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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대에 큰스님의 깨달음(전북도민일보) 20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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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9-10 09:01 조회9,2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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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대에 큰스님의 깨달음
김미진 기자 
   
탄허-심심심(心心心), 초서, 1970년대, 월정사성보박물관 소장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큰스님의 명필이 마음을 움직인다. 제 잘난 맛에 도취해 그릇된 우월의식으로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현대인들에게 남기는 메시지인 것. 근현대 변혁의 시대를 살면서 한국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오대산 월정사 한암(漢岩) 스님과 그의 제자인 탄허(呑虛) 스님의 글씨를 가슴 속에 아로새겨본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10일부터 10월 3일까지 박물관 내 문화체험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한국의 큰스님 글씨-월정사의 한암과 탄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탄허(1913~1983)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전시로, 특히 전북 김제 출생인 탄허 스님의 고향에서 그의 삶과 학문을 소개하는 첫번째 순회전 개최에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 달 동안의 연장 전시를 마친 이 전시는 불자는 물론, 일반인 등 관람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시는 두 큰스님 한암(1876~1951)과 탄허의 글씨를 축으로, 평창 월정사, 대전 자광사, 안양 한마음선원에서 대여한 서예작품, 편지, 유품 등 80여 점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한암 스님은 한국 불교의 선풍(禪風)을 지키고 법맥을 계승, 근대 한국 불교를 중흥한 대표적 인물이다. 당대의 유학과 불교학의 권위자였던 그의 학문과 인품을 존경해 가르침을 받고자 했던 승려뿐 아니라 수 많은 지식인들이 그를 믿고 따랐으며, 그의 수제자 중 한 명이 탄허다.

한암은 한국전쟁 때인 1951년 오대산 상원사의 소각 위기를 온몸으로 지켜낸 일화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이보다 앞서 1941년 조계종이 새로 출범할 때 초대 종정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의 글씨는 단정하고 정적인 필치로 격조 높은 선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특히 그가 남긴 편지 글은 근대 국한문, 한글 글씨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탄허는 근현대 우리나라의 불교계를 이끈 최고의 학승으로 기록되고 있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유불도(儒佛道) 삼교(三敎)에 능통한 대석학으로 예언가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전북 김제 만경면 대동리에서 독립운동가 김홍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탄허는 유년시절부터 부친과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고, 10대 후반에는 충남 보령으로 옮겨 기호학파 최익현의 학풍을 이어 받은 이극종으로부터 다시 체계적으로 사서(四書), 삼경(三經), 예기, 춘추좌전 등을 수학해 일찌감치 상당한 수준의 학문적 경지에 도달했다.

그는 해결되지 않는 도(道)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고자 당시 최고의 선승이었던 한암과 3년 동안 학문에 대한 서신 문답 끝에 1934년(22세 때)에 상원사로 입산해 한암의 제자가 됐다.

탄허는 스승 한암의 법통을 계승하고 이를 불교학 연구와 불교의 중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상원사의 대화재로 소실된 한암의 연구와 관련 자료의 복원도 그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 스승의 뜻을 이어 전소된 월정사를 중건했으며, 평생에 걸쳐 추진한 화엄경 및 불교 경전 번역 사업을 통해 불경의 한글화라는 큰 뜻을 펼치기도 했다. 화엄경의 완역인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은 그의 여러 업적 중 가장 높이 평가된다.

늘 대중과 가까이했던 탄허는 필묵을 즐겨 생전에 많은 글씨를 남겼는데, 그의 글씨는 스승과 달리 활달하고 기세(氣勢)가 빠른 필치가 특징이다. 마음을 다해 직접 짓고 쓴 비문의 섬세한 글씨에서는 그의 학문적 깊이가 드러난다.

이처럼 큰스님들의 글씨는 넓은 의미에서의 선필(禪筆)과 전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 글씨는 불교의 경전과 깨달음, 고전의 경구, 삶의 자세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연하게 쓴 한문 글씨뿐만 아니라 잔잔한 한글 글씨가 갖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유병하 관장은 “전라북도가 서예의 본고장인만큼 이번 한국의 큰스님 글씨 순회전은 그 어느지역보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립전주박물관은 서예와 관련된 인물을 조명하고 잊혀진 서예가를 정리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관람객들의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4일과 28일 오후 2시에는 갤러리 토크가 진행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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