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천년의 옛길 위에서 위안을(강원도민일보) 2014.05.16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05-16 08:47 조회8,825회 댓글0건본문
이 봄, 천년의 옛길 위에서 위안을… | ||||||
내일 11회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걷기대회 월정사~상원사 8㎞ 구불구불 숲길 구간 | ||||||
| ||||||
17일 마음에 녹색이 번지도록 푸른 숲길을 걸어보자.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나무와 꽃을 오래 바라보는 것조차 미안한 봄을 만들었다. 무기력을 원망하며 4월을 보냈다. 5월을 맞았다. 선재길은 월정사 위쪽 1㎞ 지점에서 상원사까지 오대천을 옆에 끼고 물소리를 들으며 8㎞ 이어진 옛길이다. 길은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중간쯤 오대산장이 나오고 상원사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선재는 ‘선재동자’에서 비롯됐다. 오대산은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을 참배하고 문수보살을 친견한 후 개창한 문수보살의 성지이다. 자장율사는 오대산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후 많은 스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르내렸다. 문수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을 위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이다. ‘참 나’를 찾는 길. 비포장 관통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수도승들이 걷던 옛길이다. 침엽수·활엽수 낙엽이 깔린 꾸불꾸불한 숲길은 몸과 마음을 푹신하게 해 준다. 옛 화전터 일제강점기 깊은 산 속에서 베어 낸 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깔았던 철길의 흔적, 일본잎갈나무 조림지, 지역 노인회의 텃밭 등을 만날 수 있다. 나뭇가지들을 엮어 임시로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도록 만든 섶다리를 건넌다. 돌다리, 출렁다리도 건넌다. 거제수, 까치박달, 박달나무, 서어나무 등 자작나무과 활엽수들과 피나무, 물푸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난티나무, 쪽동백나무, 가래나무, 노린재나무, 음나무, 다릅나무, 야광나무 등이 서있다. 피나물, 동의나물, 긴개별꽃, 양지꽃 등 야생화도 앉아있다. 주목, 분비나무, 전나무 등 많은 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다. 소중한 식물군락, 생명들을 살리려면 정상 정복을 위한 등산보다 선재길을 산책하듯 걷는 게 좋다. 평평한 길 걷기는 체력에 무리도 가지 않고 다음 세대와 자연을 배려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1000년 이상 고승들이 수행한 발자취가 배어 있는 길, 삼보일배 고행으로 다듬어진 길, 자신을 찾던 무수한 수행자들의 눈물과 땀이 배인 길. 그 길에 서서 움츠러든 겨울 같은 마음을 녹이자. 그리고 슬픔도 기쁨도 제대로 바라보자. 월정사 경내의 노란 리본들의 기원, 살고자 했던 세월호 희생자들의 봄꽃 같은 염원을 담아 올해 이곳 숲길은 언제나 봄이어야 한다. 한편 강원도민일보와 월정사 법보신문이 공동주최하는 제11회 오대산 천년숲 선재길 걷기대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월정사 8각9층석탑앞에서 출발한다. 이동명 sunshine@kado.net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