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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공원 포장재(강원도민일보) 201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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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10-12 06:37 조회7,8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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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공원 포장재
이광식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이런 말을 남길 정도로 로마 제국은 도로 건설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다. 기원전 312년, 로마에서 캄파니아 파프아까지 국도 1호선이 완공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피아 가도(Via Appia)는 중앙에 2차선이 놓이고, 좌우 끝에 보조 도로가 있으며, 각기 포장이 되어 있는데, 그 두께가 1 미터가 넘는다. 그러니 수레가 아무리 많이 지나가도 바퀴 자국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말은 일종의 은유로 이전 사람의 그릇된 일이나 이미 실패한 바 있는 일을 거듭하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보통의 땅을 수레가 지나가면 당연히 그 바퀴 자국이 생기기 마련이니,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이라는 의미의 ‘전철’이란 어휘가 생겼을 터이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로 문자와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했고, 동시에 도로망을 정비하였으나, 도로는 포장을 하지 않은 듯하다. 포장이 잘 되었더라면 ‘전철’이란 말이 생겨나지 않았을 테니까.

근대에 들어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토목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1775년 프랑스에서 하층토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는 도로 포장법이 개발됐다. 아스팔트가 도로에 처음 쓰인 것은 1854년 파리에서였으며, 1865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시멘트 도로가 처음 선보였다. 요즘은 더욱 다양한 포장재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마사토’가 있다.

‘마사토’는 ‘마사고(まさご, 자잘한 모래)’라는 일본말에다가 ‘흙 토(土)’가 덧붙여진 말이라, 국립국어원에서 이를 ‘굵은 모래’로 순화해 쓰라고 권하나, 업체나 일반인들 중 그렇게 쓰는 사람 별로 없다. 하여간 마사토는 도로나 공원의 바닥재로 흔히 사용되는데, 서울 창덕궁의 선정전, 희정당, 낙선재, 연경당, 부용 일원이나 그 진입로는 모두 마사토로 포장돼 있어 고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대산 월정사의 오래된 전나무 진입도로 역시 시멘트 포장재를 걷어내고 마사토와 황토를 섞어 흙길을 새로 조성한 이후 나무가 되살아났다는 얘기도 전한다.

최근 설악산 소공원 일대에 도로 포장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콘크리트 포장 공법으로 사업이 시행되면서 탐방객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편의성만이 아니라 운치도 고려해야 할 곳이거늘.

이광식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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