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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과 혜민 스님 특별 대담 ‘멈춤 그리고 치유’ (여성조선)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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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6-12 11:06 조회9,0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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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과 혜민 스님 특별 대담 ‘멈춤 그리고 치유’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명상지도자이자 시인,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리는 영적지도자 스승이기도 한 그가 한국에 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통역을 맡아 중요 행사를 함께했다.  두 수행자의 만남을 동행 취재했다. 



세계적인 명상지도자인 틱낫한 스님이 방한했다. 10년 만의 방문이다. 쉽지 않은 방문이기에 일정이 빡빡했다. 4박 5일 동안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힐링, 상생, 행복’을 주제로 명상 프로그램을 소화했고 중앙승가대에서는 스님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지도했다. 부산 범어사, 서울 국제선센터에서는 대중들을 위한 강연과 명상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많은 대중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는 ‘멈춤과 치유’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잠실에서의 특별 강연은 많은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사실상 이번 방한의 하이라이트다.  스님이 펼치는 대담에 대한 기대감에 많은 사람들이 일찍 관심을 가졌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통역을 맡아 두 종교수행자의 만남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그는 “세계적인 영적 스님인 틱낫한 스님과 귀중한 법문 듣는 시간을 함께해서 영광”이라며 “존재의 변화와 치유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고요한 등장에도 포스가 느껴지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 중 귀감에 남을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관계 속에서 힘들 때 …

“지금 우리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다 같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상황을 종종 경험합니다.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친구, 남북관계에서 고통을 겪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나 스스로를 먼저 치유해야 다른 사람도 치유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떻게 우리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지 가르쳐줍니다.” 

“모든 사람들은 고통을 겪습니다. 내면 속의 고통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조상, 사회, 국가의 고통이 다 같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내면 속의 고통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서 그 고통을 잘 들으려고 할 때,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비는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근원이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면 안으로 들어와서 내면 속에 있는 고통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집으로 돌아가서 내면 속의 고통을 즉시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런 고통이 우리를 압도할까봐 두려워합니다. 내면의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 속의 고통을 자세히 듣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인 안에 있는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 물건을 사거나 외적인 환경에 의존하고 집중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입니다. 내면의 고통을 잊기 위해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팝니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내면 안의 고통을 치유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어떻게 하면 세상의 고통을 들을 수 있고 내 안의 고통을 들을 수 있는지 손수 보여주셨습니다. 온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십니다.” 

앞에 있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라 

“옆에 있는 사람과 뒤에 있는 사람의 괴로움에도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이것은 부처님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를 기울일 때, 그 귀 기울임 속에서 내 안의 자비가 일깨워집니다.”

“단 몇 분이라도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독송을 하면, 그 안의 고통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생각을 잠시 멈추고, 다 같이 노래하는 독송 가운데 소리에 충분히 스며들면서 마음 속의 긴장감을 푸세요. 단지 몇 분간의 독송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음 속의 화, 두려움, 절망의 고통들도 점점 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먼저 지금 현재로 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맡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머리가 똑똑한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면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지도를 여러 가지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지도에 따라서 평화가 이룩된 적은 없습니다. 단순히 똑똑하고 지적인 것이 평화를 아름답게 가져다 줄 수 없습니다. 어떤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면 두려움, 화, 의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약 양쪽으로부터 내면의 화, 두려움, 의심을 줄일 수 있다면 화해가 가능해집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는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 이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평화는 가능합니다. 어떻게 가능해질지는 잘 말씀하지 못했습니다. 내면의 두려움, 화,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씀하지 않으셨죠.”



불교적인 수행방법을 시도해보라 

“스스로 새롭게 할 수 있는 것. 불교라면 새로운 상황이 와도 그런 상황 속에서 문제점을 지혜롭게 대처해 평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소통할 수 있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실제로 40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이런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기적과 같은 화해가 우리의 집중 수행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6일 간의 집중 수행 프로그램에서는 몸의 긴장을 풀고 내면의 고통을 가라앉히는 수행을 합니다. 자애롭게 듣고, 자비롭게 말하는 수행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당신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하나의 도움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도움 대신 고통을 증가시켰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있었던 일을 나에게 말해주세요. 내가 다 이해해줄게요.”

“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내 안의 두려움, 화, 의심을 제거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것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 분별하지 않고 그대로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남북문제의 근원도 두려움과 화, 의심 

“핵무기가 평화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가 아닙니다.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 화, 의심이 뿌리입니다. 만약 우리가 내면에 두려움, 화, 의심 없이 핵무기가 여러 개 있다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두려움, 화, 의심을 먼저 제거하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했을 때, 평화는 가능하다고 말씀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다면 똑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어떻게 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잘 화해하는 법

“부처님의 가르침이 화해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남과 북, 핵무기의 쟁점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화, 두려움, 의심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화, 의심이 있다면 그것이 상대방을 힘들게 합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상대를 도와준다고 해도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북한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순수한 의도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도와주려고 해도 북한 스스로의 두려움, 화, 의심 때문에 남한의 도움을 순수하다고 보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인 의도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오해를 해서 그러한 두려움과 화가 나면 결국 그들이 모두에게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관계든, 관계가 좋지 않고 비뚤어졌을 때 한쪽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북한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 메시지가 잘 전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수행하기를 바랍니다.” 



틱낫한 스님과 혜민 스님의 시크릿 토크

틱낫한 스님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나고 조용한 일정이 하나 추가됐다. 틱낫한 스님과 혜민 스님이 방배동 BTN 불교TV에서 따로 마주앉았다. 이로써 수행자와 수행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종교간 반목과 남북문제, 현대인의 고통과 자살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혜민_ 강연에서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짚어주셨습니다.
틱낫한_ TV를 비롯해 자기 이외의 것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서 문제가 비롯됩니다. 자신이 접하는 화, 두려움, 의심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재화함으로써 그 결과가 폭력과 자살로 나타납니다.
혜민_ 한국이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높은 자살률을 낮출 방법은 무엇일까요?
틱낫한_ 공감과 명상입니다. 한국 불교는 젊은이들의 고통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고통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정적 생각과 느낌은 부정적 행동으로, 건전한 생각과 느낌은 좋은 말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젊은이들이 명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불교가 나서서 가르쳐야 합니다.
혜민_ 스님, 어떻게 하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틱낫한_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세요. 젊은이들의 고통을 먼저 들어야 합니다. 관계 지속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대화예요. 자기 이외의 것에는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입니다.
혜민_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틱낫한_ 두 손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한 손이 아프면 다른 손이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겠습니까. 모든 존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남한과 북한 등 모든 관계가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불행하면 나도 불행한 법입니다. 관계 지속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입니다. 나와 타인, 사회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자각하고, 포기하지 말고 대화로써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혜민_ 한국의 종교 간 반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틱낫한_ 다른 종교가 불상을 훼손한다고 해도 미움을 가져선 절대 안 됩니다. 진짜 종교의 모습은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마음의 평화이자 다른 종교와의 어울림입니다. 종교를 수행하는 이들은 서로 거리낌이 없습니다. 불교가 앞장서서 상생과 화합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깨닫고 실천하면 사회의 여러 반목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혜민_ 스님은 마음속에 갖고 계신 고요함과 행복이 몸 밖으로 그대로 배어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자리 감사합니다.

[기사 원문 URL] http://woman.chosun.com/magazine/viewArticle.do?atCode=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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