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공부가 잘 안된다면…“쉬어라”(1월11일-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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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16-01-12 09:24 조회7,566회 댓글0건본문
스님의 공부법
자현스님 지음불광출판사 |
박사학위 4개, 국내최다 논문 게재
월정사 자현스님이 전하는 공부법
“노력하면 된다는 허상 버리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받아들여라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
살짝 미칠 수 있는 용기 있어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철학, 종교학, 문화사 등 4개 분야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월정사 자현스님은 “썩 좋은 머리가 아니다”고 고백한다. 스님은 공부 비법을 전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스님을 처음 본 건 2009년 여름 한달간의 월정사 단기출가에서 였어요. 스님은 일주일에 두세번 부처님 일대기를 강의했는데, 불교가 그토록 재미있고 흥미로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의 시름을 안고 왔던 단기출가 행자들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번졌습니다. 스님은 동서양의 종교, 철학, 역사, 문화를 종횡무진 오가면 인간 붓다의 진면목을 명쾌하게 풀어냈습니다.” 한 독자가 설명하는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스님의 모습이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동국대 미술사학과, 고려대 철학과, 동국대 역사교육과 박사. 4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스님은 조계종 교육아사리, 울산 영평선원장,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조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스님이 고백하는 초등학교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나쁜 기억력에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치는 스님이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자현스님이 자신의 공부비법을 담아 <스님의 공부법>을 펴냈다. “나는 평범한 머리로 이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만들어서 머리좋은 사람들을 뛰어넘었다”는 스님의 공부비결은 무엇일까.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허상을 깨버리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현실에 대한 자각과 직시,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1보가 된다. 마치 금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막연한 판단이 아닌 분명한 인식에서 전환을 맞는 것처럼 공부 역시 그런 것이다. 바둑이나 고스톱 판이 불리해서 역전의 기회가 없다면, 끝까지 게임을 하지 말고 판을 뒤집는 용기도 필요하다. 살짝 미칠 수 있는 용기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먼저 바르게 판단하고 보는 지혜에서 공부를 시작하라는 스님은 자기 자신과 충돌하지 말고, 공부를 방해하는 안면의 안티를 설득하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암기력’으로 공부를 평가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요즘 대학의 경우 연도나 헷갈리는 정보가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도록 한다는 스님은 “느낌을 떠올리는 이미지 기억법을 사용하라”며 사고의 종합력이 기억력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나이가 있어서인지 도통 눈이 글자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60, 70세 나이라고 공부에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럴 때 스님은 “쉬라”고 말한다.
“내면을 정리하는 해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제시하고 싶다. 독방과 같은 단순하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음식만 먹으며,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일주일 정도 있어 보라. 물론 그 기간에는 책이나 TV 및 스마트폰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늘어지게 잠을 잘 수도 있지만, 며칠만 지나면 잠도 더 이상 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놀랍게도 무의식이 가장 현명한 판단을 도출해내게 된다. 그 이유는 스스로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공부에 방해가 되는 혼란한 상황에 직면하면, 생활을 단순화하고 무의식을 믿어 보라. 그러면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답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명상은 머리를 쉬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님은 수재를 따라잡을 수 없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명상을 통해 머리를 틔우는 방법을 택했다. “100여 가지의 명상법과 수행법을 배우면서 오랜기간 휴식했던 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자현스님은 고백한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첫째 장 ‘머리가 트이는 공부법’이다. 판단이 혼란하면 아무것도 하지마라, 거시적 안목으로 안전장치를 확보하라는 조언. 둘째 장 ‘상식을 깨야 역전할 수 있다’에서 스트레스를 관통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라, 현재의 나를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세째로 자존감 확보를 설명했다. 공부는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며, 새롭게 배우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님은 “도전을 즐기고, 공부에서 낭만을 찾아라”고 말한다. 이에 매일같이 글쓰기를 하고 타인에게 보여주기, 같은 책 두 번 읽지 않기 등 효율적인 공부방법과 70%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70% 법칙이란 “관련된 지식을 40~70% 지닌 분야에서 공부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너무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고, 너무 잘 아는 분야는 흥미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는 분야부터 공부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 복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부처님은 불교의 비판자나 다른 종교인들보다도, 정신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비판자나 타종교인에게는 정신적인 에너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들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측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 즉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연출되는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자존감을 놓치면 방법이 없다.”
왜 인간은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공부가 내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스님의 공부법>을 통해 자현스님이 전해주는 내용이다.
[불교신문3168호/2016년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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