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눈 뒤집어쓴 전나무숲…오롯이 나를 만나는 길(1월6일-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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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1-08 09:04 조회7,543회 댓글0건본문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 등산로 중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에 걸친 ‘선재길’. 그중 금강교에서 월정사로 가는 전나무숲길은 사찰로 가는 길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사진=강경록 기자). |
강원 오대산 선재길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9km
수도승·불자 다니던 수행길
아름드리 전나무숲 적막
금강교 건너 천년고찰 '월정사'
세조목숨 구한 전설 내려와
오대산 굽어보는 '상원사'
용·연꽃무늬 '동종' 보며 탄성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 강릉시와 홍천·평창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 다양한 산책코스가 있어 오대산 맑은 정기를 느끼며 걷기 위해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그중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약 9㎞에 걸친 숲길. 이 길은 도로가 나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주로 다녔던 아름드리 거목 사이로 흘러드는 사색의 길이자, 부처를 만나러 가는 구도의 길이었다. 사시사철 푸른 거목 사이로 토기에 새긴 빗살무늬 같은 나무의 기둥사이로 걷다 보면 숱한 난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의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특히 설경을 곁들인 산행은 더 각별하다. 눈 쌓인 숲길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움에 한번 놀라고 세상의 소리를 다 삼킨 듯한 적막한 고요에 또 한번 놀란다.
◇적막한 고요 속에 발 딛다…월정사 전나무숲길
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찰로 가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일주문 왼쪽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쪽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숲에는 1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특히 요즘 같이 눈 내린 겨울 숲은 고요만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나무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깨끗이 사라진다.
숲길은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삭발탑이 서 있다. 아마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나무의 나이는 평균 80여년 정도. 하지만 최고령 나무는 370년을 넘는다. 숲길의 시작은 아홉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의 전나무 아홉그루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이뤘단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퍼지는 종소리도 제법 운치가 있다.
◇1000년을 지켜온 대가람…월정사
금강교를 건너면 오대산에 등을 기댄 월정사가 점잖게 앉아 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와서 창건한 가람이다. 이후 1400여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 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란다. 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면적의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해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이후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는 한편 월정사 중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는데,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덕에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던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긴 고양이. 고양이는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여러 차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그 옛날의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장쾌한 오대산 풍광 한눈에…상원사
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 종착지점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상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한결 조용하다. 눈 내린 산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기도객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커다란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절집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한 그루 앞이 포인트다. 눈 덮인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잎을 떨군 앙상한 활엽수숲 속에 군데군데 전나무가 흰눈을 이고 서 있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선재길은 상원사에서 끝을 맺지만 적멸보궁을 두고 돌아서기는 아깝다. 상원사에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시외버스를 탄 뒤 진부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진부터미널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월정사 행 버스가 있다. 자동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나와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 입구가 나온다.
△먹을곳=봉평은 메밀의 고장이다. 메밀막국수는 현대막국수(033-335-0314), 진미식당(033-335-0242)이 유명하다. 읍내에 자리한 미가연(033-335-8805)은 메밀싹 비빔밥, 옛골(033-336-3360)은 메밀국수전골이 맛있다. 월정사 입구 오대산 가마솥식당(033-333-5355)은 산채정식이 유명하고,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은 한우 셀프식당이다.
△잠잘곳=용평리조트(1588-0009), 휘닉스파크(033-330-6000),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아트 인 아일랜드(033-336-1771), 백운산방(033-334-9891), 동강산장(033-333-9509), 청호산장(033-334-3000), 두룬산방(033-334-0920), 뜨라래펜션(033-333-6600) 등 월정사 주변으로 숙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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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고요 속에 발 딛다…월정사 전나무숲길
들머리는 월정사 매표소. 매표소를 지나 200m가량 오르면 금박글씨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월정사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서 금강교까지 약 1㎞ 흙길이 ‘월정사 전나무숲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찰로 가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일주문 왼쪽으로는 상원사 앞을 지나 흘러온 계곡수가 자작자작 흐르고 오른쪽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숲에는 1000여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숲 사이로 난 길은 마치 속(俗)과 선(禪)을 나누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특히 요즘 같이 눈 내린 겨울 숲은 고요만이 가득하다. 30여m 높이로 쭉쭉 뻗은 전나무숲이 거대한 방음벽 역할을 하듯 울창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나무숲에 들어서는 순간 티끌 같은 망상과 잡념은 깨끗이 사라진다.
숲길은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어 있지 않다. S자로 굽어 있다. 길 초입에는 삭발탑이 서 있다. 아마도 세상과 인연을 끊고 입산한 승에게 절에 들어올 때의 첫 마음가짐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삭발탑을 지나면 장정 두세 명이 손을 잡고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거목이 늘어서 있다. 나무의 나이는 평균 80여년 정도. 하지만 최고령 나무는 370년을 넘는다. 숲길의 시작은 아홉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의 전나무 아홉그루의 씨가 퍼져 지금의 울창한 전나무숲을 이뤘단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청아한 목탁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퍼지는 종소리도 제법 운치가 있다.
◇1000년을 지켜온 대가람…월정사
금강교를 건너면 오대산에 등을 기댄 월정사가 점잖게 앉아 있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얻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 돌아와서 창건한 가람이다. 이후 1400여년 동안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머무는 불교 성지로 많은 불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월정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보유하게 된 기원. 정확하지는 않지만 월정사가 보유한 숲은 대략 여의도의 7배 면적에 달한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한 임야와 광복 이후 농지개혁 등으로 줄어든 면적까지 감안하면 원래는 이보다 훨씬 넓었을 거란다. 월정사가 이렇게 넓은 면적의 숲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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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는 월정사와 조선의 왕이었던 세조와의 인연에서 엿볼 수 있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불교에 귀의해 잘못을 참회하고자 했다. 이후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는 한편 월정사 중건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월정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기적을 경험했는데, 하나는 세조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덕에 지병인 피부병을 고쳤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던 세조의 옷매를 끌어당긴 고양이. 고양이는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월정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한다.
인간사에 휘말린 절집은 여러 차례 중건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팔각 2층 기단 위에 세운 월정사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과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보물을 보관한 성보박물관이 그 옛날의 월정사를 온전히 기억할 뿐이다. 경내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부도전에서 큰길을 따라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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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한 오대산 풍광 한눈에…상원사
숲길은 완만한 경사다. 계류를 따라 걷다가 물길을 만나는 지점서 숲으로 파고들 수 있다. 누구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하다. 조붓한 숲길 끝, 종착지점에 상원사가 숨어 있다. 초입에는 조선 세종대왕이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관대걸이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상원사의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한결 조용하다. 눈 내린 산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찾아오는 기도객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근래 들어 상원사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영산전 앞에 커다란 오대보탑을 새로 지었고, 청풍루에 문수보살 화현도도 그려넣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눈길을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절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장쾌한 풍광은 압권이다. 절집 마당 끝에 오래 묵은 산돌배나무 한 그루 앞이 포인트다. 눈 덮인 오대산의 동대와 서대의 산자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잎을 떨군 앙상한 활엽수숲 속에 군데군데 전나무가 흰눈을 이고 서 있다. 대가람 월정사도 가지지 못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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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동종이다. 1300여년 전 통일신라 때 주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음향이 맑고 깨끗한 것이 특징. 특히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과 그를 둘러싼 연꽃 문양이 그윽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종을 매단 고리역할을 하는 용뉴다. 입을 딱 벌린 용이 다리를 앞뒤로 벌린 채 종의 무게를 버티고 선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선재길은 상원사에서 끝을 맺지만 적멸보궁을 두고 돌아서기는 아깝다. 상원사에서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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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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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곳=봉평은 메밀의 고장이다. 메밀막국수는 현대막국수(033-335-0314), 진미식당(033-335-0242)이 유명하다. 읍내에 자리한 미가연(033-335-8805)은 메밀싹 비빔밥, 옛골(033-336-3360)은 메밀국수전골이 맛있다. 월정사 입구 오대산 가마솥식당(033-333-5355)은 산채정식이 유명하고, 평창한우마을(033-334-9777)은 한우 셀프식당이다.
△잠잘곳=용평리조트(1588-0009), 휘닉스파크(033-330-6000),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아트 인 아일랜드(033-336-1771), 백운산방(033-334-9891), 동강산장(033-333-9509), 청호산장(033-334-3000), 두룬산방(033-334-0920), 뜨라래펜션(033-333-6600) 등 월정사 주변으로 숙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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