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쟁취하는 파워 실전 명상>
자현 지음 | 288쪽 | 19,000원
이번에 저는 <성공을 쟁취하는 파워 실전 명상>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명상 책 작업을 하긴 했지만 사실 저의 삶은 전혀 명상스럽지 못합니다. 과로와 불면증과 만성피로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라고는 폭음과 그에 이어지는 필름 끊김 정도가 고작이니 말입니다. 언제나 정신없고 피곤한 저에게 있어서 명상이라…… 이를테면 그것은 50억 광년 밖에 있는 듣도 보도 못한 별의 듣도 보도 못한 생명체처럼 현실감 없는 어떤 것으로 느껴졌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작업하면서 저도 명상에 대해 어떤 현실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계기는 필자인 자현 스님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자현 스님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교계 ‘인싸’이신 만큼, 저도 스님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이야기를 좀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님이 뭔가 불가사의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하나도 따기 힘든 박사 학위를 6개나 땄다고? (스님은 박사 학위 국내 최다 보유자입니다) 쓰는 것은 고사하고 그냥 읽는 것만도 골치가 아픈 논문을 180여 편이나 썼다고? (스님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국내 최다 논문 게재자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책까지 60여 권이나 썼다고? (그 중에는 상 받은 책도 여러 권입니다) 이게 실화냐? 진짜??
스님과의 만남은 오대산 산채 정식 집에서 시작하여, 월정사 찻집, 회사 사무실, 종로 커피숍, 인사동 솥밥집 등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밥과 차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과 공포’를 경험했습니다. 대개 스님이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 구상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랬습니다. “하루에 이것저것 해서 총 12시간 정도 강의한 적도 있어요.” 녜? 뭐라구욧??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한 십분 정도만 혼자서 떠들어도 현생의 모든 에너지는 물론 내생의 에너지까지 다 털려 나가는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육체와 정신 양면에 걸쳐 미증유의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저에게 “하루 12시간 강의”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기가 몽땅 다 빨려 나갈 노릇이었습니다. 원고를 받는 과정도 그랬습니다. “스님, 원고는 언제쯤……?” “아, 걱정 마세요. 금방 쓰니까.” 진짜? 강의도 많고 회의도 많고 기타 온갖 일정도 많은 분이 어떻게 그걸 금방 쓴다는 거지? 나 참,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나? 거짓말같이 원고가 도착했습니다. 우째서 이런 일이! 믿어지지는 않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어쨌든 원고를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읽어 봤더니…… 읽어 봤더니…… 과연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작업 시작과 함께 스님의 주문이 이어졌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시구요, 저건 저렇게 하시구요, 일러스트는 또 이렇게 저렇게 어쩌구 저쩌구……” 녜, 녜, 스님, 녜, 스님, 알겠습니다, 녜, 녜를 연발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 있어 봐, 내가 판단하고 처리하고 진행해야 할 것을 저 분이 하고 계시네? 뭐가 어떻게 된 노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님이 하자는 대로 어, 어, 어, 하고 끌려가다 보니까 일이 휙휙 돌아갔습니다. 그러더니 거짓말같이 책이 뙇~ 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자, 책이 나왔으니 이제는 말이죠, 마케팅을 잘 해야겠는데, 이건 또 블라 블라 블라……” 뭐 별 수 있나요? 저는 또 녜, 녜, 스님, 녜, 스님, 알겠습니다, 녜, 녜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의 담당 편집자인 나의 역할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응?? 그게 뭐냐구!!!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자괴감에 빠져들려고 하는 순간, 스님께서 야시시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결정타를 날리셨습니다. “어쨌든 책이 잘 안 팔리면 그건 전적으로 거사님 책임입니다요.” 그렇구나, 내 역할은 그거였구나. 크흙~ ㅠ.ㅠ
아아, 저 스님의 어마어마한 구상력과 추진력과 집필력과 일을 꾸미는 능력과 기타 등등 모든 에너지의 비결은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약한 성과에 대한 책임은 힘없고 불쌍한 편집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어씌워 버리는 저 안면몰수의 테크닉…… 아니지, 강철 같은 멘탈의 비결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Wanna One이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춤을 추며 외쳤던 것처럼, 이 책 <성공을 쟁취하는 파워 실전 명상>이 “나야 나!”라고 제게 외쳤습니다. 그래 맞다, 너였구나! 그 비결은 실은 이 책에 다 설명되어 있는 것이었고, 스님은 그것을 실제로 활용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스님이 발휘하는 그 모든 괴력(?)의 비결은 바로 명상이었습니다.
그 결과 저도 이제는 명상이라는 것에 대해 뭔가 현실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명상이라는 것은 저와는 무관한 어떤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명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님이 말하는 명상을 ‘오늘밤 주인공’으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매찰나, 세세생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어쩌면 저도 한없이 바쁜 동시에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갱생의 길을 걸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같이 걸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