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 만난 이 가을의 하늘(한국경제)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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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2-11-03 09:14 조회9,303회 댓글0건본문
오대산에서 만난 이 가을의 하늘
"내영혼 정화시켜준 영롱한 별빛
먹고사는 일에 파묻혀 잊고살아
욕망 털어내고 가끔 하늘을 보자"
장석주 < 시인 kafkajs@hanmail.net >
먹고사는 일에 파묻혀 잊고살아
욕망 털어내고 가끔 하늘을 보자"
장석주 < 시인 kafkajs@hanmail.net >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 서 있던 그 찰나, 내 영혼은 정화된 느낌과 함께 단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경에 들었다. 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마저 잊고 살다니! 45억년 된 지구에서 겨우 칠팔십년을 사는 우리는 인생의 날들이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인 양 착각하며 먹고 사는 일에 파묻혀 하늘을 잊고 산다. 스물다섯 살 이후에 그냥 유령처럼 사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살던 나! 돌아보면, 많은 것들을 움켜쥐려는 욕망에 매여 삶의 아름다움은 놓치고 살았으니, 어리석었다. 저토록 아름답고 신비한 푸른 심연이 머리 위에 있었는데, 그것을 음미하는 것조차 잊은 채 굶주린 저녁의 개들처럼 허덕이며 살았다. 그렇다, “우리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들로 평가된다”(마야 엔젤루)면 내 인생은 마이너스 인생이다.
‘넓은 하늘을 위해(For Spacious Skies)’라는 비영리 단체는 전직 보스턴TV 기자인 잭 보든이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만든 단체다. 그는 매사추세츠주의 잔디밭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어 하늘을 보았다. 그는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하늘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연출하는 장관에 압도당한다. 보든은 그날을 돌이켜보며 “너무도 황당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그것을 보지 못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살았던 49년의 세월이 헛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하늘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하늘에 대해 알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넓은 하늘을 위해’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교육을 해왔는데, 지금까지 50만개 이상의 교실에서 하늘에 대한 교과 과정을 열었다고 한다.
우주는 하늘, 땅, 사람으로 이뤄졌다. 먼저 하늘이 생기고, 다음에 땅이 생겼다. 그 다음에 사람이 나왔다. 천문학에서 천구(天球)라고 부르는 하늘은 달, 혜성, 중성자별, 적색왜성, 백색왜성, 은하, 거대한 블랙홀을 거느리고 있다. 선사시대 이래로 인류는 무수한 신화 속에서 신들의 고향이고, 매우 숭고한 형이상의 세계를 표상하는 하늘에 매혹당하고, 또 하늘에서 초자연적 존재들을 느꼈다.
하늘은 여러 색감을 보여주는데, 그 색감은 확산 일사광의 결과물이다. 하늘은 맑게 갠 낮에는 푸른색이고, 일출과 일몰 때는 밝은 주황색이며, 밤의 하늘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하늘은 달과 태양, 무수한 별과 온갖 행성이 일정한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푸른 궁륭(穹)이다. 많은 시인들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19세기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밤하늘을 “아치형 흑단 천장/사랑이 펼쳐진 차양”이라고 노래했다.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빛으로 반짝이는 별인 오리온자리에 속한 리겔은 지구에서 900광년 떨어져 있고, 그 별빛이 지구에 닿기까지 9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금 보는 그 별은 인류 역사에서 중세시대 때의 별이다.
신비하지 않은가? 지금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 중 일부는 이미 블랙홀 속으로 사라져 없는 별일 수도 있다. 그런 신비 속에 사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귀중한 “하늘의 우주의 악기”(이성선)다. 열정을 잃는 비극과 열정을 품는 비극 사이에서 뜻있는 인생은 욕망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그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일로 이뤄진다. 행복은 우리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그 순간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바쁘더라도 가끔은 하늘을 보며 살자.
장석주 < 시인 kafkajs@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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