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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8-12 13:20 조회8,2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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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시민칼럼] 함께하는 경청이 시민운동의 시작


오늘날 우리 사회는 복잡다단합니다.

광속(光速)의 변화에 따르는 세대 간의 차이와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지식은 점점 세분화되어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만의 왜곡된 프리즘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의 62%는 ‘나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사람이 내 이야기를 경청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7%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계층, 세대, 지역 간 갈등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면서도 그 원인을 타인에게 미루며 서로 원망하고 있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것은 그 만큼 세상이 평화롭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서로 간의 대립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의 이념 갈등은 저 마다가 지닌 이기심의 발로(發露)입니다. 대립적 부정의 논리가 치유되지 않으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화합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합니다. 대립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치관인 원효스님의 ‘화쟁(和諍)’이야말로 요즘 시대 절실히 필요한 사상입니다.

화쟁에서는 개시개비(皆是皆非)를 말합니다. 나만 옭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옳은 것이 있고 또한 상대방만 그른 게 아니라 나도 그른 것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쟁으로 바라볼 때 서로가 화합하여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는 상생(相生)의 기운이 나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일단 잘 들어야 합니다. 93%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괴로워하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함께하는 경청(傾聽)’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치유하는 시민운동의 시작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허심(虛心)하게 들어야 합니다. 탐진치(貪瞋癡)의 번뇌지심(煩惱之心)에서 나오는 욕망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흉금(胸襟)에서 나오는 명월(明月)의 소리를 들어야합니다. 나의 입장에서 듣는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다는 생각마저도 끊어져야 합니다.

온 법계의 인드라망 속에서 우리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남을 구별하는 무명심(無明心)을 걷어낸다면 거기엔 본래 시비(是非)가 없으니 화쟁도 없고 경청도 없습니다. 월정사 현판에 쓰여 있는 설청구민(說廳俱泯)이란 글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민절하여 무심(無心)의 빈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참다운 경청(傾聽)입니다.

‘심청정국토정(心淸淨國土淨)’이라 하였습니다. 나의 마음을 맑게 하면 세상도 따라서 맑게 변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이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배려의 마음으로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 갑시다. (‘함께하는 경청’ 출범식 인사말 중에서)

정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함께하는 경청'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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