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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청년과 독일 처녀의 '사랑'은...(오마이뉴스)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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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4-17 14:53 조회8,8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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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청년과 독일 처녀의 '사랑'은...

[신선생의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⑨] 페디에서 마겐고트까지

13.04.16 09:25l최종 업데이트 13.04.16 09:25l신한범(dodks)

어제는 정말 힘든 트레킹이었습니다. 욕심 때문에 이틀 소요될 거리를 하루에 걸었습니다. 더구나 고사인쿤드 로지가 열려 있지 않을 것을 대비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출발하였으니 무모함의 극치였습니다. 해발 4000m 고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트레킹을 위해서는 경험 많은 포터의 조언을 듣는 것이 순리인데 제 자만심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일을 초래할 수 있었기에 어젯밤 많은 후회와 반성 있었습니다.

'페디'의 아침

페디(3630m)의 아침은 한 폭의 동양화입니다. 어제까지 함께한 설산 모습 대신 구름바다 위에 크고 작은 산들이 떠 있습니다. 화려한 서양화가 아닌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수채화 한 폭이 아침을 풍요롭게 합니다. 숙소 뒤는 어제 내려온 해발 4610m의 라우레비나라가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제 그 길을 내려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역방향으로 트레킹을 한다면 정말 힘든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 아침 페디에서 본 아침 모습
ⓒ 신한범

로지 주인 부부의 사진을 찍어 주고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페디(3630m)에서 시작하여 타레파티(3690m)까지 트레킹을 할 생각입니다. 어제 무리를 하였기에 오늘은 오전에 트레킹을 끝내고 휴식을 갖고자 합니다. 더구나 오늘 목적지는 해발이 출발한 곳과 비슷하기에 고도나 고소에 대한 우려가 없어 즐거운 트레킹 될 것 같습니다.  

▲ 로지 주인 부부 숙박한 로지 주인 부부와 주방장
ⓒ 신한범

어제 아침 신곰파를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트레커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 보다는 왠지 모를 희열과 환희가 느껴집니다. 거대한 고요함 속에서 자기 발자국 소리를 걸으며 걷는 것은 세상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겠지요. 혼자 걷는 걸음을 통해 히말라야를 가슴에 새겨보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쉬운 일은 없는 것...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출발지와 목적지의 고도가 비슷해 쉬운 트레킹 될 줄 알았는데 계곡을 오르내리는 일이 반복되어 쉽게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걷다가 가끔씩 뒤돌아봅니다. 어젯밤을 보낸 페디의 로지 모습이 라우레비나라 고개(4610m) 아래 점처럼 보입니다. 로지 주위에는 거대한 폭포가 걸려 있으며 페디를 기점으로 메마른 고산지대와 울창한 능선이 확연이 구분됩니다.

▲ 고사인쿤드와 페디 숙소 모습 뒤돌아 보니 걸어온 곳
ⓒ 신한범

▲ 오늘 가야할 곳 계곡의 옆 자락을 타고 타레파티까지
ⓒ 신한범

곱테(3440m)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해발을 많이 내렸기에 따스한 햇살과 고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편안함 마음입니다. 이제 3일 뒤면 세상을 접할 수 있기에 몸이 먼저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는 푸른 하늘과 보석처럼 빛나는 설산을 보며 걸었는데 오늘은 평화로운 숲길을 걷습니다. 마을이 자리 잡지 못한 트레일은 무척 험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너덜지대와 선인장처럼 붉은 색 꽃과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관목이 발걸음을 방해합니다.

▲ 너덜지대 타레파니를 오르기 전
ⓒ 신한범

포터와의 갈등

오후 1시께 타레파티(3690m)에 도착하였습니다. 타레파티는 고사인쿤드와 핼람푸 히말라야가 만나는 곳입니다. 어제 숙박한 페디(3630m)보다 오히려 해발이 높아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 걸어온 고사인쿤드와 핼람푸 히말라야가 모두 시야에 들어옵니다. 점심을 주문하고 인드라와 일정을 상의하였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처음 계획한 일정보다 하루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일정에 무리가 없다고 본인이 이야기 하였는데 갑작스런 포터 인드라의 이야기에 무척 당황되었습니다.

▲ 타레파니 타레파니 모습
ⓒ 신한범

10여일을 함께하다 보니 조금씩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짧은 영어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갑작스럽게 트레킹 지역이 바뀌는 바람에 랑탕, 고사인쿤드, 핼람푸 트레킹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붉혀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 타협하였습니다. 오늘 마겐고트까지 가서 숙박한 다음 계획대로 1월 13일에 카트만두에 도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 마겐고트 마겐고트 로지 모습
ⓒ 신한범

점심 후, 마겐고트(3220m)로 출발하였습니다. 타레파티에서 마겐고트가는 길은 오대산 월정사처럼 울창한 숲길입니다. 트레일도 완만하고 넓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인드라를 앞질러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걷습니다. 그에 대한 나의 감정 표현입니다.

사실 그의 우격다짐에 조금 불쾌했지만 서로 다투어 봤자 분위기만 나빠질 것 같아 참고 있습니다. 항상 이타적인 포터 인드라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걷다가 그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평화의 여신 '샨티'

오후 4시, 마겐고트(3220m)에 도착하였습니다. 숲속에 자리 잡은 로지는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이곳도 하나의 로지만 영업 중입니다. 며칠만에 트레커를 만났습니다. 독일에서 온 젊은 여성이 네팔 청년과 트레킹을 하고 있습니다. 저와는 역방향으로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고사인쿤드를 거쳐 랑탕으로 갈 것이라고 합니다. 복장과 장비를 보니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급조되었으며 준비되지 않은 트레킹이란 생각이 듭니다.

▲ 연인 네팔 젊은이와 독일 처자
ⓒ 신한범

이들의 관계는 트레커와 포터나 가이드가 아닌 친구사이라고 합니다. 네팔 청년은 무척 자랑스럽게 저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하며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합니다. 독일 여성에게 이름을 묻자 '샨티'라고 대답합니다. 진짜 이름이냐고 묻자 "리사"라고 대답합니다.

인도 여행 경험이 있는 저에게 '샨티'는 친숙한 단어입니다. 인도의 요가 수행자들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은 상태에서 눈을 감은 채 "옴 샨티, 샨티(Om Shanti, Shanti)"라고 이야기합니다. '옴'은 가장 위대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신성한 음절'을 의미하며 '샨티'는 '평화'를 뜻합니다. 

자신을 '샨티'라고 소개한 독일 처녀는 인도를 거쳐 네팔에 도착한 것이 20일 전이라고 합니다. 네팔 젊은이와는 카트만두에서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의 제의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가이드, 포터 그리고 남자 친구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3일 만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세상과 히말라야는 서로 다른 시야로 세상을 보는지라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깨끗한 속옷을 입었다는 것은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최고의 축복입니다.

히말라야의 축복 속에 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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