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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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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절...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오마이뉴스)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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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1-14 09:01 조회10,6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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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품은 절...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서평]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오대산 월정사 경내
ⓒ 임윤수

일년생 풀에는 나이테가 없습니다. 10년 된 나무는 10개, 100년 된 나무는 100개의 나이테를 갖고 있습니다. 나이테는 세월입니다. 풍상이며 역사이며 사연입니다. 아름드리 굵기의 나무는 아름드리만큼의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고목이 된 나무는 구부러진 가지를 닮은 사연이 있고, 몸뚱이만 남은 등걸은 검버섯이 핀 이유가 있습니다.

단풍놀이로, 등산으로 또는 성지순례로 오대산과 월정사를 다녀온 사람은 많을 겁니다.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알록달록하게 물든 오대산 등산로를 걸으며, 월정사 9층 석탑을 탑돌이 하며 거기서 우러나는 오묘한 감탄을 차마 꿀꺽 삼키지 못하고 가슴에 머금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대산을 제대로 보고, 월정사를 오롯하게 새긴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생각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 또한 들리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과 마음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게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더듬어 만져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라디오를 켜면 들리지 않던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텔레비전을 켜면 보이지 않던 영상이 보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특정 주파수를 쏘아대면 살점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장기 속 돌(담석이 또는 신석 같은 돌)들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달을 품고서 일체를 아우른 절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책표지.
ⓒ 민족사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로 전해지는 월정사를 들려주는 라디오이자 텔레비전, 세월의 더께에 감춰진 전설과 역사까지를 투영해 주는 투사기입니다.

오대산 계곡처럼 차곡차곡 주름 잡혀 감춰진 설화, 1400개쯤의 나이테로 간직하고 있는 월정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리로 들려주고, 영상으로 보여주고, 역사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스물한 묶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첫 장, '오대산 월정사, 화엄의 으뜸 도량'에서는 자장 율사가 가람의 터를 고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문수보살이 나투신(드러낸) 것에 이르기까지 화엄의 으뜸 도량이란 공간에서 부처와 사람이 어우러져 빚어낸 기억을 사실과 설화를 결합해 열두 묶음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자장 율사가 선덕여왕에게 설한 화엄의 요체는 오늘날의 오늘의 모든 정치인들과 사회적 지도자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최소한의 덕목이자 갖추어야 요건입니다.  

"기와가 온전해야 비가 새지 않아 집이 튼튼하게 오래 가듯, 왕이 잘 다스려 백성이 평안하여야 나라가 기리 보존되옵니다. 거꾸로 집이 잘 서야 기와도 깨지지 않듯, 나라가 화평하고 든든해야 백성들도 잘 먹고 평안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왕은 백성들을 자식처럼 돌보고, 백성들은 왕을 어버이처럼 섬기면서 나라를 위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37쪽-

형지지간은 물론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이자 적으로 되는 게 권력의 속성입니다. 하지만 신문왕의 두 아들, 둘째 왕자 보천과 셋째 왕자 효명 형제가 보여준 형제애는 월정사가 품어 기리고 있는 신님의 거룩함이며 불도의 뿌리입니다.   

월정사에 얽힌 세조,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조선왕국 7번째 왕위에 오른 선조가 문수 동자를 만나 병을 고치고, 고양이 덕분에 숨어 있던 자객들로부터 목숨을 건졌다는 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낯설지 않습니다. 항상 오대산 자락에 머물고 있지만 월정사엘 다녀왔으면서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전나무 숲에 난 숲길을 걷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펼치고 있습니다.

둘째 장, '월정사를 장엄하신 조사들'에서 풀어내고 있는 다섯 묶음의 이야기는 나옹 화상 혜근부터 근대 한국불교의 선지식 탄허 스님, 월정사의 사격이 오늘에 이르도록 중창을 한 만화 스님의 행장과 수행이력을 꾸리고 있습니다. 월정사를 장엄하신 역대 조사들이 남긴 발자취를 눈밭에 남긴 발자국처럼 꾹꾹 찍어내 설명하고 있습니다.

셋째 장, '월정사를 품어주고 꾸며주는 것들'로 엮어내고 있는 아홉 묶음의 이야기야말로 보았으면서도 보지 못하고, 더듬었으면서도 미쳐 그 존재를 자각하지 못했던 월정사 이야기입니다.  

월정사가 달을 품게 된 까닭은?

월정사라는 사명은 불교용어도, 경전에서 비롯된 것도, 부처님의 말씀과 연관된 것도 아니다. 만월산(滿月山)과 그 아래에 세워진 수정암(水精庵)을 합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사중에 있다. 다음 주장은 오대산 동대에 해당하는 '만월산(滿月山)과 서대 정령산 아래 세운 수정암(水精庵)을 달의 운행에 맞추어 월정사로 지었다는 설이다. 만월산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면 서대 수정암까지 훤하게 비추며, 달은 만월산에서 떠올라 수정암쪽으로 진다. 비로자나불이기도 하고 관세음보살의 형상이기도 한 달빛이 만월산에서 서대 수정암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251쪽-

절 이름이 월정사가 된 유래, 걸림 없는 걸개그림으로 월정사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에 담긴 의미와 뜻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셋째 장의 글이야말로 들리지 않던 라디오파를 잡아주는 라디오이며 보이지 않던 주파수를 보여주는 수상기입니다.

팔각 9층 석탑과 석조보살좌상, 부도탑과 오대산 사고, 상원사 동종에 차곡차곡 접혀서 담긴 이야기들을 다림질이라도 한 듯 주름한 곳 없이 펼쳐내고 있습니다.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를 일독하고 다시 찾아가면 보이지 않던 오대산이 보이고, 다녀왔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월정사를 모자람 없이 알게 될 거라 기대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지은이 이도흠┃펴낸곳 민족사┃2013.12.25┃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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