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바람이 전나무 숲 사이를 스치고 계곡물 소리가 선재길을 따라 흘렀다. 지난해 무더위 속에서 진행됐던 행사와 달리 올해 오대산은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다. 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시원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와 법보신문, 국립공원공단, 강원도민일보는 6월 7일 오대산 자연명상마을과 선재길 일원에서 ‘제21회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걷기 행사’를 개최했다. ‘천년의 숲, 나를 찾는 발걸음’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동참했다.

행사에는 월정사 주지 퇴우정념 스님과 월정사 사중스님들을 비롯해 이재형 법보신문 대표, 김형규 공익법인 일일시호일 대표,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경민현 강원도민일보 사장, 유상범 국회의원, 심현정·김광성 평창군의원, 김정임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장, 김태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장, 전승훈 동아일보 국장, 황봉구 진부면번영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 30분 자연명상마을에 집결해 준비 체조를 마친 뒤 본격적인 걷기에 나섰다. 올해 행사에서는 평소 일반에 개방되지 않던 ‘비밀의 숲’ 구간이 특별 개방돼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정념 스님은 개회사에서 “월정사와 자연명상마을은 하나의 수행 도량”이라며 “오늘 특별히 비밀의 숲을 개방한 만큼 숲이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온전히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선재길 걷기 행사는 생명·평화·나눔을 주제로 이어져 왔다”며 “생태계 속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돼 서로를 빛내며 살아간다. 오늘 하루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비밀의 숲과 선재길, 전나무숲길 등 5km 구간을 걸으며 묵언걷기와 소리명상, 맨발걷기 등을 체험했다. 숲길 곳곳에서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졌고 참가자들은 걸음을 늦추며 자연의 숨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올해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은 한결 여유로운 걸음으로 오대산 천년숲길을 만끽했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과 청량한 계곡 바람은 걷기 명상의 깊이를 더했고, 참가자들은 숲속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주는 휴식과 치유를 온몸으로 느꼈다.
행사 운영을 맡은 엄재민 월정사 대학생전법단원은 “주말에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 시간을 내 참가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선재길을 걸으며 자연을 즐기고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아내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이준창 씨는 “홍보 콘텐츠를 보고 참가를 결심했다”며 “평소 개방되지 않는 길을 걸을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는 걷기 속도가 잘 나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았고 자연환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며 “앞으로 열릴 선재길 걷기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걷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자연명상마을 잔디광장에서 열린 에코콘서트에 참여하며 여운을 이어갔다.

정념 스님은 축사에서 “오대산 선재길은 세계 어느 트레킹 코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길”이라며 “길은 관계와 관계를 연결하듯 우리 역시 깊은 인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존재는 연기의 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며 “오늘 선재길을 걸으며 연결의식을 깊이 통찰하고 솔바람처럼 번뇌를 날려 보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형 법보신문 대표이사는 “선재길은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선재동자의 구도 여정을 상징하는 길”이라며 “오늘 우리가 걸은 길에도 1400년 동안 오대산을 찾았던 수행자와 구도자들의 발걸음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을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본래의 자리로 회복시키는 과정”이라며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참가자들에게 자연이 들려주는 법문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걷기 전에는 걱정과 근심이 있었지만 숲속 바람과 물소리가 모두 씻어낸 것 같다”며 “생명존중의 가치를 품고 있는 오대산의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민현 강원도민일보 사장은 “올해로 21회를 맞은 선재길 걷기 행사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에 이어 진행된 에코콘서트에서는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이 특별공연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선재길에서의 여운을 간직한 채 음악과 함께 초여름 오대산의 정취를 만끽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법보신문/ 유화석 기자 ,사진=박건태·백진호·권정수 기자
출처 : https://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358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