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소승은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상을 다녀왔다. 그분은 장로대통령이었음에도 불교와 인연이 깊다. 문민정부 재임기간 갖가지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큰 사고는 1994년 10월21일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사건과 1997년 IMF까지 터지게 되자 민심이 흉흉해지고 세간에서는 장로대통령이 취임해 청와대 뒷산 숲 속에 있던 불상을 치웠기 때문에 그러한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소문은 일파만파 번지고 민심이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어느 날 극비로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불교 조계종단의 스님들을 4~5명 초청하는데 그중에 소승이 청와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종단의 스님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세간에 나도는 소문의 진상과 국가의 안위에 관한 말씀을 들으시고 자문을 구하는 자리에서 소승은 옛날 이성계와 도선 국사, 무학 대사가 삼각산 아래 한양과 한강을 도읍으로 정할 때의 탄허 스님의 말씀과 부처님 도량터에 관한 역사적인 내력을 말씀드렸다.
한국의 5,000년 전통사상과 유불선사상은 불교에 기인하기 때문에 장로대통령이시지만 종교 간의 극한적인 대립은 피하시고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포섭 포용하면서 중립을 지키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초대받은 종단의 스님들께 세간에 나도는 문제의 청와대 뒷산의 불상을 친견하게 하였다.
불상은 청와대 뒷산의 숲 속 작은 전각에 계시었다. 불상의 높이는 1m의 석조불상으로 경주 남산의 옛 절터에서 발견된 8세기경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이라고 전한다. 석굴암 본존불처럼 상호가 원만하시어 `미남불'이라고도 불린다고 하였다. 같이 간 스님들은 이 불상 앞에서 반야심경을 독경하고 국가의 안위를 위한 축원기도를 올렸으며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는 청와대불자회가 처음으로 창립하게 되었다.
그분의 행로는 주도면밀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여 민주화대통령으로 누구도 하기 어려운 업적을 남겼는데 1993년 3월8일 군부세력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동년 8월12일 실시한 금융실명제와 1995년 8월15일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1995년 8월26일 전직 두 대통령을 구속하는 결단력을 보여준 일이다.
대통령이 임기에서 물러나면 공과 과가 가려진다. 과라고 비난을 받았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그 시대 국민정신의 해이와 이미 전 정부에서 적폐된 국민정신이 결과로 나타났을 뿐이다. 현 정부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도 같은 맥락의 적폐이다.
지혜로운 눈으로 보면 세상이 보인다고 하였다. 그 이후 해마다 그분께서는 초파일에 등 값을 보내오고 장로대통령의 등을 단다고 일부 신도의 항의가 있었으나 종교를 떠나서 그분의 마음을 받는 것이므로 개의치 않고 등을 달고 축원했다. 항상 신년이 되면 연하장을 보내오고 구정과 추석 명절에는 멸치선물을 보내셨다. 정치는 종교를 떠나서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포용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소승은 생각한다. 그분이 돌아가시자 과라고 비난받았던 일들이 공으로 돌려지고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부각되고 있다. 그분이 묻힌 국립묘지에서는 봉황알이 나오는 이변이 발생하였다고 전한다.
역사는 지우고 고칠수록 선명하게 나타나고 기억하는 자의 소유물인 것이다. 이후에 청와대불자회 활동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불상은 제자리에 잘 계시는지 궁금하다.
<옮긴이 : 월정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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