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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위에서 길을 묻다 (세계일보-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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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6-12 13:22 조회8,4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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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길 위에서 길을 묻다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여정’ 오대산 선재길

 
 
오대산 월정사 초입에서는 크고 아름다운 전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정갈하게 자란 나무들이 지친 우리 마음을 정화해준다.
 
살다 보면 ‘삶의 지혜’를 갈구하는 순간이 한 번쯤은 온다. 복잡한 인간사 속에서 배배 꼬인 문제들을 한 번에 풀어버릴 수는 없을까. 하지만, 지혜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조용히 묵상하며 걸음을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어느 순간 깨달음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선재길은 쉽고 평탄한 길이다. 호젓한 숲속 오솔길과 시원한 계곡길이 전부여서 느긋하게 생각하며 걷기 좋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은 이렇게 조용히 걷기를 원하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다. 오대산을 떠받치고 있는 두 사찰,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를 잇는 ‘선재길’ 덕분이다. 1960년대 두 절을 잇는 도로가 놓이기 전까지 스님들이 왕래하던 길을 2013년 복원한 것이다. 오대산은 예부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산다고 여겨지던 곳이다. 문수보살의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난 구도자가 불교 경전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다. 길 위에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선재동자처럼 이 길을 찾은 이들도 나를 돌아보며 삶의 지혜를 찾는 여행을 하게 된다.  
 
월정사 전나무길

여정은 월정사에서 시작한다. 절의 시작점인 일주문을 막 지나고 나면 쭉 뻗은 잘 생긴 나무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숲이다. 일주문에서부터 절 입구 금강교까지 1㎞ 남짓한 길 양쪽으로 1700여 그루가 자란다. 평균 수령 80여년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정갈함 속에서 월정사를 향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깨끗해진다. 전나무 숲길 끝에 자리 잡은 월정사는 신라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연원 깊은 사찰이다.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과 월정사 경내의 모습. 탑 앞에 앉아 진리를 갈구하며 기도하는 보살의 모습이 이채롭다.
 
하지만, 절은 이 역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악업인 전쟁 때문이다. 6·25가 한창이던 1951년 연합군은 북한군이 이 절을 본거지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 경내에 불을 놓았다. 그렇게 신라 때부터 이어온 월정사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아픈 역사만 남았다. 현재의 전각들은 그 이후 새롭게 지은 것들이다. 화마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옛 흔적이 지금도 월정사 앞마당을 지키고 있는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이다. 
 
팔각 기단 위에 9층탑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석탑으로, 그 앞에 합장을 하고 기도하는 보살상이 이채롭다. 문수의 지혜를 깨치기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이 보살상 속에 담겼다. 

월정사를 둘러보고 나면 본격적으로 선재길로 들어서게 된다. 절 인근에 선재길 입구가 있고 이곳에서부터 8㎞의 산길이 이어진다. 선재길은 오대산의 많은 트레킹로 중 가장 걷기 쉬은 길이다. 오대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솔길과 계곡길이 전부다. 대부분 완만한 데다 내리쬐는 햇볕도 없는 숲길이어서 걷는 행위 자체에는 집중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된다. 흐르는 물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나와 세상을 돌아본다. 
 
선재길 풍경
 
 
선재동자가 그랬던 것처럼 선재길을 걷는 이들도 ‘생각하며, 또한 걸으며’ 문수의 지혜를 찾아간다. 길 중간중간에 시원한 계곡과 섶다리, 출렁다리, 화전민터 등의 볼거리도 만날 수 있다. 오대산장과 멸종위기식물원이 자리한 동피골도 지나치게 된다. 
 
선재길 중간에 만날 수 있는 명물인 섶다리.
길을 걷다가 고단함이 느껴진다면 이런 명소들 주변에 앉아서 언제든 쉬어 가도 좋다. 머리를 식히며 천천히 세 시간
정도를 걸으면 어느새 끝이 보인다. 

선재길 트레킹의 마지막은 상원사가 장식한다. 나를 찾는 여행을 끝마친 여행자는 이 절에서 문수보살을 만나게 된다. 상원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을 주존으로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문수동자상을 만날 수 있는 상원사 문수전의 모습.
신라 성덕왕이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난 뒤 진여원이라는 절을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하던 중 다시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쳤다. 세조는 감사의 표시로 진여원의 이름을 상원사로 고치고 왕실사찰인 원찰로 정한 후 문수동자상을 봉안했다. 
 
 
상원사 문수동자상
 
 
아쉽게도 현재 남아있는 상원사 전각들은 대부분 광복 이후 세워진 것들이다. 다만, 절에 남아있는 두 점의 국보가 상원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바로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221호 문수동자상이다. 상원사 동종은 성덕왕 때인 서기 725년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종이다. 아름다운 자태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상원사 동종의 모습. 사용되는 동종은 복제품이며 본래의 동종은 바로 옆 유리관 속에 보존돼 있다.
 
 
상원사 본전인 문수전에 남아있는 문수동자상은 세조 때 왕실이 봉안한 목조상으로 양 갈래로 묶은 머리가 이채롭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두 문화재를 둘러보며 선재길에서 얻은 나만의 깨달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는 것도 좋겠다.

평창=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33)

서울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이후 5분여 가면 오대산 입구가 나타나고 10분 정도 더 달리면 월정사 입구에 도달한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선재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간다. 월정사로 돌아올 때는 두 절과 진부면을 한 시간 간격으로 왕래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트레킹 대신 자동차로 상원사에 가려면 두 절을 잇는 도로를 이용한다.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상태이므로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하늘목장은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는 오대산 입구에 켄싱턴플로라호텔(330-5000)과 모텔들이 여럿 있다. 진부면 소재지인 상진부리에서도 모텔 등의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횡계리 인근에도 용평리조트(335-5757)와 알펜시아리조트(339-0000) 등 리조트와 모텔 등의 숙소가 많다. 평창의 명물은 메밀이다. 진부나들목 인근의 유천막국수(332-6423)에서는 강원도식 구수한 메밀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진미식당(336-5599)과 두일막국수(335-8414)도 일대에서 이름난 막국수집들이다. 오징어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도 이 지역의 별미다. 납작식당(335-5477)과 전주식당(336-5903)이 오삼불고기로 이름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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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 월정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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