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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 평창 오대산 탐방(조선일보) 20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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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8-08 09:02 조회8,6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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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씻어내는 길… 역사를 품고 있는 산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 탐방단은 지난 7월 20일 강원도 평창 일대를 찾았다. 이효석 생가와 문학관~오대산 사고(史庫)~상원사~월정사 코스로, 우리 문학과 역사의 향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소설가 이효석(1907~1942) 생가(生家)와 문학관 주위에는 단편 '메밀꽃 필 무렵'뿐 아니라 '산협' '개살구' 등의 작품 무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인공 허 생원이 성 서방네 처녀와 운명 같은 밤을 보냈던 물레방앗간, 동이와 다투던 '충주집', 나귀를 끌고 넘어가던 노루목, 동이에게 업혀 혈육의 정을 나누던 여울목 등이 아기자기하게 흩어져 있다. 이효석이 봉평에서 보낸 유년의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다. 김성기 이효석문학관 관장은 "식민지 시절 사상적·정치적 혼란기에 작가가 몰두한 공간이 고향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 잃어버린 고향의 복원 의지가 집필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다. 커피를 사랑하고 서구 지향적 모더니스트였던 작가는 역설적으로 고향의 농작물인 '메밀'과 더불어 이름이 남았다.


	'길 위의 인문학' 탐방객들이 강원 평창 오대산 사고(史庫)를 둘러보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탐방객들이 강원 평창 오대산 사고(史庫)를 둘러보고 있다. /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메밀국수와 묵으로 점심을 먹은 탐방단은 '번뇌가 사라지는 길'로 불리는 선재길을 산책했다. 오솔길 주위로는 복랑나무, 잎갈나무, 야광나무, 고로쇠, 층층나무 등이 빽빽하게 가지를 뻗어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가려줬다. 상원사 초입 계곡에 있는 관대(冠帶) 비석에 얽힌 일화는 흥미로웠다. 피부병을 앓던 세조는 이 비석에 의관을 벗어둔 후 지나가던 동자승에게 등을 씻어달라고 부탁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명하자 동자승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상원사는 드물게 문수를 주존(主尊)으로 모시는 도량이다.

오대산 사고로 올라가는 700m의 오솔길은 매미 울음과 개울물 소리로 귀가 시원했다. 선선한 솔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나비 떼가 춤을 추듯 날아다녔다. 조선시대 사각(史閣)은 물·불·바람·절도의 재화(災禍)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길지(吉地)에 배치되었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사고를 산에 만든 것과 관련, "조선 전기에는 실록을 교통이 편리한 지방 중심지에 보관했으나 임진왜란 후에는 전쟁, 화재, 도난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험준한 산지로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춘추관을 제외하고 강화도 마니산, 평안도 묘향산, 경상도 태백산, 강원도 오대산으로 실록은 분산 배치되었다.

천년 고찰(古刹) 월정사와 함께 오대산의 명소는 전나무 숲길이다. 17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1㎞가량 양편으로 늘어선 길을 걸으면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살갗에 와 닿는 청량감이 든다. 숲길에 잇닿은 월정사에 들어서자 웅장한 적광전(寂光殿) 앞에 팔각 구층 석탑이 당장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듯 날렵한 맵시를 자랑한다. 김민경(24)씨는 "돌아보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다"며 "후대에 이를 전승하려는 선조들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도 확인했다"고 했다. <해이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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