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열어 달을 띄워라(한국일보) 20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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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4-16 09:34 조회8,642회 댓글0건본문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법문 엮은 '오대산…' 출간
“단지 3일만이라도 닦은 수행의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나, 백 년 동안 재물을 모은 것은 하루 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말이 있죠.”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법문을 엮은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담앤북스)가 출간됐다. 정념 스님은 일제에 의해 반출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반환을 위한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를 꾸려 문화재 반환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주인공이다. 한 달간 출가자의 삶을 체험하는 단기출가학교, 오대산 천년 숲 걷기 대회 등을 기획해 조계종에서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하지만 법문이 책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04년 주지 부임 이후 신도들과 나눈 화두를 모아 자현 스님이 글로 엮었다. 1년에 6개월은 선방에서 수행에 몰두하는 정념 스님을 1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만났다.
정념 스님은 “도시 문명 생활에서 지친 사람들이 재충전할 수 있도록 불교적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법문을 해왔지만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항상 우리는 밖으로만 시선을 지향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과도한 갈등이나 고통이 뒤따르는 것 아닌가”라며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반추해 반성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야 세상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비지심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한 것도 현대인에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11년간 약 3,000여명이 거쳐갔고 이 중 150여명은 출가했다. 단기 출가를 위해 월정사를 찾는 이들에게 한결같이 강조한 화두는 “가슴을 청량하게 열어 밝은 달을 띄우고 자신이 밝아지면, 즉 명월흉금(明月胸襟)하면 자연히 어둠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교는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종교도 아니고 가르침을 아는 것만으로 되는 종교도 아닙니다. 올바른 가르침을 믿고 수행하며 자신에게 의지하는 종교죠. 진리와 이성의 관계를 통해 나의 내면을 맑히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수행입니다.”
이런 자기수양에 대한 강조는 책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야운 스님의 ‘자경문’을 인용한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도 재물의 한계와 내면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구절이다. 책에는 오대산과 월정사의 풍광을 담은 사진 300여 장도 실렸다.
스님은 최근 월정사 앞 마당에 동시 200여명이 머물러 수행할 수 있는 명상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성전 중심의 종교 문화는 퇴락해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수평적 문화 공동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명상마을에서의 회복과 치유를 통해 한국 불교가 새로운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명상마을을 2017년 완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사찰 문화와 오대산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세계명상포럼을 여는 것도 스님의 목표다.
“이 세상은 만 가지가 모두 자비를 요구하고 봉사 헌신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고 보면 온 세상이 복을 지을 수 있는 거대한 복밭인 셈이죠. 동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인연 속에서, 나부터 자비심을 갖고 작은 복을 짓는 습관을 쌓아보면 어떨까요.”
글 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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