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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힐링 속으로]계사년 첫 태양이 가슴속에 불타오르네(동아)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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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12-28 10:11 조회11,0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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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힐링 속으로]계사년 첫 태양이 가슴속에 불타오르네

“태양이 빛나는 한 희망 또한 빛이 난다.” 독일의 시인 실러의 표현대로 일출을 맞이하는 행위는 ‘살아있음에 대한 예찬이자 자아에 대한 종교적 성찰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20일 오전 7시 20분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바라본 산사의 일출. 부산=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동천이 불그레하다.

해가 뜬다.

시뻘건 욱일(旭日)이 불쑥 솟았다.

물결이 가물가물 만경창파(萬頃蒼波)엔

다홍물감이 끓어 용솟음친다.

장(壯)인지, 쾌(快)인지 무어라 형용하여

말할 수 없다…

월탄 박종화 / 청산백운첩


다사다난했던 2012년 임진년(壬辰年)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일출을 보며 송구영신(送舊迎新)하려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새해맞이 여행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전국의 해돋이 명소들은 이미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다.

계사년 첫 해돋이는 산사(山寺)에서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더욱 뜻 깊은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산사에서 계사년 첫날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요즘은 ‘템플스테이(templestay)’라고 한다. 10년 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전국 120여 개 사찰에서 본격적인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드시 불자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전화 신청만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각 사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산’과 함께하는 강원도 템플스테이

해돋이 여행에 제격인 곳은 역시 동해안이다. 추암, 정동진 등 일출 명소가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 바로 강원도의 유명 사찰들이다.

설악산과 오대산의 정기를 느끼며 새해 첫 일출을 맞는 프로그램은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속초 신흥사의 ‘설악산 권금성 해맞이 템플스테이’와 강원 평창 월정사의 ‘비로봉 해맞이 특별 템플스테이’다.

강원 인제 백담사는 인근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해넘이, 해맞이 템플스테이’를 준비했다. 소망을 담은 발원문을 적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프로그램으로 자아성찰의 시간도 갖는다. 동해 삼화사에서는 무릉계곡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동해의 뜨거운 해돋이를 볼 수 있다.

12월 20일 기자가 부산 범어사를 찾았을 때는 ‘해맞이 템플스테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3보 사찰인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에 이어 최근 선찰(禪刹) 대본산으로 추인된 범어사도 31일 오후 3시부터 송년법회, 탑돌이, 제등행렬, 타종식에 이어 새해 새벽부터 참선과 예불을 진행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겨울 아침 금정산에서 보는 일출이다.

지리산에서 해맞이를 원한다면 전남 구례의 화엄사, 경남 산청의 대원사를 찾으면 좋다. 지리산 천왕봉은 해맞이를 즐기려는 산악인들로 새해 아침은 북적인다. 그러나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천왕봉에서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간단치 않다.

천년고도 경주 여행과 함께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경주 불국사의 토함산 일출은 해마다 화제를 몰고 왔다. 불국사는 매년 석굴암에서 타종식을 열고 있다. 31일 오후 9시부터 산사음악회 형태로 치러지는 예술 행사에 이어 이날 밤 12시 제야의 타종 의식을 갖는다. 이 밖에 경주 골굴사도 선무도와 기공수련, 문무대왕릉에서의 해맞이 등 다소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 김제 금산사의 ‘새해맞이 희망 템플스테이’에서는 소원등 만들기, 탑돌이, 모악산 해맞이 등산을 함께한다. ‘내비둬 콘서트’로 널리 알려진 일감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눈길을 끈다.

타종식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참가자들에게 타종의 기회를 주는 사찰도 수두룩하다. 매년 서울 보신각에서 진행되는 ‘제야의 종’ 타종식만, 그것도 TV로만 시청한 이들이라면 내가 울리는 종소리의 특별함에 매료될지 모른다.

대구 동구 파계사는 ‘그대의 봄을 준비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2년의 마지막 날 밤 12시에는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타종 기회를 선사한다.

해맞이의 명소인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는 미황사가 있다. 새해 타종식을 비롯해 참회와 발언, 영화감상 프로그램이 있으며, 해맞이는 미황사가 있는 달마산 정상 부근의 ‘금샘’에서 진행된다. 금빛이 난다는 샘이다.

계사년 새해 첫 해돋이는 1월 1일 오전 7시 26분 27초 독도에서 시작된다. 전국적으로 7시 30분을 전후해 해가 떠오를 예정이다. 날씨는 영하 5도 이하로 평년보다는 춥다는 예고다.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날씨도 날씨지만 해맞이는 희망을 갖고 새벽을 견디고 밖으로 나가는 정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갈한 마음으로 말갛게 얼굴 씻고 나온 ‘새해’에 뜨겁게 빌고, ‘간절히’ 바라자.

부산=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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