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생이며 세상의 평화로 나아가는 바탕이자 첫 걸음입니다.”
마음이 무엇에든 얽매여 있고 자유롭지 않다면 나아가는 모든 길에는 걸림이 생겨 온전한 걸음이 될 수 없다. 결국 얽매임은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에 나를 사로잡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끼치게 되는 법이다. 모든 일에 대한 해답, 그것은 바로 내 안에 있다. 나를 옭아매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고, 나아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상의 평화를 열어가겠다는 서원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 방생으로 생명존엄의 공덕을 찾아나서는 상월결사의 새로운 여정, 평화 방생순례가 첫 발을 내디뎠다.
상월결사(회주 자승 스님)는 4월27일 평창 월정사 명상마을에서 상월결사 방생 평화순례를 개최했다. 이날 순례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원로의원 자광, 중앙종회의장 정문 , 포교원장 범해,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 동국대 이사장 성우, 월정사 주지 정념, 고운사 주지 등운, 선운사 주지 경우,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장 선광 스님을 비롯한 중앙종회의원과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영경 경주캠퍼스 총장,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전국 각지 사찰에서 올라온 신도 등 15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이번 방생순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지 이후 열린 만큼 상월결사 순례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새로운 수행, 신행, 순례 문화를 선도해온 상월결사는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며 올해 ‘평화’를 주제로 지난 3월 세 번째 만행에 나섰다. 이들은 평화순례를 통해 폭력과 갈등, 전쟁으로 고통받고 차별받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월정사에서 시작한 순례는 평화의 의미를 확대, 방생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순례의 첫 걸음이다. 상월결사는 마음방생을 바탕으로 뭇 생명과 함께 진정한 평화가 어우러지는 시대가 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입재식에서 회주 자승 스님은 포교원장 범해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전쟁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우리사회 역시 코로나로 인한 고충과 정치적 갈등 등 많은 고통과 마주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 불은에 부답하는 불제자들의 정진은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우리 순례 목적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상월결사 실천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마음의 자유, 곧 마음의 방생이다. 내 안에서 생명이 자유로울 때 내 앞의 생명을 키워내고 평화롭게 지켜줄 수 있다. 순례의 과정에서 분주하고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는 마음의 방생을 이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여러분의 마음 원력 따라 세상에는 평화가 이뤄지고 뭇 생명이 평화와 행복을 노래하는 기운이 솟아날 것”이라며 “오늘의 물결이 갈등을 봉합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계기가 돼 온 세계에 평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부대중 대표 고광록 제4교구본사 신도회장(조선왕조실록의궤환수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평화방생순례 발원문을 낭독하며 모두가 분별과 차별 없는 세상을 발원했다. 고 신도회장은 “내가 나의 마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대자유고 방생이며 평화를 나누는 순례의 시작임을 알아가겠나이다. 생명을 공경하는 시대에 맞는 신심의 실천임을 알아가겠나이다”며 “모두가 분별과 차별이 없는 평화의 서원을 의지해 향기로운 정토로 나아가는 마음 평화방생을 원만 성취해 평화의 꽃향기를 널리 나눌 수 있도록 생명의 문을 크게 열어주소서”라고 발원했다.
순례를 알리는 총도감 호산 스님의 죽비소리가 오대산 명상마을에 울려 퍼지자 순례단은 신록이 완연한 전나무숲길 위에 올랐다. 봄비에 더 짙어진 숲길은 순례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순례자들은 걸음 하나에 마음 속 맺힌 응어리를 떨쳐냈으며, 또 다른 걸음엔 평화를 발원했다. 오롯이 나의 걸음과 마음에만 집중하며 쉼 없이 하늘 높이 솟은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2km를 걸어 중간기착지인 월정사에 도착한 순례단은 적광전 앞 특설무대에 마련된 한암대종사 탄신다례재에 참석해 헌화한 뒤 사찰을 참배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한암대종사는 한국불교를 이끈 선지식으로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순례단은 선재길을 지나 점심을 공양하고 월정사에서 마련한 숲속공연을 즐겼다. 이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잡념을 비우고, 순례의 의미를 생각하며 회향지인 상원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스님들은 대중을 위한 방생 축원과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영가 축원을 시작했고, 사홍서원을 끝으로 순례는 마무리됐다.
월정사 평화 방생 순례 코스는 오대산명상마을에서 시작해 전나무숲길-월정사-선재길-동피골주차장-상원사로 이어지는 12km. 긴 거리였지만 완주한 참가대중들의 얼굴엔 회향했다는 기쁨과 행복감이 가득했다.
하남 성불사 주지 선광 스님(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장)은 “익히 알고 있는 생명방생을 넘어서 마음 방생으로 의미가 확장된 첫 순례인데 자비, 평화, 생명살림 운동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우리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 곳곳에 전해져 모든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와 자유의 안락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용인 대덕사에서 온 장길자 불자(82.무량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다시 평화가 회복되길 바라는 모든 불자들의 염원이 전해지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걸었다”며 “대흥사 순례부터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힘든 것보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앞으로도 계속 순례단과 함께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한편, 대흥사를 시작으로 월정사에 이은 순례는 5월25일 백양사, 6월 법주사로 이어진다.
평창=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