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 으뜸도량 월정사, 21편 이야기로 보다(법보신문)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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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1-15 08:36 조회10,159회 댓글0건본문
화엄 으뜸도량 월정사, 21편 이야기로 보다 | ||||||||||||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 이도흠 지음 / 민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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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의 ‘수심결’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며 ‘마음 안에 부처가 있고 자성 그 자체에 법이 있는 것, 그 바깥에서 달리 구할 것이 없음’을 깨달은 한암 스님. 경허, 만공, 혜월과 함께 근세에 선풍을 중흥시킨 주역으로 일컬어지는 스님은 서울 봉은사에서 왜색 승려들이 설치는 모습을 보다 못해 “내 차라리 천년 동안 자취를 감추는 학이 될지언정, 삼년 동안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는 게송을 남기고는 월정사로 발길을 옮긴 후 27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수행 정진의 곧은 힘으로 전쟁의 화마로부터 상원사를 지켜내고, 후학들을 제접하다 좌탈입망의 마지막 모습으로 다시한번 수행자들을 경책했던 그 한암 스님을 품은 오대산 월정사는 수천년전 천신과 산신이 자리하다가 부처님과 어우러져 하나가 된 뒤, 신라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안 개산조 자장율사에서부터 근대 탄허 스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선지식들을 배출한 도량이다. 때문에 그 산과 절에 얽힌 이야기 또한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다양하다.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는 14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월정사에 대한 원형 그대로의 기억을 풀어내 현재에 닿도록 전달해 준다.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맛깔스러운 문체로 풀어쓴 책은 스물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고, 역사적 사실과 사실의 틈 사이마다 상상력을 통한 소설적 요소가 추가돼 읽는 재미를 더했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설명과 함께 소설적 재미가 풍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덕분에 독자의 상상력도 더불어 활발해지는 독특함도 느낄 수 있다. 자장율사가 터를 고른 일, 구정 선사가 솥을 아홉 번이나 바꾸어 걸은 끝에 도통한 일, 문수보살이 나투어 세조의 등을 밀어준 이야기, 절을 불태우려는 군인에 맞서 절을 지켜낸 한암 스님 이야기 등 21편의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전체 3장으로 나눠 절과 인물, 그리고 주변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첫 장 ‘오대산 월정사, 화엄의 으뜸 도량’에서는 자장율사가 가람의 터를 고른 일에서부터 문수보살이 나툰 일까지 화엄의 으뜸 도량이라는 공간에서 부처님과 사람이 어우러져 빚어낸 기억을 사실과 설화를 섞어 풀어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장 ‘월정사를 장엄하신 조사들’에서는 남다른 신심과 법력으로 월정사에 빛을 더한 조사들의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담았다. 한 마디 말로 북대의 나한상을 움직인 나옹 혜근을 시작으로 , 월정사를 중창한 종마루 사명대사, 온몸으로 한국불교와 상원사를 지킨 한암 스님, 화엄의 꽃을 피우며 삼교에 회통한 탄허 스님, 오대산 중창주가 된 만화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 ‘월정사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에서는 오대산에서 시작해 상원사 동종에 이르기까지 월정사와 연기관계를 맺고 이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옮겼다. 저자는 여기서 여행객의 시점에서 동선에 따라 주변의 풍경을 기술하면서, 그 풍경에 깃든 기억들을 풀어내고 국문학자적 시각으로 감상을 더해 서술했다. 저자는 “오대산은 주름이 깊은 산이다. 들어갈수록 골과 숲이 깊고, 펼칠수록 숱한 사람들이 빚어낸 기억들이 샘솟는다. 공간은 텅 비어 있는 자리나 빈곳이 아니라 상징과 의미로 가득한 곳”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월정사의 역사를 통해 불교문화의 깊이를 새롭게 이해하고 시대를 넘어 한국불교를 보는 지혜의 눈도 가질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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