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하나하나가 마음수행(문화일보-9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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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5-09-09 14:20 조회7,518회 댓글0건본문
▲ 이여운 , 월정사 수광전 (부분), 캔버스에 수묵, 2014 |
달빛은 은빛이다. 햇빛은 낱낱이 세상을 밝힌다면, 달빛은 보일 듯 말 듯 마음을 비춘다. 달은 햇빛을 온몸으로 삼켰다가, 적당한 양만큼만 내보내는 반사 빛이다. 달은 각도에 따라서 야위어졌다가, 풍만해지는 빛 모습이다. 추석 달이 차오르니, 월정사에서 달 밝은 날 만나자던 기약 없는 약속이 떠오른다.
이여운(1973년생)이 그려낸 월정사 수광전이 반갑다. 달빛정화 속의 생명빛 공간이다. 생명빛 공간을 그려낸 선 하나하나가 마음수행이다. 기둥에 쓰인 고려말 나옹의 시 중에서 ‘생각의 생각을 다해, 생각이 없는 곳까지 가본다(念到念窮無念處)’라는 집념이 그림과 어울린다.
집념의 끝은 어디로 가는가? 고려말 이색의 아들 이종학은 월정사에서 ‘덧없는 삶은 꿈같이 뒤섞여 있고, 세상일에 매번 마음 상한다. 이제부터 즐겁게 살아야지. 지금 여기에 올 줄 어떻게 알았으랴(浮生渾似夢, 世事每傷心, 從此當行樂, 那知得至今)’라고 했다. 그렇다! 찰나라도 예술로 마음이 끝없는 빛, 끝없는 아량의 순간에 닿고 싶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이여운(1973년생)이 그려낸 월정사 수광전이 반갑다. 달빛정화 속의 생명빛 공간이다. 생명빛 공간을 그려낸 선 하나하나가 마음수행이다. 기둥에 쓰인 고려말 나옹의 시 중에서 ‘생각의 생각을 다해, 생각이 없는 곳까지 가본다(念到念窮無念處)’라는 집념이 그림과 어울린다.
집념의 끝은 어디로 가는가? 고려말 이색의 아들 이종학은 월정사에서 ‘덧없는 삶은 꿈같이 뒤섞여 있고, 세상일에 매번 마음 상한다. 이제부터 즐겁게 살아야지. 지금 여기에 올 줄 어떻게 알았으랴(浮生渾似夢, 世事每傷心, 從此當行樂, 那知得至今)’라고 했다. 그렇다! 찰나라도 예술로 마음이 끝없는 빛, 끝없는 아량의 순간에 닿고 싶다.
선승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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