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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생태 포럼] “몸과 마음 건강…‘나’를 이루는 지구 맑아지는 해법”(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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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3-12-05 15:45 조회1,6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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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생명사회 전환을 위한
본지·월정사·도·평창군 공동 녹색생명사회 전환 주도 포럼
“기후위기 직면 모두 연대해야 작은 노력, 별빛 더 밝아질 것”
“사찰 수행방법 집착 필요없어 생각의 흐름 관찰이 바로 명상”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서시의 첫 구절이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가를 물어본다.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주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는 가져야 할 것 아닌가. 우리는 과연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밥 한 그릇의 고마움을 느끼고 살고 있는가.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요가명상·대화를 진행한 혜성스님은 “강박관념에 빠지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의 흐름을 계속 관찰하는 것이 곧 명상”이라고 말했다.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요가명상·대화를 진행한 혜성스님은 “강박관념에 빠지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의 흐름을 계속 관찰하는 것이 곧 명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27∼28일 명상치유 성지 오대산 월정사에서는 ‘오대산 생명생태 GREEN 명상대화’가 열렸다. 강원도민일보와 월정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이 녹색 생명사회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기후위기 극복에 대한 강원특별자치도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오대산 생태 포럼’의 일환이다. 강원 안팎의 청년과 교사, 직장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은 세계적인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세티연구소 한국책임자·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의 강의와 월정사 혜성스님(동국대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의 명상대화를 통해 ‘조금 느린 하루’를 보냈다. ‘나’를 이루는 세계에 대한 관계성을 인식하며 어떻게 더 오래, 더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고요한 산사의 밤은 한강 시원지인 ‘우통수’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물소리만이 들렸다.

단풍이 절정을 맞이한 월정사 경내 모습
단풍이 절정을 맞이한 월정사 경내 모습

■ 천문학자와 별 헤는 밤

별 하나의 이야기를 알게 될 때마다 우주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 참가자들은 월정사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수많은 별이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은 더 자세히 보인다는 점도 깨달았다. ‘천년의 대화-우리는 별 먼지’를 주제로 대법륜전에서 열린 이명한 박사의 강의에는 80여명이 모여 세계관을 확장시켜주는 천문학과 우주 이야기에 집중했다.

젊은 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이명현 박사는 어려서부터 아마추어 천문동아리 활동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찾았다. 갈릴레이와 다윈의 이름을 딴 과학전문서점 ‘갈다’의 대표로도 활동중인 이 박사는 종교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그의 강의 내용 중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라는 관계성은 불교 세계관과 맞닿아 있었다.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혜성스님이 요가명상·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혜성스님이 요가명상·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현 박사는 세계 각지의 천문대 사진과 별을 보여주며 캠프의 저녁을 별빛으로 물들였다.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별을 보는 천문학자로서 별을 이해하는 방식을 풀어내며 인식의 폭을 넓히도록 도왔다. 1만 2000년 후 북극성의 위치에 올 직녀성 등 천체 변화 이야기 등도 흥미를 높였다. 이 박사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과거의 다른 시간대에서 온 빛의 층을 현재의 우리가 보는 것”이라며 “이런 인식을 갖고 우주를 생각하면 별이 다르게 보인다. 인간도 각자의 시간에서 각자의 공간대로 살아가다 보니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태도 또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도심에서는 빛 공해로 인해 별을 보기 어려운 세상이 됐지만 이 박사는 “작은 노력으로도 조금 더 어두운 밤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기후위기를 겪고 있지만 화성으로의 이주 대신 지구에서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도 역설했다.

“기후위기에 직면한다 해도 당장의 대한민국은 괜찮겠죠. 당장 해수면과 가까운 국가부터 침몰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버티는 게 과연 행복할까요? 우리가 생존하려면 결국은 자원을 강탈해야 하잖아요. 우리가 지닐 태도는 명확합니다. 연대해야죠. 연대해서 자원을 나누고 버텨서 기후위기를 늦춰야죠. 그런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오대산 생명생태 GREEN 명상대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한강시원지체험관에서 다도체험을 즐기고 있다.
오대산 생명생태 GREEN 명상대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한강시원지체험관에서 다도체험을 즐기고 있다.

■ 나와 이웃 함께 살피는 명상대화

이틀간 3차례 진행된 명상대화에서도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오대산의 맑은 물과 숲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깊게 새겼다.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문화 등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모두 연결된 인드라망(끊임없이 서로 연결되어 온 세상으로 퍼지는 법의 세계를 뜻하는 불교용어)임을 직시하면 기후위기 극복에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대화를 주도한 혜성스님은 거대 담론보다는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강조했고, 결국 ‘고기’를 덜 먹자는 이야기로 귀결됐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내뿜는 메탄가스 양은 약 100㎏에 달하고, 축산업으로 인한 산림벌채, 물 사용 등 지구 자원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늦은 밤 월정사에서 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늦은 밤 월정사에서 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있다.

혜성스님은 “사소한 행동부터 실천해나가면 된다. 부처님은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자기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받아라’라고 했는데 이것이 더 무서운 말”이라며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전에 적정한 양만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과학과 불교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과학에만 집중하면 실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질 수 있다”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실천할 수 있고, 그것이 확장됐을 때 지구 전체가 맑아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명상은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며 나를 바라보는 관찰을 지속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생각의 흐름을 계속 관찰하면 그것이 바로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정불변의 진리는 없다. ‘화’를 알아야만 화를 극복할 수 있다”며 “집착을 내려놓으려면 명상을 통해 인식의 작용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강의 모습.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강의 모습.

사찰의 수행방법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혜성스님은 “108배에 굳이 집착할 필요도 없다. 내 마음을 계속 끌고 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집착”이라며 “내게 맞는 균형을 찾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돈 쓰는 것”이라며 “줄 때는 아무런 대가를 생각하지 않고 주면 된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을 때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이번 캠프는 나와 지구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고요한 산사의 아침을 만끽하며 세계의 법칙이 ‘인과율’에 따라 흘러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어린 시절 봤던 금성의 모습이 나를 천문학자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근육이 절로 움직여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했다.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어린 시절 봤던 금성의 모습이 나를 천문학자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근육이 절로 움직여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했다.

특히 선재길을 걸으며 오대산 역사와 생태를 익히고, 한강시원지체험관에서는 다도체험과 함께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각종 고문원에 기록된 한강발원지이자 ‘명수’로 꼽히는 우통수 이야기를 들었다. 송보경(경기 포천) 씨는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며 “월정사의 맑은 물과 자연을 위한 작은 행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다예(춘천) 씨는 “월정사의 맑은 공기와 송진향을 느꼈다. 아침에 사람이 없는 사찰을 걸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김은미 씨는 “나에게 맞는 명상을 이해하고 주는 것과 받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감상을 남겼다.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탐욕을 기반으로 한 문명이 결국 기후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 방법이 바로 명상”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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