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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 매길 수 없고, 돈벌이 상품 아니다” (불교닷컴) 20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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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4-10-11 16:08 조회8,5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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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 매길 수 없고, 돈벌이 상품 아니다”
월정사서,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
9~11일부터 UN 등 국제전문가 등 150여 워크숍
한국 불자들 “전통·문화가 생명다양성, 풍요 원천”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오대산 상원사 주지 인광 스님이 평창불교선언을 대표 발표하고 있다. ⓒ2014 불교닷컴

“생명은 인간의 필요성이나 유용성과 관계없이 존재 자체로 존귀합니다. 생명은 가격을 매길 수 없으며, 이간의 필요와 이익을 위한 수단이나 돈벌이 상품이 아닙니다.…자연과 함께한 전통과 문화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의 원천이 됩니다.…모든 생명들 ‘덕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 그 은혜에 감사하며 되갚고자 하는 ‘보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생명평화를 추구하는 한국불자들’이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즈음해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이하 평창선언)을 11일 발표했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UNCBD-COP12, 이하 CBD)는 지난달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평창선언은 ‘모든 생명을 불성을 지닌 부처입니다’는 부제로 ‘생명평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불자들’ 명의로 11일 오전 9시부터 월정사에서 열린 ‘다양성의 날’ 행사에서 국제사회에 발표됐다.

CBD에 참석한 국제 전문가들과 한국불교계의 생명평화를 추구하는 불자들은 불교의 생명관과 생명윤리를 확인하고 이를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이하 평창선언)으로 정리했다.

   
▲ 11일 오대산 월정사에서는 생명다양성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국제전문가들이 모여 한국불자들이 채택한 평창불교선언에 대해 공감했다. ⓒ2014 불교닷컴

한국불자들은 오대산 상원사 주지 인광 스님이 대표로 발표한 평창선언을 통해 “생물다양성 협약은 이제까지 생물종 보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을 이용의 대상이나 경제적 가치로만 보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자연을 지배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본 결과, 인류는 사막화, 온난화, 서식지파괴, 남획, 오염 등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로 여섯 번째 대량멸종 위기를 초래해 인간 생존 위협이라는 과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평창선언에 참여한 불자들은 “우리 불자들은 이제껏 저지른 생명 파괴 행위를 참회하고 뭇 생명들과 관계를 새롭게 회복하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자연에 대한 폭력적 지배를 근간으로 삼아온 생활양식을 종식하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발원했다.

평창선언은 생명 다양성을 보존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역민의 힘을 기반으로 한 생명살림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한국문화에서 사찰이 없는 산과 숲은 상상할 수 없고, 자연과 함께해온 전통과 문화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의 원천이 된다”며 “생명을 살리는 문화는 지역민들의 힘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문화다양성 보전은 생물종 다양성을 지키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평창선언은 생명다양성협약의 한계인 경제적 가치로서의 생명 가치 평가를 넘어서 ‘모든 생명은 불성을 지닌 부처’로 여기는 생명관 전환을 담았다. 또 생명다양성 보존의 토대는 문화다양성 보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담았다.

   

‘평창선언’에는 월정사(주지 정념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스님), 화쟁아카데미(대표 조성택), 로터스월드, 불교생명윤리협회,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가 단체로 참여하고 법인스님, 성전스님, 자운스님, 법현스님, 이중표 전남대 교수, 이병인 부산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이도흠 한양대 교수, 고영섭 동국대 교수,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 조채희 사찰생태연구소장, 임수연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다양성의 날’ 행사엔 월정사와 생물다양성당사국총회 사무국, 시민사회단체, 불교단체 등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 행사엔 UN 및 정부 관계자, 국제 NGO 등 150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CBD에 참여하는 국제 전문가들에게 생명사상에 바탕을 둔 불교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전나무숲길 걷기, 차담, 범패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평창선언’에 앞서 ‘생물다양성과 생명사상’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모든 생명의 행복한 세상을 기원”했다.

정념 스님은 “내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생물다양성의 보존과 그 이용에 따르는 이익의 공유로 당사자국간의 국제거래가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아울러 인류에게 생명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중요한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생명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명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부처님의 화엄사상에서 대안을 찾았다”며 “화엄사상은 생명을 독립적 개체가 아닌 상호의존적 관계로 보고, 우리 시대 생명 하나하나가 과거의 무한한 우주의 관계성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평창선언’에 앞서 ‘생물다양성과 생명사상’ 주제의 기조발제에서 “모든 생명의 행복한 세상을 기원”했다.ⓒ2014 불교닷

정념 스님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아이치 티켓’의 첫 번째 전략목표인 이해관계자의 생물과 생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을 하게 되었다”며 “조화로운 생명평화의 염원을 담은 평창불교선언의 메시지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원력과 함께 온 세계로, 온 우주로 퍼져나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평창선언’에 앞서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에서는 ‘생물다양성을 바라보는 불교의 생명가치’ 워크숍이 9~10일 1박2일 동안 열렸다. 워크숍은 월정사와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 화쟁아카데미(대표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주최하고 로터스월드, 불교생명윤리협회,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불교환경연대 등이 주관했다.

워크셥은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사회로 ‘생물 다양성을 바라보는 불교의 생명윤리’를 주제로 △불교의 생명사상과 생명윤리(법인 스님, 전 조계종교육원 부장) △생물 다양성논의의 오늘과 내일(이재호 박사, 환경부 CBD 기획단) △불교의 생명사상과 지속가능한사회(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또 이병인 부산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임수연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가 토론했다.

워크숍은 스님, 학자, 활동가 30여명이 참여해 ‘생물 다양성을 바라보는 불교의 생명윤리’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어 분과토론을 통해 ‘평창선언’ 성안 및 채택 작업 등을 논의했다. 생명문제에 관심을 갖는 불교인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과 행동계획도 다뤘다.

   

이번 CBD는 194개국 약 2만 여 명의 국가대표단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국제행사로서 전세계 생물 관련 산업과 생물종 다양성 관련 주요 이슈를 다뤘다.

워크숍에서는 “CBD가 생명을 존재 그 자체의 가치와 소중함보다는 인간의 이용과 활용, 이익의 측면에만 치우쳐 다루고 있다”는 문제에 공감했다

불교계의 ‘평창선언’은 이런 CBD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교의 생명관과 생명윤리에 입각한 불교적 대안을 담고 있다.

주최 측은 “불교의 생명관과 생명윤리를 국제사회에 알려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2014 생명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
- 모든 생명은 불성을 지닌 부처입니다 -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지배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인류는 사막화, 온난화, 서식지파괴, 남획, 오염 등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로 여섯 번째 대량멸종이라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고 이 위기는 인간 생존의 위협이라는 큰 과보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이제까지 생물종의 보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을 이용의 대상이나 경제적 가치로만 보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제껏 저지른 생명 파괴 행위를 참회하고, 뭇 생명들과 관계를 새롭게 회복하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자연에 대한 폭력적 지배를 근간으로 삼아온 생활양식을 종식하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촌음을 다투는 지구적 과제입니다. 따라서 이를 위한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절박합니다. 우리는 일상적 실천과 더불어 공동체와 국가, 전 지구적 차원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합니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月精寺)는 관세음보살이 모든 열병을 식혀 이 세상을 청량하게 만들고자 했던 원력을 담고 있는 천년고찰입니다. 지구의 열병을 식히고 모든 생명이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를 찾기 위해 한국의 불자들은 월정사에서 다음과 같이 ‘2014 생명 평화를 위한 평창불교선언’을 발표합니다.

모든 생명은 우주적 존재입니다.

우주는 각각의 구슬이 모든 세계를 비추는 인드라망입니다. 하나 속에 모두가, 모두 속에 하나가 존재하는 한 생명입니다. 티끌 같이 작은 생명도 온 우주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며, 그 작은 생명 하나도 온 우주에 두루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의존하며 서로를 살리는 존재입니다.
생명은 인간의 필요성이나 유용성과 관계없이 존재 자체로 존귀합니다. 따라서 생명은 가격을 매길 수 없으며, 인간의 필요와 이익을 위한 수단이나 돈벌이 상품이 아닙니다. 함부로 훼손되거나 죽임을 당해서도 안 됩니다. 인간은 항상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자연과 생명을 마주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한 존재입니다.

유정물(有情物)만이 아니라 햇빛과 공기, 바람과 물, 흙 등과 같은 무정물(無情物)도 생명입니다. 생명은 이러한 연기성(緣起性)을 바탕으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적 연속성을 갖습니다. 때문에 우열과 선악이 없으며 차별없이 평등합니다.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평등은 모심과 공경이라는 자비의 실천으로 완성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숲의 종교이자 불살생의 종교인 불교는 오랜 기간 자연과 함께 해왔습니다. 한국문화에서 사찰이 없는 산과 숲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 불교는 일찍이 국토를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대지의 지기(地氣)를 살림으로써 오늘날 국립공원을 비롯한 산림의 바탕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 해온 전통과 문화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의 원천이 됩니다. 생명을 살리는 문화는 결국 지역민들의 힘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지켜온 문화다양성의 보전은 생물종 다양성을 지키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모든 생명의 평화에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생명의 위기는 본래 나눌 수 없고 끊을 수 없는 세계를 가르고 구분해온 인간의 잘못된 문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간은 유한한 자원을 무한한 것으로 잘못 인식해왔고, 지구의 주인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뭇 생명을 이용해온 삶을 먼저 참회해야 합니다. 모든 생명들 ‘덕분에’ 자신이 살고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 그 은혜에 감사하며 되갚고자 하는 ‘보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든 생명은 행복하고 평화로울 권리가 있고 인간은 그것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끊어놓은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생명들 사이의 형평성과 권리를 지켜 지속가능한 생태적 순환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2014년 10월 11일
생명평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불자들
* 기사원문보기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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