지치기 십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도시에서 심신을 위로할 만한 곳을 찾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정혜신·이명수 부부의 심리치유 카페 ‘홀가분’은 아쉽게 문을 닫았지만(온라인 카페는 운영), 마음치료를 내건 곳이 제법 많다. 휴가 때 잠을 줄이고 한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다.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 중 ‘상상여행’도 있다. 여름 성수기에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웬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는 여행지 분위기가 나는 카페에서 여행지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추억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다녀온 여행을 추억하며 혹은 앞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하와이를 상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홍대 앞 ‘봉주르 하와이’를 추천한다. 비치파라솔과 관엽식물들이 하와이 분위기를 물씬 내준다. 명동성당 맞은편 골목 티베트 음식점 ‘포탈라’는 티베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원하는 이 카페는 명동 재개발 때문에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이국적인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이태원에 많은데, 요즘은 경리단길과 해방촌길까지 ‘이태원 프리덤’이 확장되었다. 휴가 기간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녹사평역을 거쳐 경리단길, 해방촌길까지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즐기다보면 나름 여행지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해방촌길 ‘카사블랑카’에서 파는 모로코식 수제 샌드위치를 한번 맛보시라 권하고 싶다. 자연에서 힐링-여행지에서 틈새 찾기 이제부터는 서울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한 가지 팁, 사람들이 몰리는 여행지는 눈으로만 구경하고 몸은 한가한 곳에 내려놓는 방법이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허태우 편집장이 추천한 방법인데, 구체적으로는 강릉 경포대 위 사근진해변, 순천만 귀퉁이의 와온해변, 부산 달맞이길 옆의 청사포 등이 그런 곳이라고. 제주도 또한 틈새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다. 유명 여행지나 올레 코스만 찾을 일이 아니다. 김민정 전 제주올레 기획실장은 “육지 사람들은 여름에 제주도에 오면 해변으로 가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습한 해변을 피해 숲으로 간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이나 교래자연휴양림이 제주인들의 명소다”라고 말했다. <제주 버킷리스트 67> <제주오름 걷기여행> <제주 풍경화> 같은 책 또한 제주를 재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름휴가 때 여수엑스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남해군을 강력히 추천한다. 다랭이논길, 남해금산, 독일인마을, 상주은모래해수욕장처럼 이미 알려진 관광지 외에도 재발견할 것이 많다. 다랭이논길을 포함한 남해바래길도 좋고, 상주은모래해수욕장에서 10분 정도 가면 해변이 주먹만 한 몽돌로 된 물건해수욕장이 나오는데 방조림이 일품이다. 소나무가 아니어서 이국적이다. 10분 정도 가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나온다. 모래해수욕장과 몽돌해수욕장, 그리고 갯벌까지 두루 있어서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남해와 엑스포항을 오가는 페리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운항되는 만큼 엑스포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유명 여행지의 그늘과 구석구석 숨겨진 곳을 찾는 것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는 오지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행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곳은 강원도 정선이었다. 하이원리조트가 있어서 더 이상 오지라고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정선이 오지 분위기를 내기에는 가장 좋은 곳으로 꼽혔다. 여행지 기자를 하다가 여행상품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일하는 김영미씨는 이곳을 ‘스위스와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꼽았는데, 특히 자개골을 추천했다. 여행 전문가들이 추천한 또 다른 정선의 명소는 덕산기계곡. 취적봉과 덕산기계곡을 잇는 계곡 트레일도 인기 있는 걷기 코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포장도로인 만항재길은 야생화가 만발한 곳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오지에서 영혼을 달래는 시인도 많다. 이문재 시인은 ‘단임골’을, 유영금 시인은 ‘석이암산자락’을, 정선 출신인 전윤호 시인은 ‘가수리강 근처의 제장마을’을 추천했다(<시인의 오지기행>).
불가피하게 유명 여행지를 찾은 이들에게는 반나절이라도 인근 호젓한 길을 산책해보기를 권한다. 해운대에 간다면 부산 도심에서 가까운 백양산 편백나무숲길을 걸어보는 식이다. 강원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오대산 숲길을 걸어볼 것을 권한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라 물이 옆에 있어 시원하다. 최근 숲길을 걷다가 뱀을 본 곳은 이 길이 유일하다. 동해안으로 여행 간 이들에게는 강릉바우길 11코스를 권한다. 선교장에서 경포대를 지나 허균·허난설헌 생가 터인 솔숲을 지나 바다로 향한 길인데, 숲과 들 그리고 호수와 바다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길을 걷는 것은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진한 스킨십이다. 요즘 웬만한 지자체라면 거개가 산책로를 조성해두었기 때문에 여행지 주변에서 찾아 걸어볼 만한 길이 많다. 테마 여행으로 힐링-정자에서 스쿠터까지 하나의 테마에 몰두하는 것도 심신을 정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테마 여행’으로 먼저 추천할 것은 한옥 정자다. 한옥의 묘미는 터잡기인데, 그 터잡기의 정점이 바로 정자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정자를 지을 생각을 했지’ 하고 탄복하게 만든다. <트래비>의 천소현 수석기자는 경남 함양군을 ‘정자 투어’의 최적지로 꼽으며 “화림동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다양한 모양의 정자를 만날 수 있다. 밤에는 별똥별도 볼 수 있고 근처의 상림은 산책하기도 좋다”라고 말했다. 함양에는 100여 개의 정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서울숲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성동올레’ 길에서 절묘한 위치의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일반 여행자 중에서는 여름휴가 때 해볼 만한 테마 여행으로 스쿠터 여행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전거처럼 힘들지 않으면서도 곳곳에 숨은 명소를 발견하기 좋다는 것이다. 스쿠터를 대여해주는 곳이 많은 제주도가 적합한 곳으로 꼽혔는데, 1132번 해안도로를 시속 40㎞ 정도로 ‘놀멍 쉬멍 달리멍’ 돌면 제주도를 일주하는 데 대략 5~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제주도는 안개가 많아 해안도로가 아닌 중산간 지역을 지날 때는 안개를 조심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단, 스쿠터의 해악도 있는 만큼 스쿠터로 여행할 때는 주변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그만 섬인 우도의 경우 스쿠터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가장 시끄러운 섬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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