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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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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 ‘진경산수화’ 예로구나(주간동아)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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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12-25 09:07 조회10,1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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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비경 트레킹 | 평창 오대산]
겨울 숲 ‘진경산수화’ 예로구나
눈 내린 전나무숲길 지나 선재길 출발…눈길 닿는 곳곳 볼수록 장관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폭설이 내리면 태곳적 시간으로 돌아간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에 핀 연꽃이다. 비로봉(1563m),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3m), 호령봉(1561m) 다섯 봉우리가 꽃잎을 이룬다.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이다. 그 길 끝에 상원사가 자리하고, 좀 더 오르면 꽃술에 해당하는 적멸보궁에 닿는다. 적멸보궁을 중심으로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상두암(미륵암)이 흩어져 용맹정진한다.
문수보살 터전 佛法 번창한 성지
오대산은 설악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간 남쪽에 자리한다. 설악산이 화려한 바위산을 대표한다면, 오대산은 부드러운 흙산(육산)의 선두 주자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은 불법이 길이 번창할 것이라 예언했으며, 예로부터 전란이 닿지 않아 조선 조정은 산 아래 월정사 옆에 사고를 지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다.
오대산은 예로부터 눈이 많기로 유명하다. 10월 중순이면 첫눈이 내리고, 툭하면 대설이 쏟아진다. 오대산 길은 크게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월정사~상원사)과 능선길(상원사~비로봉~상왕봉~상원사) 코스로 나뉜다. 선재길은 거의 평지라 걷기에 부담이 없어 좋고, 능선길은 장엄한 겨울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선재길 출발점은 월정사 부도밭 위에서 시작되지만, 월정사 매표소부터 걷는 것이 좋다.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는 10.7km로 4시간쯤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 200m쯤 도로를 따르면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숲길이 시작된다. 길 양편으로 쭉쭉 뻗은 전나무가 1000그루도 넘는다. 보기도 좋지만 전나무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온몸을 정화한다.
전나무숲길은 사계절 좋지만, 특히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걸을 때가 가장 장중하다. 폭설이 내리면 인적이 끊기고 태곳적 시간으로 돌아간다. 전나무는 가지마다 눈을 가득 매달았다가 한순간 모두 털어낸다. 쿵! 육중한 소리가 겨울 숲의 적막감을 더욱 깊게 한다.
성황당을 지나면 쓰러진 전나무가 보인다. 속이 텅 빈 나무 일부가 서 있고, 나머지는 편안하게 누웠다. 안내판에 의하면, 수령이 약 600년으로, 2006년 10월 23일 쓰러지기 전까지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였다고 한다. 전나무숲길이 끝나면 월정사다.
눈 속에 파묻힌 월정사.
승려들 오가던 오솔길, 선재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앞 석조보살좌상이 아름다운 미소를 살짝 머금고 있다.
월정사는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지만, 6·25전쟁 때 깡그리 불타 고풍스러운 맛이 없다. 다행히 적광전 앞 중앙에 서 있는 팔각구층석탑이 남았다. 탑 앞에는 두 손을 모아 쥐고 공양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은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보살좌상을 보고 덩달아 웃으며 길을 나서면 도로를 만난다. 잠시 도로를 따르면 전나무숲 아래 자리한 부도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커다란 선재길 이정표와 함께 선재길이 시작된다.
선재길은 오대천 계곡 오솔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이어진 길로 예로부터 승려들이 다니던 길이었다. 오대산이 배출한 걸출한 대사인 방한암 스님(1876~1951)과 탄허 스님(1913~83)도 오갔던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다. 선재는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기서 오대산장까지 서너 번 계곡을 건너고 섶다리를 지난다. 오대산장은 예전에는 산장이었지만, 지금은 찻집으로 바뀌었다. 할머니 바리스타 두 분이 내오는 커피 한 잔에 스르르 몸이 녹는다. 20여 년 전 오대산장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첫눈의 황홀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대산장을 나오면 동피골 합류점을 만나고, 한동안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간다. 상원교 앞을 지나면 계곡은 왼쪽으로 돌아오고, 호젓한 계곡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길이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다. 길 초입에 관대걸이가 있는데,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고 계곡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세조가 목욕할 때 마침 가까운 곳에 동자승이 있었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 했고, 동자승은 열심히 때를 밀었다. 흡족한 세조는 장난기가 발동해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마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준 덕분에 세조는 피부병이 다 낳았고, 이를 고맙게 여겨 상원사에 문수동자상을 세웠다고 한다. 1984년 문수동자상을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조사하던 중 복장 안에서 세조가 입었던 저고리와 ‘다라니경’ 등 많은 유물이 발견됐다. 문수전 계단 옆 고양이석상과 문수전 안 문수보살상에 인사를 올리면 선재길이 마무리된다.
조망이 일품인 비로봉 정상. 왼쪽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비로봉~상왕봉, 겨울 능선의 백미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 길은 원시림 지대로, 참나무 고목이 늘어서 있다.
오대산 능선길은 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로 이어진다. 거리는 12km로 5시간쯤 걸린다. 상원사 찻집 뒤 적멸보궁 안내판을 따르면 한동안 산비탈을 타고 중대 사자암에 이른다. 중대 사자암은 암자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터에 비해 건물이 커 답답한 느낌이다.
다시 길을 나서면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와 자작나무들의 영접을 받으며 적멸보궁에 닿는다. 오대산의 오래된 전나무, 자작나무, 신갈나무는 기품 있고 장중하다. 그들이 설경과 빚어내는 조화는 오대산의 겨울 풍경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한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은 오대산 최고의 성지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오대산 적멸보궁은 가장 먼 거리를 걸어야 하지만,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화려한 청기와 팔작지붕 뒤로 눈을 뒤집어쓴 오대산 연봉이 아스라하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험하지만 아름드리 전나무, 물박달나무, 들메나무, 피나무 사이를 휘돌아 오르는 맛이 매혹적이다. 오대산 최고봉은 급경사 비탈길에 녹초가 돼야 비로소 나타난다. 정상은 거침이 없다. 동쪽으로 동대산과 노인봉 너머 주문진 앞바다가 찰랑거리고, 북쪽으로 백두대간의 장쾌한 마루금이 설악산으로 흘러간다.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 길은 쌓인 눈을 밟아가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앞선 간 사람들이 산등성이에 길을 내준 덕분에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산등성이에 자리한 나무들은 두툼한 눈 솜이불을 끌어당겨 덮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면 바람에 눈 쓸리는 소리가 들린다.
넓은 헬기장이 있는 1539m 봉을 넘으면 길은 더욱 순해지면서 원시림 지대가 나타나는데, 마치 거목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다섯 줄기가 어우러진 거대한 신갈나무와 속이 비고 껍질에 우락부락한 혹이 붙은 기괴한 신갈나무의 모습은 경이롭다. 이어지는 상왕봉 정상에서는 설악산이 좀 더 가깝게 잘 보인다. 상왕봉을 지나 다시 산등성이를 타면 곧 두로령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상원사 방향으로 내려서면 옛 446번 도로를 만난다. 자작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선 비포장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내려오면 상원사 입구에 닿는다.
◆ 여행정보
· 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진부행 버스가 06:32~ 20:05, 약 40분 간격으로 다니며 2시간 15분 걸린다. 진부시외버스터미널(033-335-6963)에서 월정사(상원사) 가는 버스는 06:30~19:40,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 맛집
진부 시내 부일식당(033-335-7232)은 오직 산채정식만 내오는 맛집이다. 산채정식 9000원. 진부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메미리(033-335-5999)는 메밀부침 전문점으로 메밀전병, 감자전, 감자송편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다.
· 숙소
오대산 가는 길에 자리한 켄싱턴플로라호텔(033-330-5000)은 조망 좋은 고급 숙소다. 오대산 입구인 동산리에 큰 민박촌이 있다. 오대산콘도형산장민박(033-332-6589)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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