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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사상 근거 추정…도상적 해석 근거 없어(현대불교신문) 201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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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5-05 10:25 조회8,7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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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사상 근거 추정…도상적 해석 근거 없어
탑의 진화 9층 불탑
글·우인보 〈불교문화예술학 박사〉 noduc@hyunbul.com
국보 제 48호, 월정사 9층탑
 
우리나라에서 9층의 불탑은 백제의 익산 미륵사지9층삼탑을 시작으로 신라의 황룡사9층탑을 정점으로 삼으며, 오늘날까지 꾸준히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9층의 의미에 대하여 불교 사상에 입각한 도상적 해석에는 아직 학계에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호국사상에 근거한 신라의 황룡사9층탑의 조탑 연유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다.〈본 연재 29회 참조〉
 
현존하는 9층탑에 대하여 몇 기를 선정하여 각각의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자.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로 향하는 길엔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아름다움이 있다. 보드라운 흙과 곧게 뻗은 전나무, 그리고 길 위로 투명한 차양처럼 드리운 푸른 하늘까지. 청명한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티끌 없이 깨끗해져, 속세를 벗어난 가볍고 상쾌한 기분으로 월정사에 다다를 수 있다.

월정사는 645년, 신라에 화엄사상을 처음으로 알린 자장법사에 의해 창건된 곳이다. 지난 29호 황룡사 9층탑 편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자장법사는 선덕여왕의 명에 의해 중국 당나라로 유학간 뒤 오대산에서 7일 동안 정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때 자장법사 앞에 나타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중국 황실로부터 부처님의 금란가사 1벌과 진신사리 백과(百顆)를 받아 신라로 돌아왔다.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은 자장법사에게 “그대의 고국에 있는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성산이다. 그러니 세존의 진신사리를 잘 간직하여 돌아간 뒤 그 곳에 모시도록 하라.”고 일렀는데, 그가 귀국하여 강릉에 다다랐을 때였다. 어디선가 홀연히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자장법사를 인도하였고, 그대로 따라갔더니 만월봉 아래 지금의 월정사 터에 이르렀다. 자장법사는 그 곳에 월정사를 창건하고, 문수보살의 말씀에 따라 8각 9층의 탑을 조성하여 그 안에 37과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민지(閔漬)가 쓴 〈오대산사적(五臺山事迹)〉 봉안사리개건사암제일조사전기(奉安舍利開建寺庵第一祖師傳記)에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탑이 바로 숱한 화재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고요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국보 제 48호, 월정사 9층탑이다. 〈사진1〉
 
〈삼국유사〉탑상4 대산월정사오류성중(臺山月精寺五類聖衆)조에서는 “절 안에 있는 5류성중(五類聖衆)과 더불어 9층석탑은 모두 성자의 유적이다.”라고 기록하여 탑의 가치와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월정사와 월정사의 9층탑은 자장법사, 화엄사상과 인연이 매우 깊다.
 
높이 15.2m의 이 탑은 다각다층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4각형의 평면기단과 3층의 탑신으로 조성되던 이전의 석탑과는 달리 고려 초기부터 유행하던 탑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8각 9층의 탑신에서 옥개석의 각 귀퉁이마다 풍탁을 달아 놓은 것이 눈에 띄고, 금동으로 만들어진 상륜부를 통해 당시의 금속공예 수법 또한 엿볼 수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는 사실과 화려한 외관 외에도, 월정사 9층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탑을 향해 공양을 올리는 듯 하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이다. 문수보살, 약왕보살 등 여러 추측과 의견이 분분한 이 보살상은 높은 보관을 쓴 것과 복스러운 얼굴, 날씬한 몸, 화려한 장신구 등이 특징이다. 그런데 탑 앞에 앉아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히 공양물을 올리고 있는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지난 31호를 통해 화엄사 사사자석탑을 알아 본 독자라면, 이 보살상을 보고 금세 사사자석탑 앞에 있던 석등공양상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연기조사라고 알려져 온 화엄사 사사자석탑 앞 석등공양상의 인물을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라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통해 화엄사의 석등공양상과 매우 흡사한 월정사의 보살좌상에서 화엄경 입법계품의 주인공인 선재동자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서정리 9층탑
 
이같은 석조보살상은 강릉의 신복사지3층석탑 앞과 연산 개태사지에서도 조성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9층탑 여러 기가 남아 있다. 그 중 하나인 서정리9층탑〈사진2〉은 충청남도 청양군에 위치해 있으며, 1963년에 보물 제 18호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논 한 가운데 서 있는 모습이지만 본래 그 부근에 백곡사(白谷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그 주위엔 기와 조각만이 흩어져 있을 뿐 절이 있었던 다른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탑의 모습을 살펴보면, 이층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이고 전체적으로 신라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래층 기단에 새겨진 세부 조각이나 기단의 바닥부분 선이 꽃모양으로 솟아있다는 점에서 조성연대가 고려 초기로 추정된다. 높이는 6m로, 높은 층수로 인해 안정감은 부족하지만 상하비례가 훌륭하다.
 
운주사 9층탑
 
또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에서도 고려시대에 조성된 9층탑〈사진3〉을 찾아볼 수 있다. 운주사는 9세기에 풍수에 능한 도선(道詵)스님이 동쪽에만 산맥이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지형으로 인해 마치 배가 한쪽으로만 기울까 하는 염려로 배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호남 땅에 세운 절이라고 전한다. 또 도선국사가 지형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찰 안에 하루 동안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불탑을 도력으로 만들어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처럼 운주사는 수많은 불상과 불탑이 있어 천불천탑(千佛千塔) 사찰로 유명한 곳인데, 18기나 되는 운주사의 여러 탑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것이 바로 높이 10.7m의 1984년 보물 제 796호로 지정된 9층탑이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나아가는 길가에 조성된 9층탑은 운주사의 중심에 있어 ‘중심탑’ 또는 ‘돛대탑’으로 불리곤 한다.
 
호림박물관 9층금동소탑
 
하지만, 신라말기에 활동한 도선국사의 전설과는 달리 탑의 면이 사각형이라는 사실과 받침돌 위에 올리는 덮개돌, 즉 옥개석 아래의 받침이 생략된 수법 등이 고려 석탑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것으로 보아 탑의 조성연대가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이 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인공적으로 만든 지대석, 기단석이 아닌 커다란 자연 바위 그대로를 기단 삼아 탑신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처럼 고려시기에 일반적으로 조성된 9층 석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탑엔 운주사 탑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증표가 남아있다. 운주사의 다른 탑들과 마찬가지로, 9층탑의 몸돌 각 면에 새겨진 아름다운 꽃무늬와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이 바로 그것이다.
 
9층탑은 사찰에 세워진 석조탑 외에 금동소탑과 같이 탑 안에 넣는 공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중 호림박물관 소장의 9층금동소탑〈사진4〉은 여타 고려시대 금동탑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높이 56.3㎝, 기단 11.8×16.8㎝의 작은 규모지만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모두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을 뿐 아니라 1층 탑신부로 오르는 계단과 여러 좌불상, 인물상, 7층탑까지 배치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또 이 금동탑 역시 1층 탑신의 네 모서리에 공양인물상이 놓여 있어 앞서 보았던 월정사 9층 석탑의 보살상과 선재동자와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에도 많은 9층탑이 남아 있지만, 그 중 두 기를 살펴보자면 먼저 평안남도 평성시 봉학동에 있는 안국사9층탑〈사진5〉을 꼽을 수 있다. 높이 6.23m의 평성안국사9층탑은 북한 보존급 제 52호로 지정된 석탑으로, 정확한 기록이나 문헌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조성연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기단부에 남아 있는 연꽃문양 조각 등을 통해 고려시대에 조성한 탑으로 추정하고 있다. 탑신의 너비가 좁고 기단과 몸돌의 높이를 높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중후하고 위엄 넘치는 모습보다는,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형태로 힘 있고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북한 안국사 9층탑
 
북한의 또 다른 9층탑은 평안남도 개천시 구읍리 대림사터에 남아 있다. 현재 북한에서는 추봉산이라 불리는 산의 서쪽 골짜기에 대림사터가 있는데, 그 앞에서 9층탑을 찾아볼 수 있다. 높이 6.71m로, 이 탑 역시 북한의 보존급 문화재 제 58호로 지정되었다. 안국사의 9층탑과 비슷한 규모로 조성되었지만 안국사의 탑은 이층기단으로 기단부가 높은 데 반해, 대림사의 탑은 단층 기단으로 이루어져 1층 탑신의 너비가 좀 더 넓고 안정감 있는 모습이다. 다음 호에는 10층탑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  기사원문보기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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