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암 |
국립중앙박물관, 석가탄신일 연계 테마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탄허(1913-1983)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고 석가탄신일과 연계한 테마전 '한국의 큰스님 글씨-월정사의 한암(漢岩)과 탄허(呑虛)'를 오는 16일부터 6월16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대산 월정사에 주석한 큰스님들인 한암(1876-1951)과 탄허의 글씨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평창 월정사, 대전 자광사, 양산 통도사, 안양 한마음선원, 서울 탄허기념박물관, 탄허불교문화재단에서 빌린 서예, 탁본, 현판 등 80여 점이 소개된다.
이들의 글씨는 한국 서예 전통에서 선필(禪筆)의 범주에 속한다고 평가된다. 선필이란 품격과 개성의 표현 방식으로 깨달음을 표출하는 글씨지만 넓게는 스님의 글씨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글씨는 내용을 보면 불교 경전의 특정한 구절이라든가 깨달음, 고전 경구, 삶의 자세 등 다양하다.
유연하게 쓴 한문 글씨 외에 잔잔한 한글 글씨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이들 중 한암은 한국 불교의 선풍을 지키고 법맥을 계승함으로써 근대 한국 불교를 중흥한 대표적인 선승으로 꼽힌다.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을 닦다가 불교에 귀의했다. 당대의 유학과 불교학의 권위자인 한암을 찾는 제자는 많았고 그 수제자 중 한 명이 탄허다.
한암은 참선을 중시했지만 계율을 지키고 경전을 연구하고 학문하는 자세를 함께 갖춰야만 올바른 수행,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평생 이를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암은 1951년 1.4 후퇴 때 오대산 상원사가 소각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온몸으로 지켜낸 일화가 유명하다. 1941년 조계종이 새로 출범하자 초대 종정이 됐다.
이런 그의 글씨는 단정하고 정적인 필치로 격조 높은 선비의 글씨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탄허는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유불도의 삼교에 능통한 석학으로 평가된다.
탄허 |
독립운동가 김홍규의 아들인 그는 기호학파 학통을 이은 스승 이극종(李克宗)을 통해 학문을 연마하다가 당시 최고 선승 한암과 3년간 학문에 대한 서신 문답 끝에 22세에 불문에 입문해 그의 제자가 됐다.
스승의 뜻을 이어 전소한 월정사를 중건하고 화엄경을 비롯한 불교경전 번역에 투신했다.
늘 대중과 함께한 탄허는 필묵을 즐겨 생전에 많은 글씨를 남겼다. 그의 글씨는 스승의 글씨와는 달리 활달하고 기세가 빠른 필치가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테마전과 연계해 오는 15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도올 김용옥의 강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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