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고통 받는 이에게 위안 못 주는 종교, 뼈아픈 성찰 없인 빛 잃어(경향신문) 2015.02.13 > 언론에 비친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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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고통 받는 이에게 위안 못 주는 종교, 뼈아픈 성찰 없인 빛 잃어(경향신문)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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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2-16 16:23 조회8,6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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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받는 이에게 위안 못 주는 종교, 뼈아픈 성찰 없인 빛 잃어”

ㆍ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
ㆍ불자·그리스도인의 대화
ㆍ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 좌담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다. 이 시대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들이 대화를 시작한다. 각 종교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불교·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개신교),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가톨릭) 세 사람이 올 한 해 동안 포럼을 연다.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 너머, 지금 여기’라는 포럼이다. 이들은 연중 포럼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고통에 대해 주류 종교들이 어떤 식으로 응답해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응답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포럼은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사회를 맡아 오는 28일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열린다. 28일에는 먼저 조 교수가 ‘한국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주제로 발제, 토론을 시작한다. 오강남 캐나다 리지아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을 맡았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총 9회의 포럼을 요약해 실을 예정이다. 지난 10일 포럼을 마련한 조 교수와 김 연구실장, 김 소장이 한자리에 모여 이 시대 한국 종교, 토론회 취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를 시작하는 불교계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개신교계의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천주교계의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포럼을 마련한 취지는 무엇인가.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이하 조성택) “지난해 6월 화쟁문화아카데미가 출범한 것은 한국 사회의 화쟁적 실천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 포럼의 특징은 단지 종교 간의 대화라고 해서 서로 알자는 취지가 아니다. 세 종교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 이 사회에서 우리 종교가 뭘 해야 할 것인지를 나누고 성찰하려 한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하 김진호) “계층과 상관없이 한국 사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스럽다. 더욱이 그 고통이 불공정하게 배분돼 있다. ‘고통의 생태학’이라고 할까. 종교는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의 3대 주류 종교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들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여할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하 김근수) “가톨릭은 교황이 다녀갔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실망이 크다. 교회 밖 시민사회에 교회의 현실을 알리는 것도 개혁을 촉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토론들이 모여 상대 종교의 개혁을 도와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종교 핵심은 인간에 대한 애정
인문성 재확인이 모임의 목표


- 종교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다.

조성택 “언제부턴가 행복 담론이 퍼져 있다. 박근혜 정부도 ‘국민행복시대’라고 한다. 종교는 보통 ‘기복’을 말하면서 행복에 기여하는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기능도, 종교의 역할도 기본적으로 고통에 대한 관심이어야 한다고 본다. 행복은 각자의 문제다. 고민을 껴안은 철학자를 누가 행복하게 만들겠는가.”

김근수 “예수의 관심도 고통받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었다. 종교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돌보는 것이다.”

김진호 “개신교 하면 떠오르는 어휘가 배타성, 성장주의, 권위주의 등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중요한 원인 인자가 개신교 같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기계발은 영혼까지 동기화시켜 생존에 적합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식의 인간화 모델이 개신교 신학운동이다.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심화되고 있는데 지금 뼈아프게 성찰하지 않으면 더 나은 자본주의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 비전을 꿈꾸기 어렵다.”

- 포럼의 목표는 무엇인가.

조성택 “이번에 가장 큰 목표는 종교의 근저에 있는 인문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종교는 하늘 혹은 바깥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핵심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인간 스스로에게 내재적 초월과 같은 인문정신이 있는데 우리 종교는 망각하고 있다. 인문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예수님과 부처님의 원음으로 돌아가는 실천운동일 수 있다. 갤럽 조사를 보면 인구의 절반이 무종교인으로 나온다. 전 세계 유래가 없다. 스스로 종교가 없다고 할 때는 현실 종교에 대한 실망 때문이 아닐까. 이번 포럼을 통해 ‘종교가 멋있구나, 나를 넘어서는 실천이구나’ 확인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김근수 “종교의 정수에는 고통에 대한 응답,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다. 종교에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사람을 건질 힘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종교 다원주의 사회에서 오래 살아왔다. 한스 킹이라는 신학자는 ‘종교 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가 없다’고 했다. 종교 간에 대화가 없으면 종교 간에 평화가 없고, 종교 간에 연구하지 않으면 대화도 있을 수 없다. 종교 간의 인문성을 연구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정교분리’ 잘못 이해, 침묵 강요
종교인, 세상에 무한책임 져야


- 포럼에선 종교보다 사회를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조성택 “불교 내적 문제만 다루면 토론할 이유가 없다. 불교라는 용어를 빌려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동안 종교 간 대화를 해왔다. 내 교리와 당신의 교리의 교집합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종교의 핵심은 종교인이 서로 공통점과 다른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인가’다. 신학자 폴 니트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에 대해 협조하고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라고 했다. 참여불교와 해방신학이 만나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해서다.”

- 종교인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진호 “종교는 이중플레이를 해왔다. ‘정교분리’라면서 사회 참여를 하는 사람들에게 잠잠하라고 말해왔다. 정교분리는 서양에서 근대국가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진 신화다. 나름의 긍정적 역할이 있었지만 현재 잘못 이해되고 있다. 현실 정치에 영향받지 않고 정치권력에 견제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세상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는 게 아니다. 이 세상에 무한책임을 지는 것은 종교밖에 없다. 정부와 내각은 유한책임자지만 종교인들은 무한책임자다.”

김근수 “교황은 교회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종교 밖으로 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라는 것이다. 또 부의 불평등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지난해 방한한 교황은 주교들에게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교회가 되라고 했다. 이것만 봐도 정교분리의 논리적 허구성이 낱낱이 드러난다. 종교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예수는 정치범으로 사형됐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 때문이었다. 가톨릭의 입장은 간단하다. 교회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애쓰지 말고 잘못된 정치는 무한 비판하라는 것이다.”

김진호 “개신교는 취업할 때 종교와 관련 없는 직무인데도 신자 여부를 묻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일부 단체장들이 신에게 지역을 바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정교분리가 법적으로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종교가 사회에 온갖 모순을 퍼뜨려놓고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교분리가 어디까지 필요하고 불필요한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교회 현실 밖으로 알리는 것도
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한 방법


- 종교가 우리 사회에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조성택 “각 종교가 가진 원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종교의 역할에 대해 세 종교 간 연대를 말하고 싶다. 지금은 소통보다 연대가 중요하다. 사실 종교 간 대화보다 종교 내부에서의 대화가 더 힘들다. 권력자에게 비수를 꽂아 개혁하는 방식도 있지만 그것보다 대중에게 종교의 원래 역할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김근수 “종교는 아직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그걸 알려주는 것이 종교 내부 자정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진호 “현대로 오면서 팬덤, 유사종교 현상, 포스트모던 신종교, 명상, 요가 등 종교적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고통은 심화되는데 계산 가능한 미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게 종교의 위기로 해석된다. 기성 종교인들이 종교적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도 최근 멀티종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종단이더라도 담론으로 서로 유사한 면이 있다. 종교와 시민사회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면서 같이 협의하는 것이 종교의 병폐를 넘어서려는 시도라고 본다.”

- 한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김진호 “이웃 없는 사회다. 이웃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종교는 이웃을 찾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김근수 “예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어떻게 줬는가. 힐링이나 순종, 인내를 말하지 않았다. 악의 세력에 저항함으로써 희망을 줬다. 국민을 속이고 신도를 속여서는 희망을 줄 수 없다. 악의 세력에 저항하라는 게 예수의 목소리다. 저항 없이 희망은 없다. 끈기 있게 저항할 수 있는 영성이 필요하다.”

조성택 “그것이 바로 명랑함이다. 싸우면서 명랑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픈 사람을 보면 눈물이 나는 건강함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명랑하게 토론을 해보겠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 기사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131056065&code=960206
 
[화쟁아카데미(대표 조성택)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오대산 월정사(주지 정념)의 지원으로 설립한 월정사나 불교라는 영역을 넘어서, 이 시대에 불교(종교)가 '마땅히 해야 할' 보시를 인문적 차원에서 기획·연구·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인문학 연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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