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버스 테마여행 베스트셀러인 대관령 양떼목장. 국내여행이 부흥하려면 이와 같은 베스트셀러가 더 많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여행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주말 아침 6시 30분이면 광화문에는 대형 관광버스 수십 대가 늘어선다. 각 차량에는 여행사 이름만 다를 뿐 '대관령양떼목장+
월정사', '담양 죽녹원', '하동 쌍계사', '내장산 오색단풍' 같은 안내 카드가 붙어 있다. 정확히 7시면 출발하는 당일치기 테마여행 버스들이다.
국내 한 여행사 대표는 “아침에 광화문에 나가보면 어느 여행사가 잘 나가는지, 국내여행 경기가 어떤 지 한 눈에 볼 수 있다”며 “더 놀라운 것은 버스 대수나 상품 유형, 상품 가격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주5일제 도입으로 국내여행 늘어난다더니.. 주5일 근무와 주5일 수업으로 국내 여행에 한층 여유는 생겼지만, 여전히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여행 레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인기 여행지의 항공권이나 리조트는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말에 자가용으로 어디든 훌쩍 다녀올 수 있지만, 교통 체증과 그에 따른 후유증을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실제 국내여행은 숫자상으로 지난 10년간 되레 줄었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발표하는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국내여행 일수는 지난 2001년 8.73일(숙박 4.17일/당일 4.56일)에서, 2011년 6.69일(숙박 4.71일/당일1.98)로 감소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콘도 리조트 사업 확장으로 숙박여행은 10년 전보다 늘었지만, 당일 여행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주5일제 도입으로 장밋빛 전망이 많은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해외여행의 경우 인천공항이 문을 연 해이기도 한 2001년에 내국인 해외여행 출국자수는 608만명이었다. 10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1270만명으로 꼭 2배로 늘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주한 해외관광청이나 항공사, 여행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신규 여행상품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베이징이나 백두산에서 장자지에나 시안으로, 방콕·파타야에서 푸켓·크라비로, 프랑스·영국에서 스페인·크로아티아로 미지의 여행지를 찾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국내여행은 어떤가?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이 아무리 화제가 됐다고 해도 반짝 특수가 고작이다. 인터넷에 정보는 넘쳐나지만 여행을 좀 더 쉽고, 세련되게 해주는 디테일이 약하다. 해외여행과 달리 국내여행은 여행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여행을 권유하는 마케팅력도 부족하다.
|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콘도리조트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숙박관광여행은 10년 전에 비해 평균일수가 늘어났다. 주5일제근무 및 주5일제 수업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당일관광여행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문화부의 국민여행 목표일수는 30일에 한참 모자르다 |
◇해외여행과 달리 국내여행사 기 못 펴는 이유 대표적인 국내여행사인 홍익여행사와 청송여행사 여행스케치, 테마캠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직원이 15명 전후다. 매출액이 전체 여행업계의 3~4%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여행사 입장에서 과감한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해외여행이 주특기인 하나투어는 2002년에 700명에서 현재 1700명으로 직원 규모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내여행팀 인력은 단 한명도 없다. 하나투어는 국내여행 서비스를 아예 자회사인 웹투어에게 전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배경이 있지만 본사가 전담할 시장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외에 모두투어 15명, 투어익스프레스 8명의 국내여행팀 정직원을 빼면 자유투어나 롯데관광,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한진관광 등은 대부분 5인 이하로 국내팀을 꾸리고 있다.
김영일 한진관광 마케팅팀 부장은 “가장 대중적이라고 해도 1년 동안 제주도만 12번 갈 수 없지 않느냐"며 "내륙도 버스 관광 뿐 아니라 다양하게 국내여행상품을 운영하고 싶지만 정직원 3명을 배치하는 것만도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영규 여행스케치 사장은 “국내여행사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라며 “내수활성화와 고용창출 측면에서도 이제 국내여행업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한 카드사가 상반기에 실시한 카드 소비 성향 분석에서 여행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재력이 있는 서초, 강남, 송파구에서는 해외여행이 무려 4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국내여행은 30위권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아쉽다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