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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에서 즐기는 피톤치드 삼림욕 '강원 평창 월정사 전나무숲' (파이낸셜투데이) 20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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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9-10 09:05 조회10,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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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에서 즐기는 피톤치드 삼림욕 '강원 평창 월정사 전나무숲'
박단비 기자 pdb1228@ftoday.co.kr
   
[파이낸셜투데이=박단비 기자] 늘씬하게 뻗은 전나무 숲에 들어서니 바깥의 더위는 금세 잊혀진다. 울창한 숲에 안겨 보드라운 흙길 위에 오르니 초록 기운이 알알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한발 한발 옮겨지는 걸음에 맞춰 몸과 마음을 괴롭히던 일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초록 물결에 안겨 들고 나는 깊은 호흡만으로 ‘힐링’이 절로 된다. 여기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이 품은 천년고찰 월정사 전나무숲이다.
 
‘좋은 길’이란 무엇일까. 어떤 길일까.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재를 알려주는 공간? 아니면 현실 따위 잠시 잊고 푹 쉬게 해주는 쉼터? 우리가 세상의 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금 이 순간도 모두 각자의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가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걷기 여행이 인기를 끄는 것 역시 눈앞에 펼쳐진 길을 걷는 훈련을 통해 마음이 품은 수없이 갈라지는 길 위를 더 잘 디딜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 아닐까.
 
편안하게 걷는 힐링 산책
 
덕분에 이 땅에도 제법 많은 ‘걷기 전용 길’들이 자리한다.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을 필두로 각 고장마다 그들만의 길을 하나쯤은 품고 있다. 트레킹처럼 등산화를 갖추고 나서야 하는 길부터 가뿐한 운동화나 샌들로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까지 우리 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오늘 걸어볼 길은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함께 이 땅의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히는 평창 오대산 자락의 월정사 전나무숲이다.
 
월정사 전나무숲이 자리한 오대산은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고 있어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오늘은 월정사 전나무숲을 걷고 난 후 월정사와 상원사까지 살펴볼 예정이다. 트레킹에 자신 있다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에 달하는 오대산 선재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는 10월까지 오대산 명상의 숲(선재길) 조성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중간중간 공사 구간이 있지만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자, 이제 전나무숲을 걸어보자. 월정사 전나무숲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약 1km에 달하는 길가에 자리한다. 왕복을 해도 2km, 고작 도보 30분 거리인 이 길이 손에 꼽히는 유명인사가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앞서 소개한 이 길 주변에 자리한 전나무 덕이오, 다른 하나는 이 숲 지척에 터를 잡은 월정사 덕분이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라는 이름 안에 모든 이유가 담겨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에 들어서려면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국립공원부터 월정사로 향해야 한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펼쳐진 숲길에는 사시사철 삼림욕을 즐기려는 이들이 찾아든다. 자가 차량 이용자들은 일주문을 지나 자리한 월정사 주차장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에서 금강교를 건너면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닿는다. 여기서 일주문까지 걸어가면 된다.
 
금강교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진 전나무숲은 앞서 설명한대로 길지 않은 거리지만 몇 번씩 반복해 걸어도 지겹지 않다. 전나무숲은 평균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자리한 덕분에 ‘천년의 숲길’이란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늘씬하게 뻗은 전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도 같다.
 
전나무숲길에 반한 이들은 한번 찾을 때마다 수십번씩 걷기도 한단다. 실제로 보드라운 흙길과 쭉 뻗은 전나무숲 안에서 사브작사브작 걷고 있으면 현실에 남겨두고 온 고민거리들은 사라진다. 언제까지라도 걷고 싶은 길이다. 현실의 가시밭길과는 달리 보드라운 이 길은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구석이 있다.
 
전나무는 상처가 나면 젖(우유)이 나온다고 붙은 이름이다. 삐죽 뻗은 잎에서는 상큼한 향이 뿜어져 나온다. 맞다, 사람 몸에 좋은 피톤치드다. 알싸한 피톤치드 향에 취해 충분히 삼림욕을 즐겼다면 월정사로 가보자.
 
   
천년고찰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
 
월정사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장율사(590~658)부터 살펴야 한다. 신라 최고 가문 출신으로 출가하기 전 재상으로 부름을 받기도 했던 그는 당나라 유학시절 문수보살로부터 가사 한 벌, 부처의 정골사리를 받는다. 이후 귀국한 그는 오대산에 터를 잡고 부처의 정골사리를 모신다. 당시 그가 지은 작은 띳집이 지금의 월정사다. 신라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까지 자리를 지킨 월정사는 6·25전쟁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불에 타지 않는 돌로 만든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만이 천년이 넘는 시간을 기억한다.
 
상원사 중창권선문, 팔각구층석탑 사리구 등을 품은 성보박물관까지 살폈다면 물줄기를 따라 상원사로 향해보자.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8km, 앞서 소개한 선재길을 따라 걸어갈 수도 있고 차량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번뇌가 사라지는 길’을 따라 상원사에 닿는다.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동종(국보 제36호)과 세조와 인연 깊은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으로 유명하다. 먼저 신라 성덕왕 시절 만들어진 동종부터 살펴보자. 흘러가는 구름과 펄럭이는 천자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동종 표면을 통해 당시의 이상향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상원사 포인트로 꼽히는 목조문수동자좌상.
 
그의 탄생은 세조와 연관이 있다. 조카(단종)까지 없애며 왕위를 차지했던 세조는 후에 전신에 종창이 생기는 괴질로 고생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전국의 좋다는 물을 찾아다니다 이곳 오대산 자락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때 동자승으로 변한 문수보살을 만났단다. 이때 세조가 본 것을 토대로 문수동자상은 만들어졌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문수전 계단 아래에 보면 한쌍의 고양이 석상이 보인다. 이 역시 세조와 인연이 깊다. 상원사를 찾은 세조가 법당으로 들어서려 하자, 고양이 한 마리가 세조의 옷자락을 물고 이를 막았단다. 자객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고양이 덕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이 기특한 고양이에게 논과 밭을 내렸다. 고양이 석상도 함께 세워졌다. 상원사를 찾았다면 적어도 이들은 꼼꼼하게 살펴보자.
 
전나무숲에서 월정사, 그리고 상원사까지 살펴보는 길은 부담스럽지 않다. 월정사~상원사를 잇는 선재길을 걷지 않았을 경우라면 말이다. 전나무숲에서 피톤치드 삼림욕을 즐긴 후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오대산의 기운을 맛볼 수 있다. 이제, 전나무숲에서 얻은 기운으로 현실의 길 위를 한번 더, 한 발자국 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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