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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시대 공인(公人)에게는 엄격함이 요구된다”(불교신문)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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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08-23 13:14 조회10,8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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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시대 공인(公人)에게는 엄격함이 요구된다”
사회변화와 불교윤리의 재고 ① 윤리시대의 개막과 종교인의 자세
[0호] 2012년 08월 21일 (화) 11:03:22 자현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 르윈스키 스캔들과 대통령의 사과

지난 1997년, 미국에서 터진 ‘르윈스키 스캔들’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과 23살의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기인한다. 클린턴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독립검사의 추적 끝에 사실을 시인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1997년 클린턴은 탄핵직전에 몰렸고, 1998년 8월19일에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응이었다. 대통령의 공무수행과 관련된 문제가 아닌 사생활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의 윤리문제에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사회는 이를 납득할 정도의 윤리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 결과 이 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검사가 대통령의 성추문을 파헤친 희한한 사건’쯤으로 치부되고 만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이미 윤리문제가 대통령을 날려버릴 수도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윤리사회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 윤리시대의 도래

우리나라에서 윤리문제가 문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2005년 ‘황우석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5년 11월 MBC PD수첩에서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의 난자 출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후 사건의 본질과 달리 방향이 국익문제로 전환되고, 또 상황이 바뀌어 종교문제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귀결은 최초의 난자적출과 논문조작이라는 윤리문제로 종착된다.

이 사건은 윤리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기성세대의 윤리의식은 이를 윤리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군부의 경제성장논리에만 세뇌된 채 무조건 ‘잘 살아보세’로만 일관된 정신에는, 윤리에 가치부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지난 19대 총선에서 드러난 ‘문대성의 논문표절사건’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문대성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강한 인상의 뒤돌려 차기 한방으로 금메달을 거머쥔다. 이후로 동아대학교 교수와 IOC의 선수위원으로 위촉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총선에 출마하면서 논문표절 사건에 의해 인생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종교인은 공인을 떠나서

윤리가 시작이자 끝이 되는 사람이다

과거와 같이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신도보다 나은

모범이 돼야 존중받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윤리가 있다.

논문표절은 관점에 따라서는 국회의원의 직무수행과 전혀 관련이 없고, 또 과거 관행의 범주에서 묵인되던 부분이었다. 또 논문통과와 관련된 제도상의 허점도 있었으니, 문대성 입장에서는 억울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대성은 윤리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이 점이 문대성의 가장 큰 판단착오였다. 그 결과 문대성은 문제의 심각성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결국 탈당과 기존의 이미지를 모두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문대성의 논문표절사건’은 ‘황우석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조용히 정리됐다. 이 사회의 윤리의식이 불과 7년 만에 얼마나 압도적인 위력으로 성장했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IOC위원이라는 국익과 국기인 태권도의 영웅이라는 강점은, 윤리력(倫理力) 앞에 이렇다 할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너무도 무력하게 끝나고만 것이다.

이는 윤리의 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윤리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공인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할 필수요건인 시대가 전개되었음을 의미이다.

# 강호동의 잠정은퇴와 유재석

지난 2011년 9월5일 강호동의 탈세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후 불과 4일 만인 9일에 강호동은 잠정은퇴를 선언한다.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TV시청률을 견인하는 양대 MC였지만, 탈세도 아닌 혐의만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후 이 탈세혐의 마저도 오류에 의한 단순착오로 고의성의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났음에도, 강호동은 쉽게 복귀하지 않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기획사를 통해서 시대를 읽는다. 그로 인해서 이들은 보다 현명한 처신을 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윤리의 시대에, 윤리적인 문제로 걸리게 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을 판단한 것이다.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적인 반성과 낮춤이다. 섣불리 옳고 그름이나 사건의 경중을 따지려고 했다가는 사회적인 여론의 징벌에 무참히 짓밟히게 된다.

강호동의 판단은 문대성과 대비된다. 강호동은 어쩌면 문대성보다 더 억울하다. 그러나 강호동은 윤리의 시대를 읽었기 때문에 곧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호동이 아닌 유재석이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유재석은 평소에 윤리적인 이미지를 많이 구축했다. 이런 경우 강호동과는 달리 여론은 지켜보자는 쪽으로 흘렀을 개연성이 크다. 즉, 윤리는 이제 힘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공인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 종교인의 필수덕목인 윤리

이제 공인에게 있어서 윤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오늘날은 이승기나 김연아라 할지라도 윤리문제가 터지면 한 방에 끝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공인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받는다. 이승기의 행보에서 나타나는 깨끗한 자기관리는, 그가 시대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즉, 이제는 자기전문분야만 잘하면 개인적인 일들은 묵인되는 그런 사회가 아닌 것이다.

윤리시대는 개인에게는 더 큰 자유를 주지만 공인에게는 매우 엄격함을 요구한다. 종교인은 공인이다. 그러나 종교인은 공인을 떠나서 윤리가 시작이자 끝이 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 불교에 있어서 윤리문제는 반드시 환기되어야만 한다.

또 윤리가 힘을 가지는 윤리력의 시대에는, 윤리력이 없는 사람은 존중받을 수도, 남 앞에 나설 수도 없다. 과거와 같이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신도보다 나은 모범이 되어야 존중받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윤리가 있다.
 

■ 자현스님은

동국대학교 철학과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전담 교수로 있으며 같은 학교 인문학부와 불교학부, 미술사학과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교무국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 울산 영평선원 원장, 월정사 부산포교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 70여 편의 논문이 있으며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2011년 발간한 <불교미술사상사론>(운주사)은 2012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교신문 2841호/ 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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