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높고 파란 하늘.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시기적절하게 오는 11월 7일까지 평창군 진부면 일대에서 관객과 지역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시각예술 축제인 강원작가트리엔날레 2022(이하 작가트리엔날레)가 열린다.
메인전시장인 평창송어축제장 입구에서 세 곳의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세 곳 중 한 곳은 음료와 다과를 판매하는 동시에 작가트리엔날레 굿즈도 구경할 수 있다. 또 러쉬코리아에서 '예술에 편견은 없다'를 주제로 하는 제1회 러쉬 아트페어 작품도 전시 돼 있다.
음료와 다과 제작에는 11년째 직접 수제차를 만들어 봉사하는 우통수 다례반이 맡았다. '우통수'는 평창군 오대산에서 나는 물이란 뜻으로, 그만큼 차 맛이 좋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들은 평창에서 나는 당귀와 국화 등을 이용해 40일 간의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음료를 준비했다.
맛있는 차를 한 손에 들고, 최선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코스를 본격적으로 즐겨볼 차례다.
■미술애호가들을 위한 코스=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위해 평창을 찾았다면 평창송어축제장에 마련된 GATE, POOL, HALL 공간과 야외 조각공원에 설치된 100여개의 작품을 꼭 봐야 한다.
GATE는 진부면 주민들이 게이트볼을 쳤던 화합과 여가의 공간을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강원의 자연과 일상을 넘나드는 작품을 담았다. POOL은 어린이도 쉽게 송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실내 낚시터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여러 점의 작품들이 물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HALL은 송어축제종합공연장을 강원 작가들의 작품을 영상이나 입체 등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통해 예술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평창을 제대로 즐겨요=평창을 놀러온 만큼 전시와 평창 두 가지를 모두 느끼고 가고 싶은 사람을 위한 코스. 작가트리엔날레는 강원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평창의 지역성을 연구해 예술과 평창을 엮었다. 먼저 'BATT아트밭'은 평창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예술가와 연구자가 협업해 평창의 '밭'을 주제로 시각문화 이미지를 수집해 만든 공간이다.
아트밭 구경이 끝났다면, 진부시장 일대에서 진행하는 '일상예술전'을 구경해야 한다. 작가들이 평창의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거나 답사하며, 평창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해 입체적인 예술적 해석을 제공한 곳이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평창을 만날 수 있다.
이어 평창만의 입말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입말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음식을 뜻하며, 평창다운 지역의 음식을 발굴 해 진부의 부녀회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단, 주말에만 진행된다.
■10월 절정에 드는 오대산 단풍과 함께=지역 명소와 관광을 연계한 코스도 있다. 평창 오대산 천년고찰 월정사에는 절이 가지는 고전적이고, 진지한 이미지와는 다른 색다른 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작가트리엔날레를 위해 그래피티 제바 작가와 진부중학교 학생들이 함께 연계해 가설구조물에 전시할 작품을 만들었다. 천년고찰과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해당 작품은 대표적인 길거리 미술인 그래피티가 가지는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최선 강원작가트리엔날레 수석 큐레이터는 "강원의 산을 보고 자란 작가들의 예술적 성취는 평창 지역민들의 일상 공간 위에 세워져 예술로서 재탄생 됐다"며 "맑고 푸른 가을에 평창에 오셔서 다양한 방법으로 작가트리엔날레를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