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길위에서 길을 묻다 (세계일보-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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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6-12 13:22 조회10,206회 댓글0건본문
[여행] 길 위에서 길을 묻다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여정’ 오대산 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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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초입에서는 크고 아름다운 전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정갈하게 자란 나무들이 지친 우리 마음을 정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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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삶의 지혜’를 갈구하는 순간이 한 번쯤은 온다. 복잡한 인간사 속에서 배배 꼬인 문제들을 한 번에 풀어버릴 수는 없을까. 하지만, 지혜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조용히 묵상하며 걸음을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순간 깨달음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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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길은 쉽고 평탄한 길이다. 호젓한 숲속 오솔길과 시원한 계곡길이 전부여서 느긋하게 생각하며 걷기 좋다. |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은 이렇게 조용히 걷기를 원하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다. 오대산을 떠받치고 있는 두 사찰,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를 잇는 ‘선재길’ 덕분이다. 1960년대 두 절을 잇는 도로가 놓이기 전까지 스님들이 왕래하던 길을 2013년 복원한 것이다. 오대산은 예부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산다고 여겨지던 곳이다. 문수보살의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난 구도자가 불교 경전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다. 길 위에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선재동자처럼 이 길을 찾은 이들도 나를 돌아보며 삶의 지혜를 찾는 여행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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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전나무길 |
여정은 월정사에서 시작한다. 절의 시작점인 일주문을 막 지나고 나면 쭉 뻗은 잘 생긴 나무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숲이다. 일주문에서부터 절 입구 금강교까지 1㎞ 남짓한 길 양쪽으로 1700여 그루가 자란다. 평균 수령 80여년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정갈함 속에서 월정사를 향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깨끗해진다. 전나무 숲길 끝에 자리 잡은 월정사는 신라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연원 깊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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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과 월정사 경내의 모습. 탑 앞에 앉아 진리를 갈구하며 기도하는 보살의 모습이 이채롭다. |
하지만, 절은 이 역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악업인 전쟁 때문이다. 6·25가 한창이던 1951년 연합군은 북한군이 이 절을 본거지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 경내에 불을 놓았다. 그렇게 신라 때부터 이어온 월정사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아픈 역사만 남았다. 현재의 전각들은 그 이후 새롭게 지은 것들이다. 화마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옛 흔적이 지금도 월정사 앞마당을 지키고 있는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이다.

팔각 기단 위에 9층탑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석탑으로, 그 앞에 합장을 하고 기도하는 보살상이 이채롭다. 문수의 지혜를 깨치기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이 보살상 속에 담겼다.
월정사를 둘러보고 나면 본격적으로 선재길로 들어서게 된다. 절 인근에 선재길 입구가 있고 이곳에서부터 8㎞의 산길이 이어진다. 선재길은 오대산의 많은 트레킹로 중 가장 걷기 쉬은 길이다. 오대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솔길과 계곡길이 전부다. 대부분 완만한 데다 내리쬐는 햇볕도 없는 숲길이어서 걷는 행위 자체에는 집중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흐르는 물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나와 세상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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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길 풍경 |
선재동자가 그랬던 것처럼 선재길을 걷는 이들도 ‘생각하며, 또한 걸으며’ 문수의 지혜를 찾아간다. 길 중간중간에 시원한 계곡과 섶다리, 출렁다리, 화전민터 등의 볼거리도 만날 수 있다. 오대산장과 멸종위기식물원이 자리한 동피골도 지나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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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길 중간에 만날 수 있는 명물인 섶다리. |
길을 걷다가 고단함이 느껴진다면 이런 명소들 주변에 앉아서 언제든 쉬어 가도 좋다. 머리를 식히며 천천히 세 시간
정도를 걸으면 어느새 끝이 보인다.
선재길 트레킹의 마지막은 상원사가 장식한다. 나를 찾는 여행을 끝마친 여행자는 이 절에서 문수보살을 만나게 된다. 상원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을 주존으로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선재길 트레킹의 마지막은 상원사가 장식한다. 나를 찾는 여행을 끝마친 여행자는 이 절에서 문수보살을 만나게 된다. 상원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을 주존으로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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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동자상을 만날 수 있는 상원사 문수전의 모습. |
신라 성덕왕이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난 뒤 진여원이라는 절을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 다시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쳤다. 세조는 감사의 표시로 진여원의 이름을 상원사로 고치고 왕실사찰인 원찰로 정한 후 문수동자상을 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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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문수동자상 |
아쉽게도 현재 남아있는 상원사 전각들은 대부분 광복 이후 세워진 것들이다. 다만, 절에 남아있는 두 점의 국보가 상원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바로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221호 문수동자상이다. 상원사 동종은 성덕왕 때인 서기 725년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종이다. 아름다운 자태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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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동종의 모습. 사용되는 동종은 복제품이며 본래의 동종은 바로 옆 유리관 속에 보존돼 있다. |
상원사 본전인 문수전에 남아있는 문수동자상은 세조 때 왕실이 봉안한 목조상으로 양 갈래로 묶은 머리가 이채롭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두 문화재를 둘러보며 선재길에서 얻은 나만의 깨달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는 것도 좋겠다.
평창=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평창=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33)
서울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이후 5분여 가면 오대산 입구가 나타나고 10분 정도 더 달리면 월정사 입구에 도달한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선재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간다. 월정사로 돌아올 때는 두 절과 진부면을 한 시간 간격으로 왕래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트레킹 대신 자동차로 상원사에 가려면 두 절을 잇는 도로를 이용한다.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상태이므로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하늘목장은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는 오대산 입구에 켄싱턴플로라호텔(330-5000)과 모텔들이 여럿 있다. 진부면 소재지인 상진부리에서도 모텔 등의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횡계리 인근에도 용평리조트(335-5757)와 알펜시아리조트(339-0000) 등 리조트와 모텔 등의 숙소가 많다. 평창의 명물은 메밀이다. 진부나들목 인근의 유천막국수(332-6423)에서는 강원도식 구수한 메밀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진미식당(336-5599)과 두일막국수(335-8414)도 일대에서 이름난 막국수집들이다. 오징어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도 이 지역의 별미다. 납작식당(335-5477)과 전주식당(336-5903)이 오삼불고기로 이름난 맛집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이후 5분여 가면 오대산 입구가 나타나고 10분 정도 더 달리면 월정사 입구에 도달한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선재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간다. 월정사로 돌아올 때는 두 절과 진부면을 한 시간 간격으로 왕래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트레킹 대신 자동차로 상원사에 가려면 두 절을 잇는 도로를 이용한다.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상태이므로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하늘목장은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는 오대산 입구에 켄싱턴플로라호텔(330-5000)과 모텔들이 여럿 있다. 진부면 소재지인 상진부리에서도 모텔 등의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횡계리 인근에도 용평리조트(335-5757)와 알펜시아리조트(339-0000) 등 리조트와 모텔 등의 숙소가 많다. 평창의 명물은 메밀이다. 진부나들목 인근의 유천막국수(332-6423)에서는 강원도식 구수한 메밀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진미식당(336-5599)과 두일막국수(335-8414)도 일대에서 이름난 막국수집들이다. 오징어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도 이 지역의 별미다. 납작식당(335-5477)과 전주식당(336-5903)이 오삼불고기로 이름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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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 월정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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