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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숲은 천연 에어컨'(오피니언)20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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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7-31 09:50 조회11,2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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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숲은 천연 에어컨'



경기도 포천의 국립 광릉수목원에서도 가장 걷기 좋은 길이 전나무 숲길이다. 1927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의 종자를 받아다 심은 나무들이 우람하게 자라 하늘을 가렸다. 월정사 길, 전북 부안 내소사 길과 함께 3대 전나무 길에 꼽힌다. 엊그제 중복(中伏)에도 숲길엔 아이들 손 잡고 나온 가족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은은한 전나무 향과 '공기 속 비타민'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느긋하게 걸었다. 전국에 내린 폭염 특보가 무색하게 숲길은 시원했다.

▶그 길가에 '숲은 천연 에어컨'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여름 광릉 숲 기온은 도심보다 평균 4도 낮다'고 쓰여 있다. 나무들이 광합성을 하느라 땅속에서 빨아올린 물을 잎 숨구멍으로 증발시키는 증산(烝散)작용 덕분이다. 뿌리압(壓)은 물을 밀어올리고 증산작용은 끌어올리는 힘이다. 다 자란 단풍나무 한 그루에 잎이 10만장쯤 달린다. 이 잎들이 무더운 여름날 한 시간 사이에 물 200L를 하늘로 날려보낸다. 잔디밭 1000㎡, 300평이 여름 일주일 동안 뿜어 올리는 물이 25t에 이른다.

▶나뭇잎은 삼복 땡볕에서도 엔간해선 시들거나 타 죽지 않는다. 햇빛이 강할수록, 기온이 오를수록 열심히 물을 기화시켜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솜으로 손등을 닦을 때처럼 열을 함께 날려버린다. 이를테면 수랭식(水冷式) 에어컨을 트는 셈이다. 한여름 수박 잎 온도는 주변 공기보다 7도나 낮다. 건물 바깥 벽에 붙은 담쟁이덩굴은 실내 온도를 2~3도 낮춰준다.

기상청이 지난 23~28일 서울 스물여덟 곳에서 평균 최고기온을 재봤더니 중랑구 면목동이 34.2도로 가장 높았다. 여의도동이 33.9도, 서초동 33.8도, 삼성동 33.4도, 잠실동 33.3도로 뒤를 이었다. 면목동은 다가구주택이, 여의도동은 고층 빌딩이, 강남 3구는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다. 콘크리트가 빨리 달궈지고 빽빽한 건물이 열을 가두는 열섬(heat island) 현상 탓에 더 덥다. 북악산 자락 평창동은 29.9도로 면목동보다 4.3도나 낮았다. 숲과 녹지가 틀어주는 '에어컨' 덕분이다.

▶'미국 시(詩)의 아버지'라고 하는 윌리엄 브라이언트는 "숲은 신(神)의 첫 성당"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 이브닝포스트 편집장이던 1844년 맨해튼에 센트럴파크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하면서 이렇게 썼다. "지금 이만한 넓이의 공원을 들이지 않으면 100년 뒤 뉴욕은 같은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초록 숲, 푸른 잔디와 잿빛 콘크리트 정글. 우리 대도시가 어느 쪽으로 더 가까이 가야 할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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