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자동차로 10분이지만··봄날의 여유, 어찌 시간을 따지랴(아시아경제)2013.04.1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3-04-17 15:06 조회8,366회 댓글0건본문
봄볕따라 걷는 오대산 월정사~상원사 잇는 선재길(천년의숲길) 9km
|
古刹일수록 그 절로 가는 숲길은 아름답다. 오래된 숲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은 힐링이 된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르는 약 9㎞ 옛길이 꼭 그러하다.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흙길과 오솔길을 번갈아가며 걷는 길이다. 천년 사찰 월정사로 이어지는 길이라 '천년의 숲길'이라 불린다.
오대산의 새벽. 월정사 일주문부터 길을 잡았다. 전나무숲길에는 차분한 아침 공기가 흐른다. 계곡 곳곳엔 아직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지만 숲길은 봄날의 아침 햇발이 쏟아진다.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햇볕이 나뭇잎을 통해 걸러진다. 햇살이 국숫발처럼 가지런해진다. 따뜻하고 아늑하다.
|
전나무숲은 일주문에서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 거리. 1000여 그루의 전나무가 우렁우렁 헌걸차다. 이 숲길은 절로 가는 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4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전나무의 곧추선 기상은 상념을 통렬히 깨트리는 죽비처럼 장쾌하다.
길게 누운 흙길을 따라 걷다 걸음을 멈췄다. 새 생명들이 내뿜는 청량한 기운을 가슴 깊이 담아본다.
숲길에는 죽은 전나무 고목 등걸이 누워 있다. 2006년 10월 23일 밤 홀연히 쓰러졌다. 600세 최고령 전나무 어른이 눈을 감은것이다. 밑동은 가운데가 텅 비어 나무통이 되었다. 동강난 나무 윗부분은 허허롭게 바닥에 누워 있다. 다람쥐와 산짐승들이 그 통속을 들락거린다.
전나무 숲길은 나무늘보처럼 걸어야 제 맛이 난다. 어깨 힘을 빼고 무심하게 걸어야 좋다. 콧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린다고 누가 뭐랄 사람 없다.
|
전나무 숲에 들어앉은 부도밭에도 눈길을 준다. 부도밭 곁에 '오대산장 4km'라 적힌 작은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봄이 오면 이 길을 맨발로 걸으리라'는 글귀도 있다.
월정사 반야교를 지나 회삼거리에서 옛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는 오대산 선재길이다. 60년대 말 도로가 나기 오래전부터 스님과 불교신도들이 다니던 길이다. 오대천 골짜기를 따라 길이 구불구불 가르마처럼 나 있다.
길은 계곡 오른편으로 나 있다. 계곡에서 바라본 오대산은 이제야 봄빛이 돌기 시작했다. 남도에는 꽃소식이 한창이지만오대산은 5월에 들어서야 산이 봄빛으로 물든다. 그 전까지는 그저 전나무와 금강송만이 독야청청 푸르다.
1km쯤 갔을까. 징검다리를 건넌다. 장정 둘이 마주 건너도 남을 만큼 널따란 바위들이 놓여 있다. 계곡을 따라 이름모를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바람이 가끔 '쏴아∼' 하고 숲을 흔든다.
이번에는 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를 만난다. 다리가 걸린 계곡의 풍광이 아름답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곡을 두고 '쌩~' 내달리는 차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차를 이용하면 10분이면 된다. 하지만 굳이 차 타고 갈 필요가 없다.
|
아늑한 오솔길이 얼마간 이어지다 계곡을 끼고 나무데크가 길을 맞는다. 파란하늘, 상큼한 바람, 계곡물소리에 봄기운이 잔뜩 묻어있다. 뒷짐을 진 채 지그시 눈을 감아 본다. 봄날의 향기가 온몸을 타고 흐른다. 숲길과 계곡길에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발도 담그다 보면 걷기의 행복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나무데크를 지나자 이번에는 섶다리가 마중을 나온다. 섶다리를 지나서도 여전히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가며 길은 사라지고 차들이 오가는 비포장도로다. 그 길을 따라 300m쯤 걸었다. 다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차도 오갈 수 있는 시멘트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자 텃밭이 있고, 정겨운 산막도 있다. 길은 산막을 지나서 키 낮은 잣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
오대산장을 지나면 상원사까지는 차와 함께 하는 비포장길이다. 이 때문에 자연미를 추구하는 이들은 오대산장에서 발길을 맺기도 한다. 그러나 내친걸음. 오르막도 아니고, 평지도 아닌 딱 걷기 좋은 길이기에 계곡을 따라 상원사로 향한다.
번뇌가사라지는길을 따라 경내에 들었다.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와 풍경소리가 한순간에 번뇌를 씻어간다.
오대산(평창)=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먹거리=월정사 매표소 부근에 식당촌이 몰려있다. 음식점들은 대개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황태와 더덕구이, 버섯전골 등 토속음식을 내놓는데 맛은 비슷하다. 오대산가마솥식당(033-333-5355), 오대산통일식당 (033-333-8855), 유정식당(033-332-6818)등이 알려져있다.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 jun21@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