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실록-의궤' 오대산 환수위 출범, 문화 분권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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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1-05-13 13:08 조회3,001회 댓글0건본문
[사설]
왕조실록·의궤, 유네스코 등재된 기록유산
원래 보관 장소인 오대산으로 돌아오지 못해
월정사·본보, 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 나서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주지:퇴우 정념)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원소장처인 오대산 봉안을 위해 올 6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범도민 환수 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를 출범한다고 지난 11일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월정사와 강원일보가 공동으로 환수위 출범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치단체와 불교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급 기관·단체, 개인이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Governance) 구성에 나선다.
각 분야의 인사가 고루 참여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환수위의 인적 구성이 골격을 잡으면서 향후 활동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다. 두 문화재 모두 오대산사고에 소장돼 있던 것을 일제강점기 때(1913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으로 빼돌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국내로 되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오대산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
환수위를 출범시킨 근본 이유는 본래의 보관 장소인 오대산에 되돌려 놓자는 것에 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그 빛을 발한다. 그래야 역사와 사회에 녹아들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그 시대의 정신을 표상할 수 있다. 문화의 품격이 높아지고 국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의 제자리 보관은 문화 분권화와 다양화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즉, `문화의 향유'는 중앙 집권에서 지역 분할의 공동향유정신이 보장돼야 한다. 지방의 전시나 보관 여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점도 `문화재 제자리 찾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방에 보관할 장소가 마땅찮고, 시설 또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 문화재 이관을 거부해 왔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운동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마당에 지방 문화재의 본디 위상을 계속 외면하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지역 문화재가 원래 있던 곳을 지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건은 조성돼 있다. 이제 관건은 정부의 결단이다. 중앙 중심의 문화는 도시 집중의 병폐와 획일적 문화를 양산해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의 성장을 방해한다.
문화의 분권화와 다양화는 지방 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키고 활성화함으로써 중앙과 지역을 상생하게 할 것이다. 지역의 혼이 담긴 유산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할 때다. 환수위가 앞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참여 이벤트 `릴레이 788'을 비롯해 온라인 서명운동과 토크콘서트, 문화재 새 지도 제작,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오대산사고본 실록·의궤 제자리 찾기 운동 알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발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성이 중요하다. 환수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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