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에게 바라는 시대 지나…스스로 향상해야"(연합뉴스)201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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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2-24 12:39 조회8,662회 댓글0건본문
탄허 스님 제자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평창=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지도자에게 무엇을 바라는 시대는 지났고 스스로 향상하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24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집권 이후의 전망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혜거 스님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때는 '지도자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모두가 다 공감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게 주창하던 사람이 막상 그 자리에 가면 그게 안 이뤄진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판단은 정확한데 주관적인 것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청문회를 보면 전부 못 쓸 사람뿐이죠. 하지만 '그럼 너는?' 하면 한 사람도 쓸 사람이 없습니다. 남을 평가하는 것은 쉽죠."
전남 영암 출신인 혜거 스님은 1959년 강원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呑虛·1913-1983)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1988년부터 강남구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열어 불자 대중을 위한 경전과 한문 교육, 참선 교육에 매달려왔다.
혜거 스님은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교조에서 변화를 일으켜줬으면 좋겠다"면서 "시비를 일으키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그만 하고 이제 우리나라가 어떻게 가야 하는 걸 선두적으로 주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에는 남을 공경하는 게 인기를 얻는 세상이었죠. 앞으로는 그런 세상에서 눈이 좀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이 나라는 어떻게 돼야겠다고 가주면 정부도 변하고 다 변할 수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혜거 스님의 은사인 탄허 스님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
근현대 한국 불교의 대강백(大講伯)인 탄허 스님은 삼척무장간첩침투, 미국의 월남전 패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급서, 일본 재앙 등을 예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탄허 스님이 살아 있었다면 현재의 남북 관계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스님은 늘 '나는 없고 온전히 나라만 있는 사람이 있으면 통일이 이뤄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감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탄허 스님은 스승인 한암 스님이 선(禪)을 중심으로 교(敎)를 아우르려고 했던 것과 달리 교를 중심으로 선을 회통(會通)하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나온 것이 화엄선적 관점이다.
혜거 스님에게 탄허 스님의 '화엄 사상'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를 물었다.
"탄허 스님이 가장 강조한 것이 '향상일로'(向上一路)였어요. 나날이 향상해야 사람이라는 것이죠. 뿌리를 화엄경에 두고 향상일로로 가자는 게 스님의 원이었습니다. 스님은 향상일로가 이뤄졌을 때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태어난 보람을 완성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혜거 스님은 "화엄 사상을 접하고 나면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본 부분에 가장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전부 없애고 한 단계 올라가려고 노력하려는 발심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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